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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꺽꺽대고 웃었던 이민 15년차 우리 아버지 영어 실수담

by 이방인 씨 2014. 1. 20.

블로그 개설 이래 처음으로 아버지에 관한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저의 오빠는 흥할 인간으로, 어머니는 박여사로 자주 등장했었는데 아버지는 항상 카메오 역할만 하셨잖아요.
저희 가족들은 제 블로그를 읽지 않기 때문에 누가 등장하는지 그들이 알 길은 없지만 어쩐지 불공평한 것 같아 오늘은 작정하고 아버지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최초로 등장하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실.수.담.이라는 사실에는 의미를 부여하지 말기로 해요~

본격적 이야기에 앞서 잠시 배경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화학을 전공하셨는데 적성이 너무 한 쪽으로만 쏠리신 건지 어릴 때부터 영어에는 흥미도 의욕도 없으셔서 시쳇말로 "젬병"이셨다고 해요.
거기에 더해 아버지를 영어 트라우마에 빠트려 알파벳은 쳐다 보기도 싫게 만든 사건까지 하나 있었죠.

아버지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후의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던 영어 시간에 하필이면 선생님의 지목을 받아 지문을 읽게 되신 겁니다!!!
'운도 나쁘다' 생각하며 더듬 더듬 읽어 나가시는데 Chemistry라는 단어가 나왔더랍니다.

Chemistry [|kemɪstri] : 화학

선명하게 보이는 발음기호 ke... 이 단어의 발음은 케미스트리죠.
저희 아버지는 이 단어를 이렇게 읽으셨다구요.


미스트리


그리고 터지는 웃음 소리! (왜 웃는지 모르는 학생들도 분명 있었으리라 확신합니다.)


 이런 망할... 

담배2

Chain는 체인
Chiar는 체어
Chart는 차트

인데 왜 케미스트리냐!!!

 

Christmas는 크리스마스
Chronicle은 크로니클
Charisma는 카리스마

인 것과 같은 이유라고나 할까요???


영어의 불규칙성 때문에 아버지가 아무리 억울하셔도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
그 후로 아버지는 20년 이상을 영어 트라우마에 시달리셔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나중에 화학과로 진학하신 건 무슨 얄궂은 운명인지 모르겠습니다.)
미국에 이민 오시기 전까지는 '영어 따위 평생 쓸 일 없다, 흥!' 하고 관심도 없으시다가 15년 전 미국 이민이 결정되고 나서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셨답니다.
그리고 덕분에 저는 혼자 숨죽이고 꺽꺽대며 웃을 일이 많아졌습니다.


첫번째 - 아버지는 세련되셨다

저희 가족이 처음 이민 왔던 시기에는 한국이 지금처럼 많이 알려지지 않았었습니다.
삼성이나 LG의 휴대폰도, 현대나 기아의 자동차도 지금처럼 대중적이지 않았고 K-Pop이라는 말은 아직 탄생하기도 전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어딜 가서든 조~금이라도 한국의 흔적을 발견하면 말하지 않고는 못 베겼답니다.
하다못해 마트에서 Made in Korea 양말을 발견했을 때도 어머니와 이렇게 말했었죠.

"엄마, 이 양말 한국산이예요!"

"어머, 진짜네~ 역시 한국산이 좋다~!"

"이거 하나 살까요?"

"그럴까~?"

외국에 나오면 다들 애국자가 된다고 하는데 거기에 이민 초기의 향수병까지 더해져 저희는 한국에 관련된 모든 것에 호들갑을 떨었는데 워낙 과묵하고 무뚝뚝하신 아버지는 그걸 이해하실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어머니와 제가 "한국산이 어떻고 저떻고", "한국이 어떻고 저떻고" 수다를 떨 때마다 아버지는 촌스럽게 요란 떨지 말라고 피식 웃으셨죠.

그러던 어느 날, 저는 거실에서 미국 뉴스를 보고 있고 아버지는 주방에서 어머니와 말씀 중이셨는데 기자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 어쩌고 저쩌고 career change 어쩌고 저쩌고 "

이 때 갑자기 주방에서 아버지가 달려오시더니 "방금 뉴스에 한국 얘기 나왔지?!!" 하시는 게 아닙니까?

"잉? 한국 얘기라니요... 그런 말은 단 한마디도 없었는데요..."

"아니야, 분명 한국의 변화 어쩌고 했던 것 같은데??"


Career [kə|rɪə(r)] : 직업, 경력
Korea [kəríə] : 한국

이 두 단어의 발음기호, 어마무지하게 비슷하죠?

저희 아버지는 Career change를 Korea change로 들으셨던 겁니다.

아이구 참말로~ 아부지는 세련되셨다니께요~
마트에서 한국산 물건은 보고도 무심한 듯 넘기시지만 
NBC 뉴스에서 Korea 얘기 career 얘기 나오니까 한걸음에 뛰어오시네요.


두번째 - 누굴 원망해야 합니까

꽤 여러번 언급했듯이 미국에서는 비교적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었는데요.
특히 고등학생들도 피울 정도로 흔한 건 한국에서 "마리화나"라고 쓰는 대마초입니다.

Marijuana [|mӕrə|wɑ:nə] : 대마초

영어가 아니라 Mexican Spanish이기 때문에 이 단어를 몰랐던 사람들은 철자만 보면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 확신할 수가 없는데 스패니쉬에서는 J가 "ㅎ"으로 소리나는 게 맞지만 미국식 발음으로는 "매러와나" 혹은 "매리와나"쯤 됩니다.

아무리 미국에 사신다지만 저희 아버지가 밖에서 누구와 마약에 관한 대화를 해 보셨겠습니까?
한국식 표기법대로 "마리화나"라고만 알고 계셨던 듯 한데, 어느 날 제게 미국내 대마초 합법화 찬반논란에 대해 말씀하시다가 "마리화나"라는 단어를 당.신. 생.각.대.로. 영어식으로 발음하시는 걸 듣고 저는 쓰러질 뻔 했습니다.
온 몸의 신경을 집중하며 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죠.


아버지는 마리화나를....

마리

라고 발음하셨습니다.


마리나만 됐어도, 제가 그토록 힘들지는 않았을 텐데 왜 하필 마리파나라고 하셨던 걸까요?

 

Family가 훼밀리가 되고
Fighting이 화이팅이 되고
French Pie가 후렌치 파이가 되는

옛날식 영어 때문이죠.

 

옛날식 영어에 익숙하신 아버지는 "마리화나"라는 한국어 표기법을 보시고는 아마 F를 ""으로 썼다고 생각하신 모양입니다.
하여 미국에 왔으니 미국법을 따르시겠다는 다짐으로 아주 지.대.로. 된 F 발음으로 마리나라고 하신 거죠.

여기까지 파악한 저는 속으로 꺽꺽대며 눈물이 고일 정도로 웃었지만 아버지께는 절대 티내지 않았습니다.
왜냐구요?
그 이유는 지난 번에 어머니의 영어 실수를 목격하고도 고쳐드리지 않았던 까닭과 똑같답니다.

2013/10/17 - [방인 씨 잡담 일기] - 재미교포가 엄마의 영어 실수를 고쳐주지 않은 이유

아버지의 실수를 고쳐드리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시다면 위 글을 참고해 주세요~


처음으로 블로그 전면에 등장하신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면 과연 기뻐하실지...

물음표 뿐이네요.



불효녀 이방인 씨는 이만 물러갑니다.

여러분 신나는 한 주의 시작! 유후~

댓글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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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우  2014.01.20 07:12 신고

    ㅋㅋㅋ 한 번 씩 해본 사람들도 많을 거에요...분명
    답글

  • 2014.01.20 07:56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이방인 씨 2014.01.24 14:32 신고

      제가 그 부인이었어도 잔소리 많이 했을 것 같아요. 아니, 눈치가 없어도 정도껏 없어야 되잖아요. 아무리 귀에 그렇게 들렸을지언정 밖으로 할 말은 아니잖아요. ^^;; ㅋㅋ

  • 들꽃처럼 2014.01.20 08:03

    전 웃을수가 없습니다
    방금 방인님 아버지께 감정이입 100프로 되었답니다 ㅠㅠ

    에뜨랑제님을 프랑스어로 불러보고 싶어서 네이버 사전까지 뒤져
    발음도 연습했는데
    정작 에뜨랑제님이 못알아들으셨어요 ㅠㅠ

    웃지마세요~~
    여러분!! 웃으시면 안되요~~~~~

    어째...
    오늘의 포스트 보고 웃음은 안나오고 짠...한 마음이 먼저 들더라구요
    왜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나.....
    답글

  • 오렌지수박 2014.01.20 08:08 신고

    영어는 늘 어려운 것 같습니다. 때문에 가끔은 이렇게 민망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그래서 이런 귀여운 추억도 만들 수 있잖아요.^^
    답글

    • 이방인 씨 2014.01.24 14:35 신고

      배워도 배워도 어려운 게 외국어인 것 같아요. 12살 이후에 배우기 시작한 언어는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절대 네이티브와 모든 면에서 똑같아지지는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하물며 40대 후반에 미국에 오신 저희 아버지의 고충은 눈물겹습니다. ㅠ_ㅠ

  • 자칼타 2014.01.20 08:41 신고

    요즘 에로우 자막없이 보고 있는데.. 머리가 깨질 것 같아요..ㅋㅋ
    외국어는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중국에 7년간 살았는데도 중국어하라고 하면 긴장하게 되더라고요..^^


    *자카르타 홍수는 소강상태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오후 쯤 대청소가 시작될 것 같네요.
    답글

    • 이방인 씨 2014.01.24 14:37 신고

      와우~ 자칼타님, 중국에서 오랜 시간 계셨군요. 그래도 요즘 가장 핫한 외국어라는 중국어를 할 줄 아신다는 게 얼마나 큰 자산인가요! 저도 중국어를 배워 보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한자에는 영~ 자신이 없어서 엄두도 못 내고 있답니다.

      홍수가 진정되었다니 다행이네요. 무사~히 청소 마무리하시길 빌게요!

    • 들꽃처럼 2014.01.24 14:41

      방인님
      저 중국어 배워봤는데요
      한자실력이랑 별 상관없어요~~
      한자 많이 알면 득 되는 부분도 있지만
      더 헷갈리는 부분도 있더이다 ^^;;;

  • 라비 2014.01.20 09:20

    그나마 미국인들 발음은 그래도 낫다는....스페니쉬계 사람들 영어는 도저히 알아들을수가 없다는,,,호텔 체크인시 프론트 데스크 직원이 스페니쉬였는데...글자로 써서 체크인 한 슬픈 현실이 있었네요^^
    답글

    • 이방인 씨 2014.01.24 14:40 신고

      맞아요. 영어 자체가 외국어다 보니 표준 발음은 잘 알아듣겠는데 외국 액센트가 심하면 또 안 들리더라구요. 저도 처음에 미국 와서 인도 액센트와 러시아 액센트가 잘 안 들려서 고생했어요. 그리고 영국 액센트도 미국식 발음이랑 너무 달라서 '이 언어가 대체 어느 시점에 이렇게 변한 거야!!' 싶더라구요.

  • 비너스 2014.01.20 09:40

    익숙하지 않은 발음때문에 헤깔리만 하네요~ㅎㅎ 재밌으십니다 ㅎㅎ
    답글

  • 부레옥잠 2014.01.20 10:12

    ㅋㅋㅋㅋ근데 career는 저도 뉴스 같은 데 나올 때마다 잠깐씩 한국?하면서 움찔움찔하는지라 아버님의 이야기가 웃기면서도 찔리네요. 게다가 영국은 끝에 r 발음도 안해서 더 비슷하게 들린다는;;;
    답글

    • 이방인 씨 2014.01.24 14:42 신고

      오~ 맞아요! 영국식 발음기호 표기를 보니 뒤에 r도 없더군요. 정말 단어 하나만 들으면 헷갈리기 십상이겠어요. ^^

  • 미쓰홍 2014.01.20 10:34

    발음을 교정해주지 않은 이방인님이 부럽습니다.
    전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란 영어를 그런대로 잘 하시는 아버지때문에 영어 울렁증이...
    중학교때 뭔가 해석이 안 되어서 여쭤봤다가 발음이 그게 뭐냐고로 시작해서 눈물로 마무리 된 적이 있었죠~
    그게 Good morning~이었대나 뭐래나...ㅎㅎ
    답글

    • 이방인 씨 2014.01.24 14:43 신고

      아하하하하하하 마지막 문장을 보고 빵 터졌습니다. 그래도 아버님 덕분에 미쓰홍님의 영어 성적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 맴매 2014.01.20 10:42

    전 미국에 첨 와서 샌디에고 지역 La Jolla를 보고 화들짝 놀랐던 기억이...
    어머, 저건 욕인데...
    입에서 차마 나오려나 했더니만 알고보니 라호야라고.. ^^;;
    미국산지 이제 햇수로 25년인데 아직도 발음 잘못해서 자식들한테 욕먹는데 한두번이 아닌 저로서는 아버님 에피소드에 웃을수가 없군요.. ㅠ.ㅠ
    답글

    • 들꽃처럼 2014.01.20 10:57

      저도 헉!!하고 있었어요
      흐흐흐흐흐흐
      저는 경상도 사투리도 못알아 듣는지라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엔
      걍 당당해질라구요
      ㅎㅎㅎㅎㅎㅎㅎ

    • kiki09 2014.01.20 11:29

      맴매님 덕분에
      확 각인 되어버리네요
      졸~라 ㅎㅎㅎ

    • 이방인 씨 2014.01.24 14:47 신고

      캘리포니아에는 Spanish 지명이 너무 많아서 곤란해요. 북가주에도 Vallejo 라는 곳이 있는데 이게 스패니쉬로는 "바예호"가 되어야 하지만 여기 미국인들은 영어와 스패니쉬의 중간쯤으로 "발레호"라고 불러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죠. -.-;;

    • 맴매 2014.01.24 14:49

      맞네요.. ㅍㅎㅎㅎ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게 부르는 일도 생기겠어요...
      길이름도 도시이름도 다 이름인데 이게 웬 수난이래요?

  • kiki09 2014.01.20 11:29

    사실 재밌기도 하고요
    들꽃처럼님 처럼
    이게 남일'이 아닌거죠...ㅋㅋㅋ
    근데
    같은 발음 실수인데도
    연세있으신 분들께서 실수하시면 재밌고 귀여워 보여요
    젊은 사람이 그러면 '되~게 '안되보여요
    사실 저를 두고 하는 소리이긴 하지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답글

    • 맴매 2014.01.20 14:49

      나이드신 분들은 귀여워보이시고 젊은데 영어가 잘 안되는 사람이 그러면 그냥 안되보이는데 저처럼 웬만큼 젊고 영어도 좀 되는데 그러면 되게 무식해보여요.. -_-;;;;
      정말 뒤에 악센트 있는데 앞에다 붙이고 g를 ㄱ발음할지 ㅈ발음할지 헷갈려하고 그러면 완전 낮팔려요.. ㅠ.ㅠ
      그리고 예를들어 famine같은 단어를 잘 모른다 치면 이걸 패민으로 읽을것인가 패마인으로 읽을것인가 혹여 파민일지도 모르는데 이러고 있다니까요.. ㅠ.ㅠ
      영어 미오..

    • kiki09 2014.01.20 18:17

      ㅎㅎㅎㅎ
      아오 한참 웃었어요
      애~~~매한 단어들이 좀 있죵 ^^

    • 이방인 씨 2014.01.24 14:48 신고

      저도 영어 미워요. ㅠ_ㅠ 더 일찍 왔거나 아니면 아예 늦게 왔어야 하는데 어중간한 나이에 와서...

  • 와코루 2014.01.20 11:40

    영어를 못하는 저에게는 충분히 잘못 발음할 수있는 부분인데요~ㅎㅎ 재밌으시네요 ㅎㅎ
    답글

  • 존사모님 2014.01.20 11:59

    저도 비슷한 일이 최근 있었어요
    제가 가는 미국 슈퍼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 슈퍼 안에는 아주 작은 베이커리가 하나 있어요
    근데 작아서 그런지 매일 같은 종류의 빵이 있는 게
    아니라 오늘 몇 가지 굽고 내일은 또 다른 몇 가지를
    굽는 식이에요
    많이 만들어도 전시할 곳이 없는 그런 작은 가게거든요
    저는 새로운 상품에 호기심이 정말 충만한 사람입니다
    슈퍼에 갈 때마다 뭐 새로운 게 나왔나 그 빵집을
    늘 기웃거리죠
    어느 날 보통 케익만한 사이즈의 새로운 빵을 발견했어요
    빵을 지긋히 보면서 맛있을지 아닐지 판단을 하고 있는데
    한국인 아줌마가 저에게 이 빵 맛있냐고 물어보시는 거에요
    당연히 모르죠 그래서 모르겠다고 말씀드리니 그 아줌마는
    점원에게 가 상세히 물었어요
    점원이 약간 맵기는 하지만 정말 인기가 많은 빵이라고 하네요
    그 정보를 줏어들은 저는 하나 사기로 결심했어요
    그 아줌마도 하나 사 가시더군요
    근데 이 슈퍼는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슈퍼라 당연히 한국어
    는 그 슈퍼 안 어디에도 없습니다 직원이 한국인 경우는 한국어를
    씁니다만
    빵이름이 빵봉지에 써 있었어요 J로 시작합디다
    단어 꼴을 보아하니 어디 남미 같은 곳에서 굴러들어온 단어인 것
    같았어요
    집에 와 신상을 샀다는 기쁨에 당장 먹어보니 이게 왠 걸요
    빵 구석구석에 작은 고추 조각이 박혀있는 거에요 꽤 매웠어요
    빼고 먹고 싶지만 이 고추는 흡사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에 나오는
    그 하늘에 박힌 별처럼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밤에 넋놓고 봤을
    초롱초롱 빛나는 별처럼 너무 촘촘히 빵에 박혀 있었습니다
    어쨌든 이제 남편한테도 줘야죠
    남편이 퇴근할 때 배고프냐고 물어보니 그 날은 완전 배고프다고
    하네요 오호 잘 됐군요
    오늘은 내가 새로운 빵을 샀어 빨리 와서 먹어봐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준 거고 제가 남편을 미워하거나 물 먹이려고
    그 빵은 먹인 건 아니었어요
    조금 맵긴 해라고 경고도 줬어요
    남편이 한 입 먹더니 기관차의 경적이 울리네요
    아 이거 뭐야하더니 남편은 입에서 고추 조각을 걸러냈어요
    그리고 옆에 있던 빵봉지를 보네요
    할라피뇨 빵을 산 거야????라고 물어봐요
    엥? 그럴리가 난 할라피뇨 안 먹어서 그런 걸 살 리가 없는데
    그래서 소심하게 이게 J로 시작해서 할라피뇨인 줄 모르고 샀어라고 대꾸함과
    동시에 저희 남편은 빵~~~~~~~ 터졌어요
    한참 웃더니 앞으로 슈퍼 갈 때 자기가 꼭 따라가겠다고 하더라고요
    이봐 갈릭 브레드 살 때는 나도 네 도움이 필요없네 남편 ㅋㅋㅋㅋ
    답글

    • 들꽃처럼 2014.01.20 12:02

      매운 빵이라...
      난 우물 안 개구리가 맞는게요

      그 매운 빵 먹어 보고 싶따~

    • kiki09 2014.01.20 12:54

      ㅎㅎㅎㅎ
      빵 때문에 빵 터지네요



    • 맴매 2014.01.20 14:56

      이번 포스팅과 댓글의 반은 스페인어에 물먹은 이야기네요.. ㅋㅋ
      태어나서 스페인어라고는 5분도 공부해본적 없는 저도 캘리포냐에 오래살다보니 저절~로 알게된 사실이 너댓개 있네요..
      1. j는 h로 발음한다.
      2. h는 발음 안한다.
      3. ll은 y발음이다.
      4. n위의 ~표시는 ny발음이다.
      5. 스페인어는 예외없이 쓰여진 스펠링대로 발음한다.
      존사모님의 할라피뇨는 1번과 4번이 해당되는 단어로 알고있습니당..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공부해서 알게된게 아니므로 틀린정보라면 아시는분이 얼렁 고쳐주시길~!! ^^

    • 존사모님 2014.01.20 16:35

      맴매님 그러네요
      맞는 발음으로 읽어보면 1,4번이 적용된 단어네요
      들꽃처럼님 할라피뇨빵을 검색해 보시면 여러 가지가
      나오네요 마음에 드는 거 한 번 드셔보세요
      키키님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포로리 2014.01.22 00:51

      재밌어서 추천 누르려고 했네요.

    • 이방인 씨 2014.01.24 14:49 신고

      저는 할라피뇨 좋아하는데도 그 빵은 매워서 못 먹어요. ㅋㅋㅋ

  • zigz 2014.01.20 14:17

    헉 재밌기는 하지만 ㅎㅎㅎ정말 아버지 영어를 지적하거나 앞에서 재미있다고 웃거나 하지는 말아주세요. 물론 그럴만한 분이 아니시라는 건 잘 알고 있지만 ㅠㅠ 이민1세대가 언어 때문에 겪는 고통(?)에는 정말 자식들 세대가 알 수 없는 서러움과 부끄러움이 섞여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만 말이죠 흑흑.

    저는 미국이민자가 아니지만, 아기가 제 외국어(?)실수를 재밌어하면 좀 마음이 복잡할 것 같답니다;; 하긴 아직 남의 동네 생활 초년병이라 더욱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요. 언젠간 저도 저의 실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재밌어할 날이 오면 좋겠네욤 ^^
    답글

    • 들꽃처럼 2014.01.20 14:29

      동감이요~~~

    • 이방인 씨 2014.01.24 14:51 신고

      저도 어중간한 나이에 온 1.5세라서 언어가 주는 고통을 잘 알고 있답니다. ^^ 그래서 아버지의 실수는 전혀 내색하지 않아요. 어머니는 고쳐 드리면 오히려 좋아하시지만 아버지는 자존심 상해하실 확률 100%거든요.

  • 존사모님 2014.01.20 16:31

    아버님도 별명 하나 지어드려요
    박여사님, 흥할 인간인데 아버님은 그냥 아버지라니
    안 돼요~~~~~
    답글

    • kiki09 2014.01.20 20:34

      까메오 아버님 ㅎㅎ

    • 들꽃처럼 2014.01.20 21:31

      전 방인님이 아버지 얘기하시면 애틋해요
      돌아가신 울 아빠가 떠올라서일까요?....
      방인님이 아버지 얘기 더 들려주시면
      그때 자연히 멋스러운 별명이 생기지 않을까요?

      애정 가득한 시선으로 지켜봐 드리자구요 ^^

    • 포로리 2014.01.22 00:48

      헉! 조으다 카메오아버님

    • 이방인 씨 2014.01.24 14:52 신고

      다음 번에 아버지 이야기를 할 기회가 또 있다면 그 때는 별명을 지어올까 봐요. ^^

  • 새벽.. 2014.01.21 00:14

    그야말로 웃픈 얘기네요. 외국어 쓰면 다들 몇 번은 했을 실수니까요.
    저는 제 전공 때문에 간혹 러시아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는데, 다른 이름은 괜찮은데 ~~스키는 이름 부를 때마다 속으로는 종종 웃겨서 입에 힘주고 제대로 발음하려고 노력한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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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pleleaf 2014.01.21 10:09

    하하 얼마 전 저희 프랑스어 선생님께서 영어가 얼마나 '말도 안되는 언어인지' 이야기 하시면서 'O Connor' 이라는 이름(성)을 예로 드시더라고요. 이게 발음이 '오, 카너얼' 정도 되는데 선생님께서 "이걸 비 영어권 사람들에게 설명하기는 불가능해, 첫 O는 '오' 소리가 나고, 두번째 O는 '아' 소리가 나며 마지막 O는 '어' 소리가 나는걸 어떻게 설명하겠니" 그러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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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로리 2014.01.22 00:46

    Career - 한국, 여기 하나 추가요. 그렇게 들리는걸 어쩐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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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y 2014.01.24 00:54

    이민초기 시어스에 전등사러 갔다가
    할로겐 렘프를 못알아듣는 무식한 직원 때문에 고생한적이..ㅋ 할로젠이라네요
    억양도..퍼시피카를 몰 때 못알아듣는
    서비스직원과도 힘겨운 시간을..
    퍼씨이피까 라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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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국수 2014.01.25 20:10

    휴...전 한때 스페인어를 배울려고 한 적이 있었기에
    왜 스페인 여자애 이름 두개를
    이 요상한 느낌나는 물건에다 붙여뒀는지 내내 의문입니다요.
    마리랑 후아나는 나름 귀여운 느낌이란 말이지요. 매어리랑 제인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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