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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우리 엄마가 분석하신 "미국 부부들이 사이 좋은 이유"

by 이방인 씨 2014. 11. 3.

일 오후 퇴근 무렵, 우리 동네에서 매일 같이 볼 수 있는 한 부부의 모습이 있습니다.

 

이 40대 중반의 부부는 매일 출퇴근 길에 이렇게 손을 꼬~옥~ 잡고 다닙니다.


한창 깨가 쏟아지는 신혼도 아니고, 함께 산전수전 다 겪어 동지애가 쌓인 황혼도 아니 건만, 뭐가 그리 애틋한지 손을 놓는 법이 없습니다. 심지어 섭씨 40도까지 치솟는 캘리포니아의 한여름에도 손을 잡고 걷더라구요. 더 놀라운 사실은...


이들은 20년째 같은 직장에 다니고 있어요!!!


즉, 이 부부는 거의 24시간 내내 붙어 있다는 거죠. 한순간도 옆에서 사라지질 않는 배우자에 지칠 법도 한데 이들은 언제 봐도 '암수 서로 정다운 꾀꼬리 한 쌍'이랍니다. 비단 이 부부 뿐만 아니라 미국에는 깨가 쏟아지는 중/노년 부부들이 많더라구요.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대로 백발 성성한 노부부가 여전히 키스를 하며 틈만 나면 "사랑해" "나도 사랑해"를 속삭이는 광경도 심심찮게 볼 수 있으니까요.

나이가 들수록 애정표현을 남사스럽게 여기는 한국인들과 달리 신체접촉이나 감정표현에 거침 없는 미국인들이라 늙어서도 부부 사이가 저리 좋은가 보다 생각했었는데 저희 어머니께서는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으셨습니다.


미국의 중년/노년 부부들이 사이 좋은 건
자식들
떠나 보내고 둘만의 삶을 살기 때문이야.


어머니 말씀인 즉, 성인이 된 자식들 뒷바라지하는 게 당연한 한국인들과 달리 미국인들은 자녀가 독립해서 나가면 그 때부터는 온전히 부부 둘 만의 삶이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부부가 서로에게 집중하고 단 둘이 삶을 공유하는 시기가 다시 찾아온다는 뜻이죠.

물론 모든 미국 자녀들이 만 18세가 되면 집을 떠나는 것도 아니고, 독립한다고 해서 부모와의 교류가 끊기는 것도 아니지만 부모의 인생에서 자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제 주변에도 아직 부모님과 함께 사는 미국인 친구들도 있고, 부모와 가까운 곳에 사는 친구들도 있지만 성년이 되고 정신적으로 독립할 시기가 지나고 나면 부모님과 가까이 있다고 해도 독자적인 삶을 사는 게 보통이더라구요.

얼마 전에 버스를 기다리면서 우연히 만난 미국인 아주머니가 저희 집 근처에 있는 요리 학교에 다니시는 덕분에 같은 버스를 타고 오면서 한 20분 간 수다를 떨었는데 아주머니에게는 24살, 22살의 두 딸이 있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요즘 아주머니는 아이들이 빨리 집 떠나 독립하기만을 기다리고 계시대요. 딸들과 한 집에 사시는 게 불편하시냐 어쭈었더니 이런 대답을


난 내 아이들을 좋아해.
하지만 이제 그 아이들이 날아갈 시기가 됐어.
난 다시 나만의 인생을 살 준비가 됐거든.


죽는 날까지 자식들을 위해 사는 부모님들이 여전히 많은 한국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고백이죠? 미국에서 15년을 사신 저희 부모님도 부부 두 분의 삶보다는 자식들을 포함한 4인 가족의 삶을 더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자식들이 다 서른을 넘겼는데도 놀러갈 때 같이 가고 싶어하시고, 일요일에는 꼭 한 식탁에서 식사를 하고 싶어하시는 저희 아버지와 아직도 자식들의 모든 일을 당신 손으로 해 주고 싶어하시는 본능(?)이 강하신 저희 어머니를 보면요.


자식들과 함께하고 싶어서 그러신 건지,
부부 단 둘만의 시간을 가져 본 지 너무 오래라 어색해서 그러시는 건지 원...


아직도 저를 보살펴 주시는 어머니를 보면 죄송하기도 하고, 어머니도 자식들 말고 다른 관심사를 가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막상 저희 부모님이 미국 부모님처럼 So So Cool~ 하게 "이제 내 인생은 나의 것, 네 인생은 너의 것이다! Good Luck~" 하시면 은근히 서운할 것 같아요.

여러분의 생각은???

신나는 한 주의 시작,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