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어제 그런 일이 있었답니다. 저 자신에게 실망을 느낀 순간이요.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만 여러분께도 들려 드릴게요.
어제 식당에서 세 명의 흑인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부터 어찌나 큰 목소리로 떠들던지 절로 눈길이 가더라구요.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이런 광경이...
(웹에서 구한 사진이라 초상권 보호를 위해 얼굴을 가렸습니다.)
목소리 만큼이나 덩치도 큰 세 명의 African-American들이 들어오더니 세 명이 하나같이 다리를 쩍~벌~하고 자리에 앉더라구요. Bling Bling한 것은 물론이고 셋 중 가장 덩치가 큰, 아무래도 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은 Golden grill을 끼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런 거죠.
제 가까이에 앉은 그들을 보고 솔직히 쫄.았.습.니.다. (이것보다 더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 하겠네요.)
그래요, 저 무서웠어요!
대략 저런 모습을 한 사람들이 범죄 뉴스에 등장하는 나라에 살고 있으니 별 수 없노라고... 변명해 볼까요? 게다가 미국에서 십 수년을 보냈어도 제가 사는 지역은 흑인 인구가 적기도 하고, 제 주변에 없기도 해서 저런 광경은 낯설거든요.
어쨌든 저는 얌~전히 다시 고개를 돌렸지만 이들이 계속 큰 소리로 떠들었기 때문에 귀는 편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Fxxx이 들어가지 않으면 문장이 완성이 안되더군요. 자기들끼리 한참 웃고 떠들더니
그 황금니를 한 사람이 제게 "YO, DON'T FXXX UP!" 하는 겁니다.
노...노력해 볼게...요.
가장 쉬운 "안녕"을 가르쳐 주자 그 덩치의 사내들 세 명이 전부 "아녕" "안넝" "안영" 하며 연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광경을 보고 어찌 웃지 않으리오. 그렇게 짧지만 강렬했던 조우를 마치고 혼자 생각해 보니 미안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더군요.
이 일화 하나만 가지고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는 없을 겁니다. 겉모습만 보고 껄렁(?)한 사람들이라 생각해서도 안 되지만, 제 예상보다 편안하고 재밌는 대화를 잠깐 나눴다고 해서 선량한 사람들이라 단정지을 수도 없죠. 그들은 그야말로 제가 "모르는 사람들"이었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저는 속으로 그들을 두려워했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말이예요!
예전에 학교 다닐 때 봤던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이 생각납니다. 아마 전에도 소개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The Color of Fear>라는 작품으로, 미국내 인종간의 갈등과 차별을 다룬 수작입니다. 백인,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이 모여 솔직한 토론을 하는 내용이죠.
대화 중 토론에 참여한 흑인이 이런 요지의 발언을 합니다.
저도 꼬집혀야겠습니다. 미국으로 이주한 뒤 인종의 구분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인종차별적 사상을 가진 사람들을 싫어했는데! 씁쓸하게도 아직 갈 길이 머네요.
여러분 자유로운 하루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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