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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여행의 신의 총애를 받는 일은 쉽지 않아요

by 이방인 씨 2013. 5. 21.

여러분~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은 9/11 추모지 이후의 오후 나절의 일정인데요.
이 때 정말 어쩔 수 없이 웃음 나오는 일을 경험했으니 한번 들어 보세요.


5월 12일 월요일 - 여행의 신은 호락호락하지 않으시네~


9/11 Memorial 에서 나와 바삐 걸어간 곳은 미국 경제의 중심가 Wall Street 입니다.
일부러 구경을 갈 정도로 관심이 있었던 곳은 아니지만 가까운 거리에 있다 보니 간 김에 들러 봤습니다.
Financial District 라고 해서 금융기업들이 몰려 있는 지역에 있으니 굉장히 도시적일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걸어갔는데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의외의 광경입니다.

 

 Financial District에 이런 노점상 거리가 있을 줄이야!

 

 주로 중국계와 중동계 상인들이었는데
고층 빌딩숲 사이에 노점거리가 있는 것이 어쩐지 초현실적으로 느껴지더라구요.

 

 안 그래도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옥수수를 통채로 들고 먹고 있길래 도대체 어디서 산 걸까 했는데
바로 여기였네요.

 

 미국의 거리 판매점이라면 빼 놓을 수 없는 레모네이드도 한 컵에 1불입니다.

 

 이게 약간 호떡 모양과 비슷했는데 옥수수 가루 부침이더라구요.
사실 이 때 9/11 지역에서 나온지 얼마 안되서 저 답지 않게 입맛이 별로 없어서
노점 음식을 하나도 사 먹지 않았는데 지금 사진들을 보니

내가 왜 그랬을까...  담배2

슬픈 건 슬픈 거고 먹는 건 먹는 건데...

나는 아직 수련이 부족하구나!
식충이에서 식신의 경지에 오르려면 음식 앞에 두고 감정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하느니...

 

한국의 동대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악세사리 판매대도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슬슬 걸으면서 노점들을 구경하고 났더니 드디어 다 왔네요.

 

 Wall st 라는 표지판에다가 뒤의 건물은 New York Stock Exchange!
경제 뉴스를 보다 보면 접할 수 있는 뉴욕 증권 거래소 (NYSE) 죠?
1817년 공식적으로 개장한 이래 Big Board 라 불리며 세계 경제의 중심에 서 있는 곳입니다.

명성은 거대해도 별로 대단하게 보이지는 않네요.
원래 시작은 소박했나 봅니다??


 NYSE를 지나 조금만 걷다 보면 Federal Hall 이라는 건물이 나옵니다.
Wall Street까지 구경온 사람들이 온 김에 놓치지 않는 명소죠.
바로 이 곳에서 제가 글 첫머리에 말한 웃음 나오는 충격적 광경을 보았습니다.

 

생각 없이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이 노래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주는 나를 기르시는 목자요, 나는 주님의 귀한 어린 양~ ♪♬♩

?? 으잉? 난 지금 뉴욕 Wall st을 걷는 중인데 여기서 왜 이런 노래가 들리지?
내가 정신이 피곤한가? 아니 그렇다고 해도 왠 찬송가가 환청으로 들릴까?

하고 있는데 환청이 아니었습니다!
위 사진의 왼쪽 아래를 한번 봐 주세요.
빨간 조끼를 맞춰 입고, 기타를 치고 피켓을 들고 계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이십니까?
찬송가는 이 분들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네, 물론 한국분들이죠.
아무리 전도열이 뜨겁기로 한국에서 여기까지 오셨을 것 같지는 않고 아마 뉴욕의 한인 교회분들이겠죠.
한국어로 찬송가를 부르시더니 한 여성분이 일어나서 영어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외치십니다.

Ladies and Gentlemen, we are all sinners! We are all sinners!
여러분 우리 모두는 죄인입니다. 우리는 죄인입니다!

Only Jesus can save you. Only Jesus can save you! We are all sinners!
예수님만이 구원입니다. 우리는 모두 죄인입니다!

 

예... 뭐 죄 없이 떳떳한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습니까.
말씀이야 맞는 말이지만 아휴~ 정말 낯 뜨거워서 혼났습니다.
사람들이 전부 쳐다 보고 심지어 '뭐라는 거야?' 하면서 킥킥 거리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기야 그것을 노리고 일부러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을 골랐겠지만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도 빵 터지는 것을 보고 저는 뒤도 안 돌아보고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마구 걸어내려오다가 또 멋진 건물을 하나 만났어요.

 

 그리스풍 기둥들이 아주 멋지네요.
미국 국기도 걸린 것을 보면 중요한 건물인 듯 싶은데요.

 

 하아~????
New York Stock Exchange? 헉4

그럼 아까 내가 본 소박한 건물은 뭐야?

또 개구멍이야?!!

오늘도 저는 뒷문 찾기 전문가였습니다.
당최 지도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고 투덜투덜거리며 다음 장소로 터덜터덜 걸어갔습니다.

 

 Staten Island Ferry를 타러 Manhattan의 가장 남쪽까지 내려갔습니다.

 

 이미 선착장 대합실에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죠.

 

(inhabitat.com)

이 페리를 타면 배 위에서 자유의 여신상을 보며 지나갈 수 있거든요.
게다가 이 페리는 모두가 티켓 없이 공짜로! 탈 수 있답니다.

자유의 여신상에 실제로 올라갈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허리케인 샌디의 여파로 아직도 여신상 올라가는 길은 폐쇄된 상태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페리를 타고 멋진 풍광과 함께 감상하기로 했습니다.

 

 오랜만에 배를 타서 그런지 바람과 물결이 그리 상쾌할 수가 없더라구요.

 

푸른 하늘 반, 파란 물 반, 가슴까지 시원해집니다.
 멀리까지 나와서 뒤를 돌아보니 Manhattan의 모습이 한 눈에 보이네요.
가장 높이 솟은 WTC도 보이죠?

게다가 여러분, 잘 보시면 자유의 여신상도 사진 안에 들어 있습니다!
한 번 잘 찾아 보세요~

 15분 정도 바람을 만끽하고 났더니 벌써 페리는 맞은편 선착장에 도착했습니다.

응? 그런데 뭔가 이상한데....
분명 이 페리를 타면 자유의 여신상을 가까이 지난다고 했는데
나는 한 순간도 딴짓하지 않았는데 자유의 여신상 얼굴도 못 봤는데??

어~? 이상한데? 계속 이상한데??
이 여행 처음부터 끝까지 지치지도 않고 줄곧 이상한데?? 

 엉엉

 

의문은 맞은편 선착장에 내려서야 풀렸습니다.
페리를 타면 우측 갑판에 서야 자유의 여신상을 지나는 건데 저는 좌측 갑판에 올라가 너무 젖어들었던 겁니다...
다행히도 페리가 왕복 운항이기 때문에 다시 반대쪽으로 돌아갈 때 제대로 된 쪽에 타기는 했지만 돌아가는 페리는 출발지점에서 오는 페리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더 먼쪽 항로로 지나더군요.
그래서 여신상은 제게 가까이 하기엔 겁~나 먼 당신이었습니다.

아까 위의 사진에서 여신상을 못 찾으신 분들, 여기 정답이 있습니다.

 

여기 있지요...흥4

저는 페리가 근접해 지날 때 육안으로 보긴 했는데 얼굴은 자세히 못 봤어요.
이쯤되면 여행 중에 뭔가 제대로 돌아가면 어쩐지 두려울 것 같은 이방인이었습니다.

 

멀리서 봐서 더 애틋한 자유의 여신상을 뒤로 하고 이제는 우리가 밥 먹어야 할 시간~ ♬♪♩
매번 실패하는 맛집이지만 그래도 또 지치지도 않고 찾아갔습니다!
Burger Joint 라는 햄버거 가게였는데 찾아갈 때부터 또 심상치 않더라구요.
분명히 맞는 주소로 갔는데 햄버거집은 온데 간데 없고 이런 호텔이 떡 버티고 있는 겁니다.

 

여기 있어야 할 햄버거 가게는 어디로 가고 도어맨이 있는 호텔이 나오느냔 말이죠...
가이드북을 아무리 뚫어져라 쳐다 봐도 분명히 이 주소가 맞는데 말입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아봐도 분명 그 주소가 맞았는데, 주의사항이 한 가지 있더군요.
Burger Joint는 이 호텔의 로비에 커튼으로 가려진 곳에 숨어 있대요!

느낌표아니 왜???

햄버거집을 숨길 거면 입점을 시키질 말던가 할 일이지 세를 줘 놓고 숨어 있으라는 건 무슨 심보??
어쨌든 호텔 입구를 지나 커튼을 젖혔더니 그제서야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암막에 가려져 어두컴컴한데 햄버거 모양의 네온 사인이 하나 둥둥 떠 있네요.
역시나 사람들이 바글바글 줄을 서 있죠?

 

 벽면에는 영어에 능숙하지 못한 관광객들을 위해 5개 국어로 된 주문지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워낙 줄이 길다 보니 말이 안 통해서 시간이 걸리는 것을 막기 위해
아예 체크만 해서 내밀면 되는 주문지를 만든 거죠.

아이디어가 재밌어서 한국어 주문지를 한 장 뽑아 사진을 찍었습니다.

 

역시 대박집은 메뉴가 단순한 법인가 봅니다.
이 곳에도 햄버거와 치즈버거 딱 2종류 밖에 없더군요.
다만 스테이크처럼 패티를 익히는 정도를 선택할 수 있네요.

 

 

 밖에서 40여분을 기다리다가 드디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고 좋아한 순간,
가게 안에도 줄이 계속 되고 있었습니다.

 

 가열차게 고기 굽고 있는 주방장의 모습입니다.

 

 저는 미디움으로 익힌 치즈버거를 주문했는데요.

 

이제 여러분께 이런 말씀 드리기도 면구스러운 상황인데...

소근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건 아마 껌일지도 몰라요.....

일단 Fresh Meat 이니까 패티는 신선하고 익힌 정도도 좋습니다.
그런데 그거 말고는 그다지...
롯데리아의 불고기 버거가 약 285131배쯤 더 맛있는 것 같아요.

 

치즈버거를 먹은 시간이 이미 9시가 넘었었기 때문에 소중한 껌을 씹으며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양치할 때도 껌을 뱉는 것이 어찌나 아쉽던지요.

이제 마지막 날이라 부지런히 보낸 다음 날의 이야기만 남았네요.
뉴욕하면 떠오르는 장소 중 아직 안 나온 Central Park에서의 상쾌한 아침이 기다리고 있으니 내일 만나요~
여러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