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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ything & Everything

[그대의 블로그 9월] 이방인 씨의 호떡 만들기

by 이방인 씨 2013. 9. 26.

벌써 또 한 달이 흘렀네요.
이방인 씨의 블로그에서 마치 정모나 반상회처럼 열리고 있는 <무슨 말이든 해 보아요~> 시간이 돌아왔으니 말이죠.
주제도 없이 목적도 없이 사심도 없이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라 마음이 편해서 좋답니다.
늘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다가 듣는 사람이 되는 기분도 느낄 수 있어서 더 소중하구요.
그러니 여러분도 그저 손 가는대로 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흘러가셔도 괜찮으니 무슨 말이든 해 보아요~!

저는 얼마전에 호떡을 먹었어요.
호떡이라... 전생에 먹어본 것이 마지막인 듯한 느낌마저 드는 귀하디 귀한 음식이죠.
여기는 호떡을 파는 곳이 없어서 직접 만들어 먹어야 하니까 말입니다.
물론 한국 마켓에 가면 호떡 믹스를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제가 워낙 게을러서 뭘 만들어 먹는 걸 싫어하거든요.
하지만 어쨌든 왕성한 식욕이 게으름을 무찌르고 호떡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대한민국 1등이라는 찹쌀 호떡 믹스
540g에 $3.99
어쩐지 녹차맛 정도는 골라줘야 웰빙에 신경쓰는 의식있는 여자가 될 것 같은 비논리적 느낌

 

 요리의 기본은 정확한 계량이렷다!
이방인 씨도 그 정도는 안다는 말씀

 

 호떡 믹스와 정.확.한. 양의 물, 그리고 이스트를 넣고,

 

 훌.륭.하.게.도. 찹쌀 쥬스를 완성시켰다!

왜?????????!!!!!!!!!!!!!!!!

제 기능을 못 하는 것은 계량컵일까, 시신경일까, 손일까, 아니면 이 망할 팔자일까...

<요리를 할 때마다 삼라만상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만 간다>

 

계량도구는 포기하고 그냥 느낌대로 믹스를 추가했습니다.

인류의 진화 기록을 보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다음에 나타난
호모 하빌리스는 '손 쓰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이미 도구를 사용할 줄 알았다는데...

나는 대체 어떻게 구석기 동굴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로 올 수 있었을까?
왜 아직도 안 들킨 거지???

안들려



너무 찐덕거려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던, 설탕 넣고 모양을 내는 과정은 생략하고 바로 굽는 장면으로

 어쩐지 희망적인 모양새

 

 여전히 나쁘지는 않은 모양새

 

망한 모양새

설탕이란 게 원래 반죽 속에서 흔적도 없이 증발해버리는 물질이었던가?

느낌표

내 알량한 화학지식을 동원해 보면 설탕 C12H22O11은 증발할 수 없는 물질인데
어디로 사라졌을까?

<요리를 할 때마다 삼라만상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만 간다> Part 2


 

결국 이방인 씨는 호떡이 아니라 '찹쌀 부침개'라고 해야할 것 같은 뭐, 그런 어떤 것...을 만들어냈습니다.
매번 의도치 않게 족보에도 없는 음식을 창조해내는, 개나 줘버릴 초능력 따위...


여러분, 무슨 말이든 자유롭게 하시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