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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단신(短信)

겪어 봐야 알게 된다

by 이방인 씨 2014. 7. 13.

친절한 방인 씨의 선량한 독자 여러분, 모두 건강히 지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두 가지 전언이 있답니다. 이름하여 '겪어 봐야 알게 된다!' 라고나 할까요.


첫번째 - 내가 너무 쌀쌀맞았나?!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독자라면 그간 사방팔방 난입하는 질문들 때문에 제가 골머리를 앓아 왔다는 사실을 아실 터! 공지사항을 준수하지 않는 질문자들 탓에 제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동원해 보았으나 죄~다 실패한 후 지금은 아예 '웬만한 질문은 못 본 척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아..아..하하하 ^^;

그런데 며칠 전!!! 이방인 씨도 운명의 순간을 맞이하고야 말았습니다. 평소 즐겨 읽던 블로그의 운영자에게 질문을 할 일이 생긴 겁니다. 검색이나 지식인으로는 도저히 해결이 안 되더라구요.

지저스 크라이스트!
척척박사 구글이 배신하다니!!
무너지는 세계관이여...


며칠을 애쓰다가 주변인들에게도 물어 보았으나 도저히 알아낼 방법이 없기에 마침 관련 분야에 종사하고 계신 그 분께 여쭤 보았던 거죠. 그 분이 별달리 조사해야 할 사안도 아니었고, 그 일을 하고 계신 분이라면 단답형으로 대답하실 수 있는 질문이었답니다. 물론 개인적 질문도 아니었고, 어떻게 보면 YES or NO 수준이었죠.

그래도 긴장한 이방인 씨는 할 수 있는 한, 정중하게 글을 고치고 고친 끝에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 분은 메일로 소통하고 계시거든요.) 다행히 답장을 받긴 받았는데... 그런...!

질문에 대한 대답이 없었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무.척. 차가우시더라구요. 아무리 안면이 없는 사이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안녕하세요?" "이만 줄입니다." 정도는 덧붙일 수 있는데 앞뒤 다 자르시고 바로 하고 싶은 말씀을 하시더니 그나마도 갑자기 중간에 뚝- 끊고 그냥 보내셨더라구요. 제목도 쓰지 않으셔서 "제목 없음"으로 왔습니다.

음... 결국 저는 1. 질문의 답을 얻지도 못 했고 2. 그 분의 응대가 너무 차가워 무안해 죽을 지경이었고 3. 그 분께는 민폐를 끼친 셈입니다.

답장을 보내 주셔서 감사하다는 메일을 다시 보내긴 했으나 '애초에 메일을 보내지 말 걸...' 하는 후회로 마음이 무겁더라구요. 물론 그 날 그 분이 바쁘셨을 수도 있고, 질문 받는 걸 달가워하지 않으실 수도 있고, 아니면 원래 그 분의 메일 쓰는 스타일이 그런 걸 수도 있으니 메일 한 통을 확대해석할 일은 아니겠지만 평소 그 분의 글에서 묻어나는 '사람 사귀길 좋아하고 정 많은' 따뜻한 사람 이미지가 제 머리속에서 지워진 것도 사실이네요.

어쨌든 이런 답장을 받아 보니, 제 자신의 태도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불친절한' 건 둘째치고 혹 본의 아니게 쌀쌀맞게 군 건 아닐지 고민해 보았네요. 제 기억으로 저는 방문객의 이메일에 저런 식의 답장을 보낸 적은 없지만 만에 하나라도 저의 냉대(?) 홀대(?)에 마음 상한 분들이 계시다면 사과 드리겠습니다.

겪어 보니 저는 그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번쩍 드네요. 해서 조금이라도 마음 편한 질의응답 시간을 위해 질문만 올릴 수 있는 페이지를 만들었답니다. 게시판이나 포럼 형식이 아니라 그냥 평소처럼 댓글로 질문할 수 있도록요.

'자주 묻는 질문'을 정리한 페이지와 '일반 질문' 페이지가 따로 있으니 하고픈 질문이 있는 분들은 가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블로그 상단 메뉴에서 Q & A를 클릭하세요.


두번째 - 결국 이렇게까지 해야 하다니...

PC를 통해 방문하신 분들은 댓글창에 제가 새로 넣은 메세지를 발견하셨을 겁니다. 바로 이거죠.


댓글을 쓰기 위해 창을 클릭하면 자동으로 사라집니다.


이것을 보고 좋은 아이디어라고 반색하신 분들도 계시지만 반대로 거부감 또는 위압감을 느낀 분들도 계신 것 같습니다. 저도 정말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답니다. 하지만 얼마 전에 제가 받은 댓글 한 번 보실래요? "미국인들의 쿨하지 못한 면모"라는 글 아래 달린 겁니다.



이런 인간에게 대꾸하는 것도 싫어 댓글만 삭제하고 말았습니다.

이 사람이 이것 외에도 비슷한 수준의 댓글을 더 달았기에
IP를 삭제하는 추가 조치도 취해야 했구요.


물론 저런 사람... 한 눈에 봐도 정상적인 인간이라 간주하긴 어렵죠. 상대할 가치가 없다는 것도 알고, 이런 인간 때문에 마음 상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압니다. 그러나 눈에 들어오는 순간 말할 수 없이 불쾌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여러분도 직접 "겪어 보면" 그 때 비로소 알게 되실 거예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이런 사람들은 계~속 드나들 겁니다. 근 3년을 시달리면서 '이것도 다 인격수양이다' 하며 제 인내심이 허락하는 한 참아왔는데 이대로 가다간 블로그 5주년 쯤에는 재채기할 때마다 몸에서 사리가 튀어나올 것 같네요. 10주년을 채운다면 방인 씨는 쥐도 새도 모르게 보리수 나무 아래 앉아 있을 지도요...

하여 대책을 강구한 바, 댓글창에 경고 메세지를 넣은 것이랍니다. 새빨간 warning 싸인 때문에 놀라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방인 씨의 친애하는 선량한 방문객 여러분은 못 본 척하시고 평소처럼 댓글 다시면 됩니다.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은 그치지 않고
자식은 봉양하고자 하자 부모는 기다리지 않고


방인은 친절하고자 하나 잡것들이 끊이지 않는구나!

 

오늘의 길~었던 전언은 여기서 마칩니다.
여러분 즐거운 일요일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