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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월요일 새벽 순식간에 4천5백억을 날린 미국

by 이방인 씨 2013. 3. 13.

미국 날짜로 어제였던 3월 11일 월요일 새벽 2시에 말이죠......
미 전역에서 순식간에 4억3천만 달러가 증발해버렸습니다.
한화로 무려 4500억에 가까운 그 돈이 날아가는데 걸린 시간은 아마 한 1초쯤일까요.
어찌된 일이냐구요?
1년 중 가장 억울한 이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Daylight Saving Time (일광절약시간) 이 발동됐네요.

 

일광절약시간은 일출이 빠른 계절에 시계를 1시간씩 앞당기는, 한국에서는 썸머타임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 제도입니다.
한국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시행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미국은 아직도 하고 있습니다.
올해 스케쥴은 이렇네요.

 

 

미국의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시계는 일광절약시간 시행 날 새벽 2시가 되면 자동으로 느닷없이~! 3시로 바뀌어 버립니다.

덕분에 월요일 아침 사람들의 눈은 퀭~ 얼굴에는 짜증~ 졸려피곤해

 

이 잃어버린 1시간은 11월 3일에 선물같은 1시간이 되어 다시 돌아오긴 하지만 그렇다고 오늘의 억울함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ㅠ_ㅠ

일찍 떠오르는 태양을 이용해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취지와는 정반대로 오늘 뉴스를 보니 월요일 하루 미전역에서 4500억원이 날아가버렸다지 뭡니까.
스마트 기기들이 자동으로 시간을 바꾸면서 뭔가 오작동이 있었나 싶기도 하지만 그런 문제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어마어마한 금전적 손해를 본 이유는 바로.... 피로 (fatigue) 때문이라네요!!

Lost-Hour Economic Index에 따르면 일광절약시간을 시행하는 날의 수면부족과 피로함, 그리고 이에 적응하는 1-2일의 기간을 돈으로 환산하면 4천 5백억의 손해라는 것입니다.
Index에 따르면 1인당 가장 많은 손해를 본 곳은 West Virginia주의 Morgantown이라는 곳으로 한사람당 $3.38의 손해를 입었다네요.
미국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은 뉴욕/뉴저지/롱아일랜드 일대로 약 3백억이 날아갔대요~

매년 이렇게 손해가 큰데 왜 일광절약시간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요?
2008년 미국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일광절약을 시행하는 동안 미 전역의 전기 사용량이 하루에 0.5%씩 감소했습니다.
0.5%라니 시시하게 들리지만 워낙 사용량이 많다보니 0.5%라고 해도 무려 1.3빌리언 킬로와트로 이 정도 전력이라면 122,000가구의 1년치 소모량이라고 하네요.
게다가 또 다른 통계를 보면, 이 시기의 범죄율과 교통사고 발생율이 더 낮다고 합니다.

나쁜 놈들은 늦게 일어나나 봐요.   꺼져

 

피로로 인한 손해를 감수할 정도로 이득이 되기 때문에 시행하고 있긴 하지만 월요일 아침 너무나 절실한 1시간의 수면을 잃어버리는 사람들의 불평이 하루이틀은 계속 된답니다.
그리고 그들의 따가운 눈초리는 바로 이 남자에게 향하죠.

 



제 블로그 애독자시라면 이 사람 누군지 이제 아시죠????
100달러짜리 지폐의 얼굴, 벤자민 프랭클린입니다.

 

미국인들의 짜증이 그에게 향하는 이유는 바로 그가! 일광절약시간을 처음으로 생각해 낸 사람이기 때문이죠.
때는 1784년, 그의 나이 78세 시절의 일입니다.
당시 그는 파리에 살고 있었는데 그 시절 파리 사람들의 취침과 기상 시간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고 해요.
새벽 3-4시에 잠자리에 들어 정오가 되어야 겨우 일어나는 패턴이었다고 합니다.
프랭클린 역시 마찬가지 생활을 했었는데 어느 날은 3시에 잠자리에 들었다가 갑자기 들려온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6시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6시밖에 안됐는데 온 방안에 햇살이 들이치는 것을 보고 완전 깜놀!!
그 때 프랭클린은 깨달은 것이죠.
6시간 일찍 일어나면 햇빛을 쓸 수 있으니까 저녁에 그만큼 양초를 아낄 수 있겠구나!대박


그래서 그는 친구들에게 편지를 하나 썼는데 이것이 바로 후세에 남은 Daylight saving time letter 입니다.
Journal de Paris에 실렸던 이 편지는 다음의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 햇빛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창문 셔터를 내려놓은 집에 세금을 물려야 한다.
- 양초 사용량은 1가구당 1파운드로 제한해야 한다.
- 의사들과 산파들을 제외한 이들의 저녁시간 통행을 금지해야 한다.
- 일찍 일어나지 않는 게으름뱅이들을 깨우기 위해 아침마다 교회의 종을 울리거나 대포를 쏘아야 한다.


흐음~ 그런데 여러분, 읽어 보니 어딘지 조금 이상하지 않아요?
벤자민 프랭클린은 뛰어난 외교관이자 정치인이기도 했지만, 이중 초점 렌즈와 피뢰침을 발명할 정도로 천재였는데 그런 사람이 제안한 것 치고는 말이 안되는 내용이잖아요.

알고 보니 벤자민 프랭클린은 친구들에게 쓴 이 편지에서 완전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이었답니다.
어느 날 새벽에 깨어 보니 해가 이렇게나 높이 솟아 있더라~ 그러니 그 동안 우리가 얼마나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며 살아온 것이냐~ 하면서 우스개 소리를 한 것이죠.
그런데 후세 사람들은 농담을 죽자고 받아들여 Daylight Saving Time을 실제로 만들어버렸네요.....
물론 그 당시에 바로 시행된 것이 아니라 1895년 뉴질랜드의 곤충학자가 정식으로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나쁜 놈들은 늦게 일어나고 곤충학자들은 부지런하구나...그랬구나

하지만 그의 제안 후에도 바로 시행된 것이 아니라 제 1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세계 경제상황이 악화되자 절약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에 비로소 시작했답니다.

자, 그러니까 이제 저는 누구를 원망해야 할까요?

부글부글프랭클린인가, 곤충학자인가, 1차 세계대전인가....

 

분명히 늘 일어나는 시간에 일어났는데도 피곤합니다요. -.-^
피로가 얼마나 큰 금전적 피해를 야기시키는지 잘 아셨죠?
그러니까 여러분, 충분한 휴식 취하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