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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한국과 미국의 생리 현상에 대처하는 다른 문화

by 이방인 씨 2012. 5. 14.

요즘 미국 저희 동네에서는 본격적인 앨러지 시즌이 시작된 바람에 저는 거의 매일 휴지를 달고 삽니다.
발작적인 재채기와 줄줄 흐르는 콧물 때문인데요.
사방에 앨러지 환자들이라 요즘 특히 밖에서 재채기나 콧물 등의 생리 현상에 대한 매너에 조심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미국의 생리 현상에 대처하는 문화에 대해 이야기 할까 합니다.

첫번째 - 미국에선 큰 소리로 코를 흥흥~ 풀어도 괜찮아요.

한국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휴지를 꺼내서 코를 팽~~ 푸는 행동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죠.
그래서 대부분 코를 푸는 대신 훌쩍 거리게 되는데요.
미국에서는 정반대로 생각한답니다.
코를 팽~ 푸는 것은 전혀 상관없지만, 훌쩍 거리는 것이 오히려 더럽다고 생각을 합니다.
심지어 대학 강의중에도 콧물이 나온다 싶으면 휴지를 꺼내서 거리낌 없이 코를 풉니다.
저는 처음에 그걸 목격하고 조금 놀랐는데, 미국인들은 힐끗거리는 사람도 하나 없더라구요.
제가 나중에 친해진 미국 친구한테 한국에서는 사람들 있는 곳에서 코를 푸는 것은 과히 좋은 매너로 여겨지지 않는다고 말을 했더니, 그 친구 말이

콧물이란 건, 밖으로 빼내야 하는 건데 속으로 훌쩍 거리는게 더 답답하고 더럽잖아.
난 누가 코를 훌쩍거리면 " 아...그냥 빨리 홱 풀어버려!" 하고 짜증나는걸...

아~ 이런 순간을 두고, 유레카! 라고 하는 걸까요? ㅋㅋㅋ
이런 미국인들의 생각 때문인지, 강의실은 물론이고 공원, 길거리, 심지어 도서관에서도 코를 시원하게 팽팽 푸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답니다.
하지만 저는 역시 어릴 때 형성된 습관과 예절의식 때문인지 아직까지도 사람들 있는 곳에서는 도저히 코를 풀지 못하겠더라구요.
난감한 것은, 미국인들은 코를 훌쩍거리는 소리를 더 거북해한다는 말을 들은지라 훌쩍거리지도 못한다는 거죠.
그래서 콧물이 나올 것 같으면 재빨리 화장실이나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서 풀고 돌아온답니다.

두번째 - 재채기는 코를 막고 킁~ 정도로만

재채기라 하면 "에에~취" 정도는 소리가 나와줘야 조금 시원한 느낌이 드는데요.
미국에서는 절대 절대 금지 사항입니다.
솔직히 한국에서는 다른 사람쪽을 향해서가 아니라 고개를 멀리 돌리고 한다면 재채기가 그다지 큰 결례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누군가가 저랑 대화를 하다가 재채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거리를 두고 얼굴을 돌리고 한다면 별로 개의치 않는데요.
한국에서는 누군가 재채기를 하려다 말면, "아이구~ 답답하겠네~" 하면서 안타까워 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ㅋㅋㅋ
미국에서 재채기를 할 때는 코를 꼭 잡고 아주 작은 소리만 킁 정도로 나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예의라기 보다도 재채기는 나오는 순간 이미 2미터를 날아가기 때문에 병균을 옮기는 최대의 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재채기를 하는 것은 눈총받기 쉬운 일이죠.
예전에 강의실에서 앨러지 시즌이 될 때마다 제가 속으로 웃음을 참지 못했던 광경이 있는데요.
한 쪽에서는 있는대로 시원하게 코를 풀어대고, 다른 쪽에서는 재채기를 작게 하려고 코를 잡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죠.
한국에서라면 정 반대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저는 이 작게하는 재채기 역시 습관이 되지 않아서 그런지 처음에는 몇 번 실수한 적이 있었어요.
그 후 저도 미국 친구들처럼 코를 잡고 작게 해보려는 연습을 해봤는데 도저히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재채기가 나오려고 할 땐, 반드시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하고 더 급할 때는 제 옷소매로라도 입을 꼭 가리고 밖으로 절대 새나가지 않게 합니다.
안 그래도 학교나 공공장소 화장실 같은데 가면 벽에 붙어있는 스티커에 이렇게 써 있거든요.

질병을 옮기지 않으려면 반드시 손을 씻으십시오.
또한 재채기나 기침이 나올 때는 반드시 입을 막으십시오. (cover your mouth.)

세번째 - 트림은 반드시 사과해야 하는 실수

가끔 한국의 중년 남성분들은 트림을 너무 거림낌없이 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요.
솔직히 저희 아버지도 가끔 집에서 트림 하실 때마다 밖에 나가시면 절대 그러시지 마시라는 말이 혀끝에 맴돌지만 혹시 삐치실까봐 ㅋㅋㅋ 차마 말씀 못 드리고 있는데요.
미국에서는 트림은 만약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했다면 반드시 사과해야 하는 비매너 행동입니다.
물론 장난치고 노는 남학생들이나 가까운 친구들 사이에서는 일부러 재밌자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를 제외하면 속이 어떻든 간에 트림을 하는 것은 실례죠.
트림이 나올 것 같으면 어떻게든 참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생리 현상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튀어나왔다면 Excuse me 혹은 I'm sorry 라고 반드시 한 마디 하고 넘어가야 하죠.

저는 여성이다 보니 원래부터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절대 트림을 안 하는 습관이 들어있었지만, 남학교만 다니다 온 저희 오빠는 본래 시덥지 않은 장난을 좋아하는 성격까지 더해져서 미국와서 그 버릇을 고치느라 고생 좀 했답니다.
무의식적으로 트림하다가 얼굴 빨개져서 "Excuse me" 를 수도 없이 외치고 나서야 고쳤죠.
그런데 하루는 학교 갔다가 신나서 집으로 돌아와서 얘기를 시작하는데 그 내용이

여기 친구들하고 콜라마시고 누가 제일 크게 트림하는지 시합했는데 내가 졌어!
백인들은 등치가 커서 울림통이 커서 그런지, 무슨 동굴에서 하는 것처럼 울리더라.

에휴~ 이 청년아....그게 그리 신나서 여동생에게 떠벌릴 일인겐가??
거기다 졌다면서???
가끔 미국 시트콤이나 TV를 봐도 미국 남자들이 맥주 한 병 원 샷하고 트림을 누가 가장 크게 하나 시합하면서 너무나 해맑은 얼굴로 즐거워 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답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남자들이 하는 짓이란....왜 다 요따우인지 모르겠습니다. ㅋㅋㅋ

자, 오늘은 미국인들의 생리 현상에 대처하는 습관들을 살펴 봤습니다.
그리 깨끗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재밌게 보시고, 상쾌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