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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재미교포, '아빠 어디 가'를 보니 미국이 쓸쓸하다

by 이방인 씨 2013. 10. 15.

저희집은 Direct TV라고 하는 미국 케이블을 연결해 보고 있는데 한국의 지상파 3사를 비롯한 몇몇 채널들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지상파 방송은 한국보다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4주 정도 느리긴 하지만요.
일요일에는 저도 '아빠 어디 가'를 꼭 챙겨 보는데 아이들의 꾸밈없는 모습을 보면 신이 세상에 내려준 가장 큰 선물은 아이들이라는 말에 새삼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음... 그 말은 나도 한 20년 전까지는 신이 내린 선물이었다는 뜻인데 지금은...

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다섯 가족이 정기적으로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많이 친밀해진 것 같더군요.
원래 쉽게 친해지는 아이들끼리는 물론이고 아이들이 '삼촌'이라고 부르는 다른 집 아빠들과도 스스럼없이 손을 잡거나 껴안는 걸 보니 말입니다.
심지어 '삼촌'들에게 뽀뽀를 해 주는 걸 본 적도 있는데 미국에서 오래 살다보니 그런 장면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더라구요.

미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분이라면 어디선가 이런 주의를 들으신 적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no2   "미국에서는 남의 아이가 귀엽다고 함부로 쓰다듬거나 만지면 큰~일 난다. 아동 성추행으로 수갑차게 될 수도 있으니 말로만 예뻐해라."


맞습니다.
미국에서는 아무리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봐도 말로만 예뻐하는 것이 정상이죠.
저도 이때껏 수많은 아이들을 봤지만 단 한 번도 머리를 쓰다듬은 적조차 없습니다.
필요한 경우에 (아이의 안전을 위해) 손을 잡는다든지 하는 건 괜찮지만 그저 '아이가 사랑스럽다는 이유만으로' 신체적 접촉을 한다면 그 부모의 불쾌한 반응은 물론이거니와 정말로 경찰서에 앉아서 조사에 응하게 될지 모릅니다.

비단 아이들 뿐만 아니라 성인들끼리도 상호간에 침범하지 말아야 할 간격인 personal space를 지키지 않는 걸 비매너로 여기는 문화이다보니 원래부터도 신체적 접촉에 예민한 사람들이 미국인들이죠.

 


(www.worldnextdoor.org)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성인들 사이에서도 personal space 간격은 유지해야 합니다.

 

아동 성추행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점에서는 깔끔한(?) 문화라고 할 수 있지만 조금 쓸쓸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한국의 시골에서 자란 제 기억 속에는 어른들이 동네 아이들이 귀엽다고 머리도 쓰다듬어 주시고 과자 사 먹으라고 5백원씩 주시던 모습이 아직도 남아있거든요.
물론 그 이상으로 하던 어르신들은 그다지 좋은 기억은 아닙니다만. ^^;;

지금이야 한국에서도 모르는 아이는 함부로 만지지 않는 것이 예의겠지만
적어도 부모들끼리도 잘 아는 사이에서라면 어느 정도의 신체적 접촉은 가능하잖아요.
'아빠 어디 가'를 봐도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삼촌들의 무릎에 앉는다든지 등에 업힌다든지 해도 그 아이의 아빠가 불쾌해하는 모습은 전혀 볼 수가 없는데 그게 참 정겹더라구요.
물론 미국인들도 모든 아이들을 무척 예뻐하고 사랑하지만 (엄격하게 신체적 접촉을 금기시하는 것도 아동 보호를 위한 것이기도 하구요.) 아무리 부모들끼리 잘 알고 아이와도 친하다고 해도 다른 사람의 아이에게 신체적 접촉으로 애정표현을 하는 건 그야말로 상상도 못할 일이죠.

한 평생 미국에서만 산 사람들은 남의 아이란 원래 눈으로만 봐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외국문화를 경험한 미국인들은 느끼는 바가 있었나 봅니다.
싱가포르와 타일랜드에서 생활했었다는 미국인 엄마가 쓴 글을 보면 그녀는 아시안들이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이 더 마음에 들었다고 합니다.
길거리나 버스 안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고 장난도 치며 귀여워하는 모습에서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고 아이들도 매우 즐거워했다고 썼네요.
이 분의 글 밑에도 몇몇 미국 엄마들이 자신들이 생활해 본 외국에서 역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들이 아이들을 안아주고 놀아주는 걸 좋아해서 처음에는 익숙치 않았지만 나중에는 좋아하게 됐다고 말하고 있구요.
(원문은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http://www.incultureparent.com/2012/07/dont-touch-my-child-lessons-from-asia/)
참고로 이 분이 쓴 글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악기 연주를 가르치는 음악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손가락을 만지는 것도 금기시된다고 하니 영국의 사정도 미국과 비슷한 모양인데 다른 나라들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잠재적 아동 성범죄자들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 어쩔 수 없지요.

한국에서도 요즘 어린 아이들 키우는 엄마들이 제일 걱정하는 게 아동 성추행이라고 하는데 미국처럼 Don't touch my child!가 너무나 당연시되는 날이 머지 않았을까요...??
지옥불에 떨어져야 마땅한 놈들 때문에 모르는 아이도 아니고 바로 옆집 아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는 것조차 할 수 없다니 조금은 쓸쓸한 일이예요.
그런 죄인들에게는 최소한 가석방 없는 60년형 정도는 선고해야 될 텐데 말이죠!
'아빠 어디 가'로 훈훈하게 시작했는데 끝은 분노대폭발이네요.

여러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