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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내가 이민오길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 1,2,3

by 이방인 씨 2012. 5. 12.

언젠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잡지책에서 보니 인생에서 가장 스트레스가 큰 사건 순위가 있더라구요.
1위가 배우자의 사망이고, 2위가 이민으로 뽑혔더군요.
그걸 보고, 저희 가족의 이민 초기 생활이 머릿속에 다시 스쳐갔습니다.
더 나은 삶, 자녀 교육, 투자 이민, 은퇴 이민 등등 이민을 결정하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당시 저희 가족은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려 선택한 이민이라서 그랬는지 한국을 떠나는 비행기에서 어머니가 내내 우셨던 기억이 납니다.
미국에서 한 1년간은 온 가족이 매일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으며 살았고, 특히 비행기에서 내린지 5일째 되는 날부터 미국 고등학교에 등교하게 된 저는 스트레스성 탈모도 겪었죠.
세월이 약이라는 말은 좀처럼 부정할 수 없는 진리인지라, 그 때 빠진 머리카락도 다 복구가 된지 오래고, 그 시절에 울던 얘기도 가족들의 놀림감이 되기 일수랍니다.
그리고 때로 이민오길 참 잘했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는데,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첫번째 - 푸르구나! 하늘도, 나무도...

미국 공항에 내리면 "우와~ 하늘이 왜 이리 넓어?!" 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저 역시 제일 처음 느낀 점이 미국은 땅 만큼이나 하늘이 넓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말은 과학적으로는 얼토당토 않은 말이겠지요?
하늘의 크기는 어디나 같겠지만, 고층빌딩이 별로 없는 미국에서는 지평선이 훤~히 보이기 때문에 하늘이 더 넓어 보이는 것 뿐이죠.
특히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소도시는 작은 규모의 다운타운만 벗어나면 아파트조차 5층을 넘지 않기 때문에 눈길이 닿는 곳은 죄다 하늘 반, 땅 반이랍니다.
낮에는 커다란 구름들 구경하랴, 밤에는 반짝반짝 별 구경하랴, 하늘 쳐다볼 맛이 납니다.

또한 어딜가도 온갖 나무들이 반겨주네요.
캘리포니아다보니 주택가에도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나무들도 있고, 향기로운 아카시아나무, 군침도는 오렌지나무, 꽃잎 떨어지면 감상에 잠기는 벚나무, 옆집에서 우리집으로 좀 안 떨어지나 싶은 호두나무 등등 다양한 나무들이 다양한 앨러지를 유발하며 저마다 존재감을 뽐내고 있습니다. ㅋㅋㅋ
그 덕분에 저는 앨러지 약을 꼭꼭 챙겨먹으면서 한국에서보다 훨씬 더 자주 산책을 하게 되네요.
특히 아카시아 향기를 맡으며 걷다보면 제 고향 강원도의 추억이 정말 많이 떠올라요.
제가 초등학교 다닐 무렵까지도 제 고향은 정말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향기가  흘러넘치는 곳이었는데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는 개발 열풍에 중학교 졸업할 무렵에는 상가 건물들과 고층 아파트들에 점령당하는 실정이었거든요.
오히려 미국의 작은 마을로 이민 오는 바람에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여기서 달래게 되었네요.
아, 그런데 물론 누누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미국의 시골 소도시에 살기 때문에 그런 것 뿐이구요.
뉴욕이나 L.A 같은 미국의 대도시는 말씀 안 드려도 영화나 드라마에 많이 나오죠?

두번째 - 나는 양심없는(?) 민낯과 운동화의 여인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젊은 여성들이 출근길 버스안에서라도 기필코 해야하는 것이 바로 화장일텐데요.
예쁘게 보이려는 목적도 있지만, 제가 친구들에게 듣기로는 중요한 자리나 어른들을 뵙는 자리에는 화장을 하는 것이 예의라고 하더군요.
미국에서도 물론 비지니스상 모임이나, 잡 인터뷰같은 공식적인 자리에는 화장을 하고 가는 것이 매너이지만 평상시에는 대부분 민낯으로 다닙니다.
저나 제 친구들, 그리고 제 사촌들까지 화장을 하는 날은 일년에 손에 꼽을 정도로 드뭅니다.
한국에서는 민낯을 하고 나가면 어디 아프냐고 묻는다는데, 여기선 화장을 하고 나가면 오늘 무슨 일 있냐고 묻습니다.

또한 한국에 부는 킬힐 바람도 저는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요.
스티브 잡스의 운동화 패션이 한국에서는 신선하게 느껴졌다고도 하지만, 여기선 별로 특이할 것 없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정장 차려입은 남녀 회사원이 운동화 신고 배낭 메고 회사 나가는 것도 자주 보거든요.
저 역시 늘 운동화를 즐겨신고, 구두를 신을 때도 단화나 플랫 슈즈를 신기 때문에 신체중 가장 예쁜 부위가 발이라는 비극적인 운명의 여인이랍니다. ㅠ.ㅠ

한국에 나간다면, 도저히 이런 몰골로는 다닐 수 없을 것 같지만 여기선 어느 누구도 제 모습을 의식하지 않고 저 역시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살아서 참 좋습니다.
참, 모든 일은 다 사람 나름이니 미국에도 매일 매일 예쁘게 꾸미고 다니는 여성들도 있다는 점을 알아주세요.

세번째 - 좋다구나! 달려보자

마지막으로는 마음속 먼지까지 날려버리는 시원한 드라이브입니다!
이것 역시 제가 땅은 넓지만 인구밀도는 낮은 소도시에 살고 있어서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왕복 8차선 도로를 막힘없이 달릴 때의 쾌감이란....크으~ 끝내줍니다요.
저는 연비좋은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서민중의 서민이지만, 이런 도로를 가속이 좋은 스포츠카를 타고 달리는 기분은 어떨까 늘 상상해봅니다.
저희 아버지도 같은 또래 미국 남성들의 제일 부러운 취미가 다름아닌 뚜껑이 열리는 컨버터블을 타고 옆에는 바람에 털이 날리는 커다란 개를 태우고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이라고 하시더라구요.
저 역시 고속도로에서 그런 광경을 심심치 않게 보는데요.
세상에...개들이 어쩜 그렇게 창 밖으로 바람 맞는 것을 좋아하는지요.
신이 잔뜩 난 개들의 얼굴을 보면, 영원한 고양이 매니아인 저도 개들이 사랑스러워 보일 지경입니다.

또 하나 좋은 점은, 미국에서는 아무리 운전 실수를 한다해도

여자는 집에서 밥이나 해!

라는 말은 듣지 않는다는 거죠.
도로에 차들이 적다보니, 한국보다 운전하기 수월하고 운전자들도 대부분 느긋하게 운전하는 문화라서 원래도 운전중에 경적을 울리거나 얼굴이 붉어지는 순간이 별로 없긴 합니다.
하지만 간혹 문제가 생길 때도, 여자라서 주눅이 든다거나 남성 운전자에게 험한 말을 듣지 않아도 되니 저희 어머니도, 이모들도 모두 드라이브 하는 것을 좋아하십니다.

에휴~ 그런데 요즘은 장기화된 불경기와 기름값 상승 때문에 마음껏 드라이브도 못하는 실정이예요.
평균적으로 미국인들이 모두 자동차 운행시간이 줄어들었다고 하니, 이런 때야말로 나 홀로 도로를 자유롭게 누비기 좋을텐데 저 역시 못 나가고 있으니 말짱 도루묵이네요. ㅠ.ㅠ

오늘은 제가 13년간, 수 많은 일들을 겪고도 이민오길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 해봤는데요.
제가 번잡한 대도시가 아니라 한적하고 삶이 느긋하게 흘러가는 지역에 살고 있어서 그런 것일뿐, 미국이 전부 이렇다는 얘기가 아님을 기억해주세요.
다음번엔 이민와서 완전 망했어! 하고 느낀 순간들을 적어볼까 하는데 어떠신지요? ㅋㅋㅋ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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