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거리에서 노숙자를 한 명 보았습니다. 깡마른 몸을 하고 벤치에 앉아 음료수를 하나 먹고 있더라구요. 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미국에서는 '집 없는 이'라는 뜻으로 "Homeless"라 부르는데 제가 사는 도시에서도 간혹 볼 수 있습니다. 그나마 소도시이기 때문에 많지 않을 뿐, 번잡한 도시로 나가면 그 수도 많아집니다. 제가 방문해 본 대표적 도시인 샌프란시스코, L.A. 뉴욕 세 곳에 모두 홈리스들이 많더라구요. 한국에도 서울에 노숙자들이 많은 것과 비슷하달까요.
(photo from google image)
저는 홈리스입니다.
가족도 없고 지원도 받지 못 하고 있어요.
건강도 좋지 않구요.
동정을 베풀어 주세요.
정말 도움이 필요합니다.
미국의 홈리스들은 대부분 이렇게 메세지를 적은 카드보드를 들고 도움을 기다립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거리에 앉아 있거나 차들이 신호대기하고 있는 도로 옆에 서 있지요. 저도 이런 메세지를 보여 주는 홈리스를 만나면 적은 금액이지만 돈을 주곤 합니다. 대학 시절에 만난 한 교수님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데요. 홈리스들 때문에 제자들 앞에서 화를 내시다가 급기야 눈물까지 보이신 그 분의 이야기를 오늘 들려 드릴까 합니다.
'젊은이'는 지혜보다는 어리석음이, 겸손함보다는 방자함이 더 어울리는 단어죠... 겨우 고등학생 티를 벗은 그 시절 저와 동급생들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이제 와 생각하면 그 때 벌써 머리가 희끗희끗하시던 교수님의 눈에는 저희가 귀엽기도 했겠지만 한심하기도 했겠죠.
어느 날 수업 중 토론을 하다가 Homeless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나이가 많지 않은, 겉으로 보기에는 건강해 보이는 Young homeless들에 대해 집중하기 시작했죠.
학생 A: 늙고 병든 homeless들은 다른 방법이 없으려니 하고 이해라도 하겠어요.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그러는 건 한심할 뿐이예요.
학생 B: 맞아요. 하루 종일 거리에서 구걸할 정도라면 어디 가서 청소 일이라도 할 수 있을 텐데 안 하잖아요. 그런 사람들에게는 돈 한 푼도 줄 마음이 안 생기는 걸요.
학생 C: 게다가 돈을 주면 술이나 마약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오히려 해가 되는 거 아닌가요?
손 들고 적극적으로 성토를 하지는 않았지만 저도 속으로는 그들의 말에 동의했습니다. 누군가 돈을 주면 바로 술 사먹으러 가는 홈리스들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고, 그들 중에는 정부 지원금을 받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죠.
학생들의 이야기가 다 끝나자 교수님이 천천히 입을 떼셨습니다.
교수님의 진심어린 반론에 저희들은 모두 조용히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답니다. "한심하다고 비난하고 싶을 뿐인지도" 모른다는 지적에 뜨금하기도 했죠. 말로든 마음으로든 남을 비난하는 건 참 쉽습니다. 아마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일지도요. 남을 이해하는 것은 참 어려운데 말이죠...
홈리스를 볼 때마다 그 교수님이 떠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이해 못 할 바에야 비난도 하지 말자'는 결심을 (실행이 힘들긴 합니다만 ) 새삼 해 보기도 합니다. 비단 홈리스에게만 적용되는 말은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죠.
모두 행복한 하루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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