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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한국과 많이 다른 미국 대선 시스템과 2012 승부처

by 이방인 씨 2012. 11. 7.

미국 날짜로는 오늘이 바로 11월 6일, 결전의 날입니다.
아마 저를 비롯해서 많은 미국인들이 오늘은 아무것도 손에 잡히질 않겠죠.
그렇지만, 1일 1포스팅의 기본방침을 어길 수는 없는 일!
오늘은 한국과 사뭇 다른 미국의 대선 투표 시스템과 이번 선거의 승부처를 알아보겠습니다.

 

US Electoral College

미국의 대선 시스템은 Electoral College 라고 부릅니다.
컬리지라고 해서 학교가 아니라 "단체, 집합" 이라는 의미이고, Electoral College 는 결국 투표 선거인단을 말합니다.

한국은 복잡할 것 없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당선이 되지만, 미국은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2000년에 조지 W. 부시는 경쟁후보였던 엘 고어보다 전체 국민 득표수에서 뒤졌지만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런 일이 가능했던 이유가 바로 Electoral College 시스템에 있습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나올 수 있는 총 표수는 538표입니다.
아니, 미국의 인구가 몇인데 저것밖에 안돼나 싶으시죠?
국민 전체의 투표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선거인단 (elector) 표만 세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각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의 표 수입니다.
전부 다 합치면 538표가 됩니다.
왜 538표인지 세세하게 설명하자면 미 상원과 하원의원 제도까지 언급해야하기 때문에 생략할게요.
(보통은 일정한 선거인단 수를 유지하지만, 선거 때마다 아주 조금씩 지정 선거인단 수가 변하기도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서쪽 끝 캘리포니아는 55표라고 나와있죠? (CA 55)
이 말은, 캘리포니아 전체 주민 투표에서 이긴 후보가 선거인단 55표를 가져간다는 뜻입니다.
전체 국민 득표수가 아니라 이렇게 주별 할당 선거인단 득표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United States of America 라는 정식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은 독자적으로 존재하던 여러주들을 연합하여 개국한 국가입니다.
현재까지도 각 주의 자치권과 독립성이 최대한 보장되어 있는 나라죠.
모든 주들은 동등한 위치에 있으며, 정당한 참정권을 행사하길 원합니다.
그런데 전체 국민 득표수로 대통령을 뽑는다면 인구가 많은 거대한 주들의 의견만 반영될 위험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버몬트나 알래스카 같은 작은 주의 전체 주민 100% 모두가 1번 후보를 뽑았다고 해도, 캘리포니아주 인구의 고작 1/3이 2번 후보를 뽑으면 버몬트와 알래스카 주민의 표는 모두 무용지물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바로 선거인단 제도입니다.
이 방식을 택하면 버몬트와 알래스카 주민들의 표도 각각 3표씩 계산되기 때문이죠.
다음의 도표가 지난 2008년 대선 때 오바마와 맥캐인의 선거인 득표 결과입니다.

 

오바마 365표, 맥캐인 173표로 오바마의 압승이었죠.

 

미국 대선 도표에서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Democrats) 을 파란색으로, 공화당 (Republicans) 를 붉은 색으로 표시합니다.
그래서 민주당이 우세한 지역을 Blue states, 공화당 지역을 Red states 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죠.
그런데 가운데 네브라스카 주를 보면 빨간 지역이고 4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파란 동그라미 속에 1이 있죠?
원래 주별 투표에서는 승자독식 (Winner takes all) 방식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이긴 후보가 선거인단 표를 전부 가져가야하지만 Maine 과 Nebraska 두 개의 주만은 "퍼센티지로 나눠주기" 를 하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아휴~ 정말 가지가지 복잡하게들 하죠? -.-

한국에도 "무슨 무슨 당 표밭" 이라는 지역들이 존재하듯이, 미국에도 전통적으로 한 당만을 고수하는 지역들이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는 대표적인 Blue state 으로 모든 주들 중에 가장 많은 선거인단을 가지고 있지만, 공화당측에서는 거의 포기하고 있는 지역이죠.
반대로 텍사스, 오클라호마, 캔사스 등지의 중부지역은 전통적인 Red states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어느 한 당의 지지세력이 확고한 주들을 Safe state (안전한 주) 라고 부릅니다.
1996년부터 2008년까지 4번의 대선 평균을 내보면 다음과 같은 색깔 지도가 나옵니다.

 

미국 지역별 민심을 확실히 알 수 있죠?

 

그런데 지도를 보면 확실한 빨강도 아니고 파랑도 아닌 어중간한 색들이 군데군데 눈에 띕니다.
이런 곳들을 Swing State 라고 합니다.
마치 그네 (Swing) 를 타듯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한다는 뜻으로 확실한 지지당이 없는 주들이죠.
승자의 행방은 이런 Swing state 에서 점쳐지기 마련입니다.
어차피 양당 모두 전통적 표밭 (safe states)이 있기 때문에 Swing state을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가 중요한 것이죠.

미국 언론이 입을 모아 말하는 2012 대선의 승부처 Swing state 은 바로 오하이오입니다!
올해 대선에서 18표가 걸린 오하이오는 지도에서 보면 빨강과 파랑의 중간인 보라색으로 표시되어 있죠?
이번에는 민주당 쪽으로 조금 더 기울어지긴 했지만 확실한 파랑이 아니라 그네 타고 있죠.
많은 선거인단이 있기 때문에 이 곳을 차지하기 위해 오바마와 롬니 모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자동차 제조업에 의존하고 있는 오하이오는 지난 2009년 오마바가 실시한 자동차산업 구제정책이 주민들에게 호감을 샀기 때문에 민심이 오바마에게 돌아섰다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오하이오에서 조기투표를 한 사람들 중 63%가 오바마에게 투표한 것으로 알려져 민주당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1964년부터 지금까지 오하이오에서 패배한 후보는 당선된 적이 없다고 하니 두 후보 모두 필사적으로 지켜내야하는 곳이랍니다.

또 다른 대표적 혼전지역은 플로리다로, 이번 선거에서 29표가 걸려있습니다.
AP 통신에 따르면 플로리다에서 오바마가 승리할 경우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최소 선거인단 득표수인 270표를 넘긴 276표가 되어 당선이 유력하다고 합니다.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 유세 기간동안 플로리다를 가장 빈번하게 방문 (25회) 했다고 합니다.

이 치열한 전투의 Final Battle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폭풍전야인지, 오늘은 왠지 공기마저 조용하고 심지어 매일 동네 떠나가라 싸우시는 저희 이웃 중국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도 잠잠하시네요. ^^
제가 방~긋 웃는 얼굴로 여러분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여러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오늘은 정치나 미국 대선에 관심없는 분들이라면 지루한 얘기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