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elcome to California

한국인만 혼자 밥 먹는 걸 창피해한다구요?

by 이방인 씨 2012. 7. 27.

밖에 외출해 있는데 식사 때가 되어 배가 고파집니다.
집에 들어가긴 먼 거리인데 배가 너무 고픈데다, 마침 맛있어 보이는 식당도 눈에 들어오네요.
그런데 옆에는 아무도 없이 혼자고, 그 날따라 친구들도 다들 바쁩니다.
이런 상황,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나요?
배고픔을 꾹 참고 집까지 가느냐, 아니면 꽤 많은 한국인들이 두려워한다는 혼자 밥 먹기 시도하느냐!!
굶주린 위장에게는, 그깟 뇌 따위보다 몇만배는 더 중요한 (저에게 말이죠) 위장에게는! 절체절명의 순간입니다. ㅋㅋ

제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실텐데요.
물론 다는 아니지만 상당수 한국인들은 집을 제외한 외부 장소, 즉 타인의 시선에 노출된 장소에서 혼자 밥 먹기를 꺼리죠.
비단 식사뿐만 아니라, 영화관 가기, 전시회 가기, 스포츠 관람 등의 문화생활도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하는 것을 선호하구요.
물론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거나, 더 재밌다는 이유도 있지만 혼자 하기 민망하다는 이유도 크지 않을까 합니다.

혼자 밥 먹기 껄끄러운 그 이유도 아마 제가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알고 계실텐데요.
혼자 밥 먹는 내 자신이 남의 눈에 어떻게 보일까 염려되기 때문이죠.
집에서 혼자 밥 먹는 것,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혼자 컴퓨터로 영화 보는 것도 전혀 민망하지 않죠.
하지만 집에서 혼자 척척할 수 있었던 일도, 유독 밖에 나가면 옆에 누군가가 꼭 함께 있어야합니다.
혹시나 남들 눈에 내가 친구 하나 없는, 인간관계가 좋지 않은 사람으로 보일까봐 신경 쓰이기 때문일텐데요.

그런데 여러분 한번쯤은 이런 말 들어보신 적 있지 않나요?

 

혼자 밥 먹는 걸 이상하다고 하는 나라는 한국 뿐이야.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혼자 밥 먹는게 일반적이고,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

 

저 역시 한국에 있을 때, 일본에서는 1인용 테이블만 놓여있는 식당도 많고 요리도 1인분이 기준이라는 말부터 미국에서는 오히려 혼자 밥 먹고 혼자 영화보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이른바 "~카더라" 외국 시리즈를 간혹 들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미국에 오니 어땠냐구요??

정말로 무엇이든 혼자하는 사람의 비율이 한국과 비교하면 현저히 높았습니다!
패스트 푸드점에 가면 혼자 먹는 사람이 더 많이 눈에 띄고, 좋은 식당에 혼자 와서 우아하게 칼질하다 가는 사람도 많고, 심지어 부페도 혼자서 실컷 먹고 가는 사람들도 자주 봤습니다.

 

그 때 부페에 혼자 와서 다른 건 거들떠도 안보고 킹 크랩 산처럼 쌓아놓고 집게발까지 으드득 빠자작 이로 깨서 드시던 아저씨~!
치아 괜찮으세요?? 지금쯤 임플란트 28개쯤 하고 계신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

 

그 아저씨처럼 혼자 밥 먹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라는 듯, 혼자 영화관 가는 것은 물론이고 야구경기도 혼자 보러가고, 캠핑도 혼자 즐기는 사람도 있을 정도죠.
사실 제가 처음 미국 고등학교에 다니게 됐을 때도 점심시간에 혼자 밥 먹는 것을 더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에 내심 놀랐었답니다.
그런데 대학에 갔더니, 캠퍼스 곳곳에서 혼자 앉아 여유롭게 점심을 먹는 학생들을 수두룩하게 보았지요.
재밌는 것은 친한 친구끼리도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혼자 밥 먹는 것을 더 편하게 여긴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우선 개인주의가 강한 미국인들의 성향과 그로인해 타인에게 신경쓰지 않는 문화 덕분일텐데요.
저 역시 미국에서 십여년을 살면서 사람들이 많은 외부 공간에서 혼자 밥 먹은 경험이 수도 없이 많지만 전혀 거리낄 것 없이 편하더라구요.
혼자 밥을 먹건, 영화를 보건, 술을 마시건 그 누구의 시선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나라가 미국이니까요.

그.런.데!!
미국에도 혼자 밥 먹는 것을 타인의 시선과 맞서야 하는 시련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솔직히 깜짝 놀랐답니다.
제 눈에 비친 미국인들은 세상에 거칠 것 없이 하고 싶은대로 다~~~ 하고 사는 뱃속 편한 사람들이었거든요.
그런데 미국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니 이런 글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창피하지 않게 혼자 밥 먹는 방법


이 기사 밑에 소개된 방법으로는 1. 책 읽는 척 하기 2. 스마트폰 하기 3. 자신감 있는 척 하기 4. 음식 평론가인 척 하기 등등이 있더군요.
다른 건 쉬운데, 음식 평론가인 척은 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요?
한 입 먹을 때마다 "음...이건 오레가노를 지나치게 넣었군.." "음...이건  가니쉬가 독특하지 않구만..." "아니..이건! 반드시 17년된 프랑스의 레드와인과 먹어야겠구만...!" 하면 될까요?
제 머리속에 들어있는 음식 평론가의 이미지는 이런가봐요. ㅋㅋㅋ

다음은 Psychology Today 라는 심리학 전문 웹사이트서 찾은 내용인데요.

 

 

밥을 혼자 먹는 것이 왜 그리 힘든 것일까?


저널 내용을 읽어보니, 미국에서도 개인주의나 독립적 성향이 낮은 지역 예를 들면 작은 시골마을이나 도시를 벗어난 지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 중에는 혼자 밥 먹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꽤 있다고 합니다.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런 고민의 글도 올라와 있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혼자 밥 먹기 싫어하는 사람 없어요?
내가 기억하는 한, 난 언제나 공공장소에서 혼자 밥 먹는 것이 불편했어요.

 

마지막으로 이런 칼럼도 있었는데요.

혼자 밥 먹는 것이 뭐가 그리 잘못된 일인가요?

 

제목 아래 글을 읽어보니, 혼자 밥 먹는 여성들을 위해 같이 먹을 상대를 찾아 짝 지어주는 웹사이트가 생긴 모양이네요.
그렇지만 혼자 먹는 유형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멈추는 편이 더 좋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네요.

이런걸 보면 혼자 밥 먹기를 창피해하고 심지어 두려워하는 것은 한국인만이 아니었네요. ^^
미국에도 지역과 사람에 따라 혼자 밥 먹기를 거북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저 역시 새로 알게 되었답니다.
저는 여럿이 왁자지껄 먹고 싶은 기분이 드는 날도 있지만, 조용하고 깨끗한 식당에 홀로 앉아 음식을 즐기고 싶은 기분이 드는 날도 많은데요.
혼자 밥 먹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늘도 맛있는 음식 드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