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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한국의 스팸 선물세트 보고 깜짝 놀란 미국인

by 이방인 씨 2012. 12. 22.

어제 늦은 저녁을 먹으려는데 배는 고프고 별다른 찬이 없길래 간단하게 스팸을 썰어 양파와 볶아 먹었습니다.
크으~ 이 기름 좔좔~ 흐르는, 건강에 안 좋을 듯한 정체를 알 수 없는 고기는 언제 먹어도 맛있습니다.
평소에 스팸 못 먹게 하시는 엄마 몰래 먹어서 그 맛이 더 좋았는지도요. ㅋㅋㅋ

 

 

따뜻한 밥과 함께 먹다가 문뜩 예전에 한국에 잠시 머물 때 알고 지냈던 콜로라도 출신 원어민 영어 강사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한국의 명절이 되면 백화점에서 출시되는 선물용 스팸세트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구요.

 

 

이 친구가 놀란 데에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으니 한번 들어보세요.
SPAM은 Spiced Ham의 약자로 1937년 미국의 식료품 회사 Hormel Food Corporation에서 최초로 선보였습니다.
주재료인 돼지의 어깨와 허벅지 부위 (Ham)에다 감자 전분과 소금을 가미했기 때문에 Spiced Ham (양념된 햄)이라는 이름이 붙었죠.
스팸이 전세계적으로 퍼진 것은 제 2차 세계대전의 공이 컸습니다.
모태 육식동물들인 미국인들은 전쟁에 파병되어서도 고기 없이는 싸울 수가 없었죠. ^^;;
하지만 그 난리통에 무슨 수로 신선한 고기를 공수할 수 있었겠습니까.
병사들에게는 고기 대신 스팸캔이 지급되었습니다.
미군들의 식량이었던 스팸은 전쟁을 거치면서 유럽으로, 그리고 특히 일본으로 많이 전파되었다고 합니다.

스팸이 한국으로 들어간 경로도 비슷합니다.
한국 전쟁 당시에도 미군들에게는 변함없이 생고기 대신 스팸이 지급되었거든요.
당시 스팸은 미군들은 중요 보급품 중 하나로, 군인들 사이의 물물교환의 대상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쟁 중이라 배고팠던 한국인들에게는 운이 좋아야만 구할 수 있는 귀중한 식품이었구요.

전쟁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 미국에서 스팸의 인기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미국에 경제 대공황이 닥치면서 사람들은 어려운 살림에 고기를 사 먹을 수가 없었던 거죠.
그래서 진짜 고기 대신 스팸을 식탁에 올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나아지고 미국이 세계 최고 부자 나라로 등극하는 동안 스팸은 미국인들에게 잊혀졌고 지금은 미 대륙에서는 소비량이 적다고 합니다.
다만 하와이가 50개 주 중에서 가장 많은 스팸 소비량을 보이고 있다고 하네요.

이런 역사 때문에 미국인들에게 스팸은 고기를 구할 수 없는 부득이한 상황에 먹는 "고기 흉내만 내는 통조림" 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스팸을 가르켜 Hard-times food (어려운 시기에 먹는 음식) 의 상징이라고도 하고 그 이름 SPAM을 가지고 농담도 많이 합니다.

Something Posing As Meat (고기 흉내를 내고 있는 무언가)

Spare Parts Animal Meat (동물 고기의 잉여 부위)

한마디로 말하면 미국인들에게 스팸은 우리의 "어묵" 과 비슷한 겁니다.
어묵은 잡다한 어육과 첨가물을 섞어 만들잖아요.
어묵만의 맛과 매력이 있지만 진짜 생선은 아니고 비싼 식품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러니 앞서 말한 원어민 강사 친구가 고가의 스팸 선물세트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린 것도 무리는 아니죠.
스팸이 선물로 인기가 좋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친구가 놀란 또 하나의 이유는 스팸캔의 사이즈는 미국보다 훨씬 작은데 값은 훨씬 비싸다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370그램 짜리 미국 사이즈에 익숙한 친구는 한국에 가서 200그램 짜리 캔 9개 세트에 약 3만원의 가격표가 붙어있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랐답니다.
그나마도 지금은 4만원을 넘는 곳도 있더라구요.
미국에서는 370그램 캔도  그것보다 저렴하고 간혹 마켓에서 세일할 때는 99센트가 붙어있는 것도 봤거든요.
게다가 신선한 고기에 환장하는 미국인답게 "이건 고기 흉내만 내는거야!" 라며 사기라고 농담삼아 분개하더라구요. ㅋㅋㅋ
이 친구 뿐만 아니라 많은 미국인들이 스팸 선물세트를 신기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008년 미국의 Stars and Stripes 라는 미디어에서는 한국의 스팸 선물세트에 관한 기사까지 게재했답니다.


 

그 기사에 첨부된 자료 사진입니다.
백화점에서 스팸 선물세트를 고르고 있는 고객들이라네요.
혹시 궁금하신 분들은 링크를 클릭하시면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stripes.com/news/spam-i-am-koreans-like-meat-from-a-can-1.82997


기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만 스팸 Gift Set 이 있다고 합니다.
맛도 좋고 특히 간편해서 한국인들이 스팸을 좋아한다는 인터뷰를 실었는데요.
저 역시 반찬 없을 때면 스팸 구이가 생각나는 식성의 소유자로 무척이나 공감합니다. ^^

그런데 저도 그 원어민 강사 친구처럼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스팸세트의 가격입니다.
200그램 짜리 9개 세트면 한 1만 2천원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비쌉니까.
백화점 상품이라 그럴까요?
포장에 돈이 많이 들어서 그럴까요?
제가 이 포스트 작성하려고 스팸 선물세트 자료를 찾아봤더니 어느 사이트에는 물건 옆에 "포장박스와 부직포 포함" 이라고 써 있더라구요. ^^;;
평범한 위장을 가진 사람이라면 포장박스와 부직포는 스팸과 함께 구워먹을 수가 없을 텐데 말이죠.
한국의 물건값, 특히 백화점 상품의 가격에는 거품이 많다고 하던데 스팸의 가격도 너무 부풀려져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지네요.
혹 한국산 스팸에는 무언가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즐거운 토요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