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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ything & Everything

만으로 꽉 채운 15년의 미국 이민 생활을 돌아보다

칠 전 어린 시절 고향 친구와 오랜만에 수다를 떨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다 문뜩 제가 물었죠.

방인 씨: "우리 도대체 얼마나 못 본 거야? 내가 한국 갔다 올 때 봤으니까 그게 벌써 8년 전이네."

친구: "벌써 그렇게 됐나? 우리 다음에 만나면 서로 늙어서 못 알아보는 거 아냐? 그러고 보니 너 이민간지도 꽤 됐네."

방인 씨: "그러게 말야. 만으로 꽉꽉 눌러서 15년 지났다."

친구: "그래, 15년 동안 외국에서 살아 보니 어떻든?"

방인 씨: "글쎄~ 흐음... 그게..."


툭 던진 친구의 질문에 저는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습니다. 15년 간의 이민 생활 소회를 한마디로 정리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죠. 친구와 대화를 마친 뒤 잠시나마 돌아보았습니다. "이민"이라는 사건이 과연 제게 어떤 의미였는지를요. 독자들 중에 미국 생활에 흥미가 있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몇 가지를 여러분과 공유할까 합니다.

 

 


미국 이민 생활, 가장 좋은 점은?


시야가 넓어집니다.


큰 나라는 땅만 큰 것이 아니더군요. 사람이면 사람, 자원이면 자원, 문화면 문화, 부족한 것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 가끔은 '과잉'이라는 말을 쓰고 싶을 정도죠. 대학 시절 유럽 출신 교수님이 한 분 계셨는데 그 분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이 나라 (미국) 국민들은 '결핍'이라는 것을 모른다."


비단 경제적인 풍요로움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풍부한 문화야말로 어쩌면 미국의 가장 큰 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Different people, different ways.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방식들.


라는 말이 참 진리로 느껴지는 곳이 바로 미국이란 나라죠. 제가 이 나라에 와서 받은 문화 충격을 일일히 열거할 순 없지만 그로 인한 제 운명의 변화는 둘 중 하나일 겁니다.


수명이 줄었거나 늘었거나


100명이 모이면 100개의 다른 의견이 나올 수도 있는 이 나라에서 다양한 인종, 민족, 문화를 경험하며 살다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 시야가 넓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시야의 확장은 곧 사고의 확장으로 이어지기 마련이죠.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었네!
헐~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었구나!
OMG~ 이건 상상도 못한 일인데?!
흐음~ 이렇게 저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구나~
와우~ 나와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단 말야?!


하는 일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어느새 저의 내면의 세상도 천지개벽했죠. 그 결과로 제 명줄이 짧아질지 길어질지는... 신만이 아시려나요...? 하지만 저는 그것이야말로 15년 간의 미국 생활이 제게 의미하는 바가 아닐까 합니다. 요컨대...


"이민"이라 쓰고 "세계관의 변화"라고 읽는다.



미국 이민 생활, 가장 나쁜 점은?


식욕불만족


'뭐야, 이 김 빠지는 시시한 대답은?' 이라 평가절하할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제게는 실로 중.차.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습니다.


끼니는 소중하니까요.

웃음기 싹 뺀 방인 씨


15년을 살았으면 미국의 식문화에 혀를 정착시킬 법도 한데! 실제로 미국 음식이 더 맛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는 그렇지 않더군요.


한국 음식 킹왕짱
한국 간식 Forever


강산이 한 번하고도 반 변할 동한 외국에서 살다 보면 절감하게 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때로는 사소한 줄 알았던 것이 가장 중요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죠. 언어의 장벽, 문화의 장벽, 인종 차별, 정서의 불일치 등등 누구나 예상하고 이미 각오하고 온 큰 어려움들은 살다 보면 아무렇지 않아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음식만은... 날이 갈수록 더욱 더 중요해질 뿐입니다.


한국 음식 먹고 싶은데 못 먹으니까
계속 식욕불만족이 쌓이고 쌓여 폭발할 지경이예요!!

저...저만 그래요???


어쨌든 오늘도 저는 마음 속 일기장에 먹고 싶은 한국 음식의 이름을 하나 하나 적어 봅니다.

닭갈비, 회냉면, OO 치킨, 오징어 물회, 고구마 무스인지 뭔지가 들어간 그 피자,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초록색 포장지에 쌓인 우유맛 아이스크림 바, 조개 구이, 연포탕, 그 뭐더라.... 단호박찜이랑 같이 먹는 오리 구이 같은 거,

아아~ 한국 음식을 너무 못 먹었더니
뇌세포가 굶.어.죽.은. 게. 틀.림.없.어.


 

미국 이민 생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한국인이 외국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같은 한국인이다" 라는 씁쓸하지만 전혀 근거가 없다고 할 수만은 없는 뼈 있는 우스개도 있지만 저의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 본 답은 이겁니다.


다 안다는 착각


이민 와서 6개월까지는 모든 게 새롭고 낯설며, 재밌고 두렵습니다. 정신 없이 지내다 보면 6개월쯤은 훌쩍 가버리죠. 그리고 1년쯤 지나면 편안해지기도 하며 적응했다 느끼게 됩니다. 2-3년차에 접어들면 어느덧 매일 똑같은 일상이라는 것이 생기고 즈음하며 '향수병'이 찾아오기도 하죠. 그 시기도 넘기고 4-5년이 되면 '이 정도면 나도 미국을 안다'는 대단한 착각에 빠지게 되구요. 그러~나! 또 몇 년만 지나고 보면 이것은 착각이 아니라 망상에 가까운 오만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깜깜한 밤에 부끄러움에 홀로 이불을 발로 뻥뻥 걷어차는 순간이 오죠.

이쯤에서 여러분께 고해성사할 것이 하나 있다면...


저도 여전히 미국에 대해 배우는 중이예요.


미국 블로그라고 열어놓고 글도 많이 써놓은 인간이 이런 무책임한 발언을 하다니! 배신감을 느끼는 독자분들이 계실 지도 모르겠으나 사실이 그런 걸요. '이제는 정말 다 알아냈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또 생경한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미국이라는 나라네요. 한마디로 정의내리기 불가한 샐러드볼의 정수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이제는 미국인들조차 무엇이 진정한 미국이며 미국 문화인지 의견일치를 보기 힘들다고 하니까요.

저 역시 다 안다고 착각하지 말고 나와 다른 성향, 문화, 가치관, 신념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보고 느끼며 잘 어우러져 살아야겠다 묻어가야겠다 생각을 해보는데 역시... 쉽지만은 않습니다.


이런 종잡을 수 없는 샐러드 같으니라구!


다 먹어버리겠다~~~


오늘도 역시 기승전(食)이었네요.
여러분 신나는 하루 유후~


※ 이 글은 어디까지나 개인적 경험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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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숍 2014.11.14 00:51

    저는 미국 생활 2년차에요. 가끔 이방인님 블로그에 들어와서 이것저것 많이 배워 가는데 오늘 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네요. 저도 한식 매니아라서 가끔 침대에 누워 생각할 때 먹고 싶은 한식이 왜 그렇게 많은지 ...ㅎㅎ 한국서 파는 과자도 먹고 싶고 ... 저는 먹는 것 생각하면 끝이 없더라구요.

    저는 이제 겨우 2년차라서 여전히 모르는 것도 너무 많고, 게다가 언어적 문제도 있고 밤에 집에 들어와 저의 실수에 대해 생각하면 부끄러움에 쥐구멍이라도 파서 숨고 싶은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에요 ㅎㅎㅎ

    오늘 글 잘 읽고 갑니다~~

  • 상추이뽀 2014.11.14 01:04

    15년이라.... 방인님은 대략 20세기와 21세기가 분명히 다른 삶을 사시는군요. 예전에 지인분이 미국유학생활 8년만에 you're welcome의 뜻을 이해했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만큼 미국이라는 나라를 모르겠다는 의미겠죠. 앞으로도 많이 알아가시면서 좋은 글도 부탁해요. 거기도 추운가요? 쌀쌀한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구요. 이 지겨운 감기는 여전히 제게 머물러 있네요.ㅜㅜ

  • Coke:00 2014.11.14 06:11 신고

    지금 미국에 있는데 한국음식 그리운건 진짜 어떻게 못하는거 같아요 ㅋㅋㅋㅋ

  • D펜스 2014.11.14 09:22 신고

    맞아요 미국에 제친구도 오래 있엇는데 먹는 문제는 정말 힘들대요 ㅋㅋ 한국 음식이 짱이라고 ㅎㅎ

  • Kasca 2014.11.14 14:12 신고

    저도 잠깐 나가있었을 때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우리나라만의 양념맛(?)이 있는 음식이 그리웠던 적이 있었어요^^
    한인타운 중국집 김치가 양배추김치라 이건 무슨 맛이지 독특하네라고 먹었던 적도 있고...
    김치가 여기선 수입음식이지라는 걸 깨달은 순간 뭔지 모를 기분도 들었구요 ㅎㅎ

    다행히 제 입맛이 현지음식에 적응이 잘 돼서 한식을 못 먹는 날이 길어져도 금단현상 같은 건 없었지요 흐흐

    그리고 한국에서 나고자란 한국사람도 막상 누가 물어보면 자기 동네만 알지, 모르는 게 많다고 생각해요~

    나라가 크든 작든
    그 나라를 잘 알려면 반평생은 살아보고 돌아다녀봐야 조금 트인다는 말이 기억이 나네요.
    넓은 나라는 그만큼 더 오래 걸리겠지만요 ㅎㅎ

    먹는 얘기가 나와서
    공감이 더 된 것 같아요~

  • 2014.11.14 15:00

    전 방인님이나 다른 분들만큼 오래 있어본 적이 없어서 긍가....
    이민생활의 애로사항이 음식에서 폭발하시는 듯 하네요ㅠㅠ

  • 지나가다 2014.11.14 15:24

    내가 보던 세상과는 조금 다른세상을 보니 넓게 보이겠죠.
    적응 됐다 착각하는 경우가 생길수 밖에 없는것 같아요.
    제일 중요한건 음식이죠. 전 밥과 빵은 별개 라고 생각해요.
    빵은 간식이니까요. 한국에 있지만 이방인님이 열거한 음식들 못 먹어
    본게 많네요. 나중에 몇개는 먹어봐야겠어요.
    리뷰 잘보고 갑니다. ㅋㅋㅋ

  • 라비 2014.11.16 12:58

    처음 미국가서 뷔페식당 갔을때...주방안쪽에서 김치를 담그고 있던 흑인 아줌마??분위기가 묘했었다는~~검은 손으로 하얀 배추를 버무리고 있는 모습이 참 신기하기도 하고~~미국 음식들 넘 조아라 하지만...2~3일 지나면 뭔가 매콤한 한국식의 매운맛을 찾게되는걸 보면...어딜가서 살아도 이 입맛이라는거...바꾸기가 힘들듯 하네요~~앞으로의 15년도 화이팅~~

  • 배하윤 2014.11.18 19:29

    질문요. 시야가 확장된 삶과 한국음식이 풍족한 삶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걸 고르실것같아요? 저도 외국 2년 살면서 요 두가지에 너무 공감하기에 여쭤봅니다~^^

  • 어린 아이 2014.11.19 04:47

    아~ 저도 한국음식 먹고싶어요. 아이스크림도 먹고 싶고요. (근데 그때까지 잘 참을 수 있을까?) 한국가면 먹고싶은거 다 먹어야지!

    "다 안다는 착각" 맞는 말 같아요. 저도 처음엔"뭐가 뭐지? 신기하네?" 하면서 지내다보니 6개월이 가버렸어요. 1년쯤 지나니까 편안하고, 3년이 지나니까 한국같아요. 6년쯤에는 "미국사람 다 됐네" 했.........는데 아니더라고요. 제가 생각했던게 틀렸더라구요. 아직도 모르겠어요.

  • 2014.11.19 19:39

    비밀댓글입니다

  • 삐딱냥이 2014.11.20 01:35 신고

    핫핫... 미국생활이 거의 딱 절반인데, 공감하고 갑니다~ *^^*

  • 연리지 2014.11.20 02:45

    이방인님 안녕하세요! 진짜 오랜만에 댓글다네요 ㅜ.ㅜㅋㅋ 저도 해외생활 3년차인데 한국음식이 제일 고파요.. 계절마다 먹고싶은것도 달라지구요! 최근까진 가을전어가 그리 먹고싶더니 요샌 군고구마 붕어빵 호떡이 그리 땡기네요..ㅜ.ㅜㅋㅋ

    전 뭐든지 풍족한 미국과는 달리 아주작은 도시국가인 싱가폴에 살아서 그런지 여전히 답답하고 벗어나고싶고 그러네요..^^; 오늘 하루도 화이팅하세요!

  • brian 2014.11.20 12:17

    아~ 저는 호주 이민왔는데 음식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네요. 물론 한식당들 많지만 한국에서 먹는 그맛과 동 떨어진 맛이라~.. 음식, 심심함 그게 젤 크네요

  • 2014.11.22 13:37

    비밀댓글입니다

  • 승훈 2014.11.23 20:24

    서주 아이스크림이 맞겠네요.

  • 소소 2014.11.24 19:08

    서주 아이스주,,,옥션에서 파네요..ㅋㅋㅋ

  • 영아 2014.11.26 16:48

    안녕하세요. 이방인님을 통해서 미국 생활 엿보기응 하고 있는 서울에 사는 사람이예요. 제 신랑은 한국계 미국인인 재미교포예요. 태어나서 미국에서 쭉 살았던 신랑으로 부터 미국 문화에 대해서 많이 배우는데요. 저도 미국 생활 조금은 해서 공감도 되고 배워가고 있어요. ㅔ가 알게된 분이 있는데 호주에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살다오고 LA에 3개월 살다 왔다는데 호주 사람들 및 서양사람들은 설거지를 할때 세제로 닦고 난 다음에 물로 헹구지 않고 꼽아 둔다고 해서 왜 린스 안하냐고 하니깐 그냥 휴지로 쓱 닦고 만나고... 그리고 미국인도 그렇다면서 영화 탐 크루드와 니콜키드먼이 나온 영화에서 빨래를 세제풀어서 빨고 난 다음 바로 널어버린다고...서양인들은 세제를 헹구지 않고 비로 넌다고 해서..제가 아닌데..했거든요..호주 인종차별은 어떠냐고 물어보니 미국보다 덜 하다고..미국은 호주보다 인종 차별이 엄청 심하다고 하더라고요.흠..그래서 제가 물론 미국 중부는 레드넥들이 있지만 동부도 약간있긴하지만 서부는 거의 없고 영어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을때 저 사람이 날 차별하나로 느끼는 부분도 있는것 같다고..전 호주에 가본적이 없으니 뉴스로 인종차별에 관한 뉴스를 보면서 호주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던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산 사람이 없다고 하니 느끼는 개인차니깐 그럴수도 있겠다했는데..설거지나 빨래부분은 정말 이해불가 였어요. 그걸 경험없는 사람들에게 개인적인 경험에 대해 모든 서양인은 그렇다고 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것 같아..제 신랑인 나라에 사실이 아닌것을 마치 모든 사람이 ㅡ러는것처럼 말해서 수정하려고 얘기하니 제말을 씹더라고요..ㅎㅎ 어쨋든 짧다면 짧은 캐나다와 미국 생활을 해본 저는 설거지 빨래를 저렇게 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어요. 신랑한테도 얘기하니 세제가 뭍은걸 헹구지도 않고 어떻게 먹냐고 하네요. 혹시 이방인님도 그렇고 여기 자주 오시는 분들도 외국에 많이 사시잖아요. 저런 사람들 본적 있으세요? 제가 못 봤을까요? 신발신고 돌아다니는 경우는 많이 봤지만서도...이방인님도 쓰셨지만 짧은 경험으로 모든것을 판단해 버리는것 또한 인종차별 이네요.흠....

  • hellolily 2015.05.06 08:14 신고

    외국 생활 8년차~ 캐나다 4년차에 접어드니 저 역시도 같은 생각이 들어서 많이 공감하고 갑니다. 저야 아직 어리다면 어린 나이지만, 다양한 걸 경험하고 보고 느끼니 가치관이 많이 바뀌더라구요. 한국도 이곳도 각자의 장단점은 모두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15년 정도 되면 저는 어떻게 되려나 궁금하네요. 오늘도 미국 이야기 잘 듣고 갑니다. 행복하세요~

  • 머푸민 2015.09.16 04:04 신고

    ㅎㅎㅎ 아직 외국생활 6개월이라... 미국음식이 너무너무 맛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