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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한국 학생의 핸드폰 예절에 깜짝 놀란 미국인

by 이방인 씨 2013. 6. 19.

저 말이죠...
최근에 별로 기분 좋지 않은 말을 들었어요.
외국에 나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밖에서 한국에 대해 달갑지 않은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썩 좋지 않죠?
저도 온전한 한국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조국에 대해 안 좋은 소리를 듣게 되면 기분 팍~! 상한답니다.
그런데 이번에 그런 말을 듣고야 말았네요.

망할 핸드폰 때문에요.  분노3


어느 미국인이 반은 하소연하다시피 반은 불평하다시피 털어놓은 이야기입니다.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과 식사를 하게 됐는데 도대체 자기를 얼마나 무시하는 건지 불쾌해서 혼났다구요.
사연인 즉, 그 한국 학생이 식사 내내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 받고 (아마도 카톡이겠죠?) 심지어 걸려온 전화를 받아 통화까지 했다는 겁니다.

미국인이 툴툴거린 이 상황,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스마트폰이 가장 일상화된 나라이니만큼 한국에서는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인가요?

사실대로 말하자면 저도 이런 경험을 한두번 해 본 적이 있습니다.
2006년에 한국에 머무를 때, 일 때문에 만난 사람이 일 얘기 하던 와중에도 자기 핸드폰에 문자가 오면 오는대로 전화가 걸려오면 오는대로 다 응대를 하더군요.
급한 용무라면 이해를 하겠지만 자기 친구한테 걸려온 저녁 약속 잡는 전화까지 받으시길래 내심 이해할 수 없었답니다.
한창 일 얘기하다가 그 분이 핸드폰 용무가 생기면 저는 어색하게 그냥 기다리는 상황이 벌어졌으니까요.
당시 만난 분들이 모두 저보다 연배도 높으셨고 제가 어리버리했었던지라 '한국은 워낙 핸드폰 사용이 많으니까 이런 일도 있는가 보다.' 하고 그냥 받아들였었는데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나이가 어리고 외국에서 왔다고 그 분들이 저를 우습게 여긴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

한국인이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 테지만 미국인에게 이런 행동은 불쾌감을 주기 충분합니다.
미국에서는 친구사이나 아는 지인이 아니라면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할 때 핸드폰은 잠시 잊는 게 좋죠.
물론 급한 용무의 전화를 받는 것은 괜찮지만 앞에 사람이 있는데도 친구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아 통화를 한다던가 메세지를 주고 받는다는 건 실례가 됩니다.

 


(hubpages.com)


예전에 제가 처음 만나는 미국인과 동석을 한 적이 있는데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이렇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미안미안 처음 만나서 이런 말 해서 미안하지만 오늘 내가 전화를 옆에 끼고 있어야 할 일이 있어요. 사실 내 애완견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오늘 중으로 선생님이 결과를 알려주신다고 했거든요. 정말 미안하지만 내겐 중요한 일이라 도중에 내가 전화를 받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그리고는 실제로 대화 중에 전화가 걸려왔는데 그는 정중하게 "Excuse me"라고 말하고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서 전화 통화를 마친 뒤 돌아와서 이제 용무가 끝났다며 전화를 진동으로 바꾸고 주머니에 넣었답니다.
제가 만난 미국인들 중 제대로 된 매너를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러했습니다.
그런데 그 한국 교환학생은 친하지 않은 미국인과 식사를 하면서 핸드폰으로 자기 할 일 다~ 하고 말았으니 앞에 앉아있던 미국인이 기분이 상해 제게 불평을 쏟아낸 것도 무리가 아니죠.

물론 나라마다 예절이 다르고 이해할 수 있는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이 따로 있기 때문에 이런 핸드폰 매너가 한국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제가 한국에서 살 때는 핸드폰이 일반화 되지도 않았었거든요.)
한국에서도 매너없는 행동일 수도 있겠고 반대로 대수롭지 않은 행동일 수도 있을 텐데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도 있듯이 적어도 미국에 와서 미국인과 만날 때는 이들의 예절을 존중하는 것이 더 좋은 태도가 아닐까 합니다.
그 학생이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미국인이 그 때문에 한국/한국인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을 가지게 된다면 안타까운 일이잖아요.
저한테 와서 하소연했듯이 다른 미국인 친구들에게 가서 그 이야기를 전한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일리 없구요.

누구나 외국에서는 애국자가 된다고 하는데 나라 이름을 드높이는 크나큰 애국도 좋지만 사소한 일로 싫은 소리 듣지 않도록 신경쓰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럼 여러분 모두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이 글은 미국인도 한국인도 일반화할 수 없습니다. 미국인 중에도 기가 찬 핸드폰 매너를 가진 사람들이 있을 테고 한국인 중에도 엄격하게 핸드폰 예절을 지키는 분들이 많겠죠. 다만 이런 상황도 있었으니 양국의 핸드폰 문화 차이에 대해 알아두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