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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 친구를 식겁하게 했던 한국산 좋은 물건 한 가지!

by 이방인 씨 2013. 2. 20.

제가 한 때 문화강좌 열~심히 들었다는 사실, 애독자분들이라면 알고 계시겠죠? ^-^
오늘은 당시에 듣던 조각/조소 강의 시간에 있었던 일화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듣고 큰 웃음 터지셨던 이야기인데, 제가 깜빡 잊고 있다가 어제 우연한 계기로 생각났네요.

어느 날은 조소시간에 철사를 재료로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Chicken wire 라고 해서 이런 망 형태로 짜여진 철사인데 닭장을 지을 때 많이 쓴다고 치킨 와이어라고 부른다고 하더라구요.

 

 

이 철사를 잘라서 각자 원하는 작품을 만들어야 했는데, 플라이어로 끊으면 잘린 단면이 엄청 날카로워져서 맨 손으로 만지다가는 상처가 나기 일쑤더라구요.
그래서 몇 번 가볍게 피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서 불평을 했더니 어머니께서 부시럭 부시럭 장갑을 하나 찾아주셔서 그 다음 시간에는 장갑을 챙겨서 갔습니다.

장갑도 꼈겠다 신나게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데, 갑자기 제 옆에서  헉하는 숨 죽인 비명이 들리는 게 아닙니까?
그 시간에 가장 저랑 수다를 많이 떨던 친구, 저에게 7살 어린 남자를 소개시켜주겠다고 하던 그 아저씨 친구가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은 얼굴이 되어 있더라구요.


 

왜 그러세요? 왜 그렇게 놀라세요?

Oh my God... 도대체 사람 식겁하게 그런 장갑은 어디서 구해온 거야?! 간 떨어질 뻔 했네.

 

뭥미  그런 장갑이라니요.. 말씀이 지나치시네요. ㅋㅋㅋ 이게 어때서요...

 

철사로부터 손을 보호할 수 있는 빨간 목장갑이예요!!

 

저희 어머니가 마당 일을 하실 때 끼시려고 한인 마켓에서 사다 놓으신 거였지만 보통 미국 철물점이나 마켓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물건이거든요.
생전 처음 이렇게 손바닥에 온통 빨갛게 칠해진 장갑을 옆에서 곁눈질로 본 아저씨는 다른 데는 다 하얀데 손바닥만 시뻘거니까 손에서 나온 피가 흥건히 배었다고 생각하실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뜨악~ 하고 놀랬다가 다시 자세히 보니 다행히 피는 아니었던 거죠. ㅋㅋㅋㅋ

 

여긴 왜 이렇게 빨간 게! 발라져 있는 거야??

글쎄요... 저도 몰라요... 암튼 한국에서 거친 일을 할 때 끼는 장갑이예요.

 

해외토픽은 순식간에 교실을 돌고 돌아 교수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다.
문화 강좌 들어본 분들은 알겠지만 학생 수도 열댓명 밖에 안 되고 교수님과도 돈독한 친목을 자랑하잖아요.
다들 제 옆으로 우르르 몰려와서 한 마디씩 거들고, 만져 보고, 신기해 하더라구요.
그들이 신기해할 만도 한 것이 보통 미국의 작업용 튼튼한 장갑은 이렇게 가죽으로 만들어져 있거든요.

 

 

저희 어머니도 처음에는 미국 상점에서 이런 장갑을 사다 쓰시다가 한인 마켓에서 빨간 장갑을 발견하시고는 '역시, 장갑은 빨간 장갑이지!' 하시며 사오신 거였죠.
제 짐작으로는 미국인들 중에서는 제 친구들처럼 빨간 목장갑을 한번도 못 봤던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한인 타운 근처에 사는 미국인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요.

외양은 조금 호러스러울 수 있지만 한번씩 껴보더니 그 편안함에 눈을 뜬 것 같더라구요.
미국식 가죽 장갑은 손에 딱 맞지도 않을 뿐더러, 가죽의 특성상 조금 뻑뻑하고 손을 움직일 때 거추장스럽거든요.
그래서 그 조소시간에 다른 친구들은 그냥 맨손으로 하거나 아니면 겨울에 방한용으로 끼는 장갑을 끼고 철사작업을 하더라구요.
그런데 한국산 빨간 장갑은 보호해야 하는 손바닥에만 코팅이 되어 있을 뿐, 그 밖의 부분은 일반 장갑과 똑같아서 신축성이 좋고 손에 잘 맞잖아요.
덕분에 섬세한 작업도 가죽 장갑보다는 쉽게 할 수가 있더라구요.
어머니가 마당을 가꾸실 때 왜 굳이 빨간 장갑을 끼시는지 그제서야 알게 되었답니다.

오키

사소하다고 할 수 있을 물건이지만, 편리함에 있어서는 단연 돋보이는 아이디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만 손바닥에 바르는 그 물질이 무엇이든간에 다른 편안한(?) 색상으로 나오면 더 좋을텐데 말이죠. 
빨간색은 미국 친구들에게 장난칠 때 쓰면 잘 먹힐 것 같았습니다. ㅋㅋㅋ
할로윈 코스츔을 입을 때 그 장갑을 곁들이면 훌륭할 것 같아요.

집에 와서 빨간 장갑을 찾아주신 어머니께 이 이야기를 전해 드렸더니 빵 터지셔서 한참을 웃으시더라구요.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