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 백화점에 갔었습니다.
사람들이 어찌나 많던지 이 지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인파 구경을 하다 왔네요.
1년 중 딱 이맘 때만 볼 수 있는 교통안내요원의 모습입니다.
평소에는 붐빌 일이 없어서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없지만 사람들이 몰리는 연말에는
이렇게 형광조끼를 입은 교통안내요원들이 나타나죠.
입구에는 커다란 wreath를 걸어 두었는데 자세히 보니
잠자리??
크리스마스에 잠자리가 뭐야~ 장식 센스 없구만!
생각하고 안으로 들어갔더니...
곤충 친구들로 뒤덮힌 거대 트리가 있더군요.
아~ 문 앞의 잠자리는 예고에 불과했구나...
Tree니까 곤충들이 많이 날아와 앉을 것이라 생각해서 그런 컨셉으로 꾸민 모양인데~?
2층에 올라가서 자세히 보니
아하~! 숲 속 커다란 나무의 집을 만든 것이었군요.
나무 밑동에는 집이 있는 구조네요.
요정의 집일까? 하고 들여다 보니~?
난쟁이족의 집이었습니다.
서양의 옛날 이야기 속에서 난쟁이족은 온갖 금은보화를 가지고 있는 존재로 나오죠.
나무 밑동 집 안에는 화려한 장식이 많았는데 주변에 아기를 데리고 온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제가 끼어들어 사진을 찍을 형편이 못 되었답니다.
이것 좀 보세요!
면적이 넓고 인구가 적어 인구밀도가 낮은 이 지역에서는 이런 인파를 보는 일이 정말 드뭅니다.
오랜만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 속에 있었더니 정신 없더라구요.
기다리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줄이 트리를 한 바퀴 돌고도 또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쇼핑도 안 하고 묵묵히 이 긴 줄에서 기다리는 것은 무엇일까요?
산타 할아버지!!
사람들이 없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줌을 당겨 황급히 찍었더니 초점이 안 맞았네요.
크리스마스 시즌에 백화점의 거대한 트리 앞에 자리잡고 있는 산타클로스를
Mall Santa 혹은 Santa at the mall이라 하는데 아마 미국 전역의 쇼핑몰에서 볼 수 있을 거예요.
(google image)
어느 몰이나 (아마도) 예외없이 거대한 트리 앞에 산타클로스가 앉아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 앞에 길~~~게 줄 서 있는데 목적은 단 하나!
산타와 사진을 찍기 위해서입니다.
산타 무릎에 앉은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주려는 부모님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죠.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미국 아이들이라면 어릴 때 이 사진 한 번쯤은 다 찍어 봤을 거예요.
이렇게 산타와 아이가 찍은 사진으로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어
친척과 지인들에게 보내는 부모님들도 많습니다.
저도 그런 카드를 받아 본 적이 있는데 나름 귀여워요.
한 번은 미국인 친구가 아직 돌도 안 지난 아들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산타와 찍은 사진이라며
크리스마스 카드를 무려 100장이나 찍는 걸 목격했었답니다.
제가 갔던 백화점에도 역시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님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어요.
다시 위로 올라가서 줄 서 있는 사진을 한 번 보세요.
입에 공갈 젖꼭지를 물고 유모차에 타고 있는 아이도 찍혔더라구요.
걷지도 못하는 갓난 아이부터 아장아장 걷는 꼬꼬마들, 그리고 제법 큰 초등학생들까지
사진 찍는 걸 잠시 구경하고 있는데~ 있는데~
어익후~ 이 분도 아직 동심을 가지고 계시군요.
보통 아이들은 산타 할아버지 무릎에 앉지만 산타클로스의 남은 일정을 위해서
이 분은 그냥 옆에 앉는 게 좋겠죠.
트리를 한 바퀴 감싸고도 모자라 길게 늘어선 줄임에도 그 사진 한 장을 위해 다들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동심이 사라진지 오래라 산타와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도 없고 설령 있다 해도 저 줄에 서 있을 자신이 없어 발길을 옮겼습니다.
트리와 세트인 듯 통일성을 갖춘 장식들이 몰 전체에 가득하더라구요.
슬슬 구경하며 걷고 있는데~ 있는데~
으잉~?!
못 보던 회전목마가??
제 기억으로는 이 회전목마는 평소에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산타와 사진 찍으러 오는 아이들이 많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잠시 가져다 놓는 것 같습니다.
제가 백화점에서 일을 다 마치고 나올 때 슬쩍 보니 여전히 유모차 군단의 줄은 끊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추억거리를 선물하려는 부모님들의 마음이겠죠.
나 자신을 위해서는 귀찮아 할 일도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할 수 있는 게 부모님 사랑인가 봅니다.
인류를 위해 희생하신 신의 아들! 그리고 돈 받고 일하는 산타라는 걸 다 알면서도개의치 않고 아이들을 위해 줄서서 기다리는 부모님들!
역시 크리스마스는 사랑이군요!
여러분도 사랑스러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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