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제가 아직 파릇파릇하던 대학시절이었습니다. (지금은 노릇노릇해요. ㅠ.ㅠ)
친구와 둘이서 한달간 유럽배낭여행을 했었죠.
여행의 막바지에 다다랐을 무렵, 저희들은 프랑스에 있었는데요.
오늘의 이야기는 그 유명한 루브르 박물관에 갔을 때 벌어진 일이랍니다.
워낙 말이 필요없는 관광객 집결지 No.1 이다보니 박물관 안은 어딜가나 자갈치 시장마냥 북적입니다.
그 와중에도 특히 어느 한 곳에 이르면 엄청난 인파가 몰려서 느릿느릿 전진하게 되는데, 바로 이 그림을 볼 준비를 하시면 된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입니다.
엄청난 사람들의 물결에 한번 놀라고, 그림 앞에 다다르면 예상보다 훨씬 작은 실물 크기에 또 한번 놀라게 되더라구요.
여행 당시 저는 소형 동영상 카메라를 가지고 다녔었는데 (그 당시는 스마트폰이 없었어요.) 촬영이 허가된 곳에서는 동영상을 찍기도 했었죠.
그 카메라는 Tape 이 얼마 남지 않으면 화면에 Tape End 라는 경고가 뜨고 그 후로 약 5분 정도는 더 촬영이 가능한 제품이었는데요.
마침 제가 한참을 군중 속에 휩쓸려 느릿느릿 모나리자 앞에 섰을 때 그 경고 문구가 뜨더라구요.
어차피 5분 이상 찍을 마음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테잎을 교체하지 않고 찍고 있는데 뒤에서 낯익은 미국 영어 발음으로 이런 말이 들려옵니다.
이 멍청한 여자애 봐. 테잎 끝났는데 계속 찍고 있네. 저 간단한 Tape End 도 못 읽나봐. ㅋㅋㅋ
그 당시 저의 상태는 한달간의 고된 여행으로 지칠대로 지쳐서 피로 + 까칠함이 마음 속에 꽁꽁 숨어있을 때였는데 마침 그 미국인이 제 발로 걸려들었네요.
저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슬로우 모션으로 고개를 쓰~윽 돌렸습니다. (눈에는 불꽃이 튀었겠죠. 아마??)
저와 비슷하게 스물두세살로 보이는 남자와 그 옆의 여자친구로 보이는 커플인데, 킥킥거리고 있더라구요.
일단 남자 눈을 쳐다보며 말을 시작했습니다.
이 카메라의 Tape End 는 앞으로 5분 남았다는 경고예요.
그리고 실망시켜서 미안한데, 내가 당신의 그 무례하고 거만한 말을 다 알아들었네요.
이걸 어쩌나... 그 잘난 영어를 멍청한 내가 알아들어서??
했더니 얼굴이 빨개지면서 알아듣지 못할거라 생각하고 한 말이라며 미안하다고 버벅거리더라구요.
미안하긴요.. 원래 미국인들은 말이라고는 그 멍청한 미국 영어밖에는 못하잖아요.
그러니 다른 외국인들도 자국어밖에 못한다고 착각할 수 있죠.
내가 미국에서 조금 살아봤더니 미국인들이 원래 그렇게 단순하더라구요.
이번엔 옆의 여자까지 얼굴이 벌개졌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여기서 멈췄어야 되는데 아까 말했듯이 제가 상태가 온전치 못했어요. ^^;;
근데 하나만 물어볼게요.
당신 여기가 어딘지는 알아요? 모자 리자가 무슨 뜻인지는??
루브르는 프랑스말이고, 다 빈치랑 모나 리자는 이탈리아말인데 설마 전부 같은 알파벳이라고 영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영어할 줄 안다고 자랑하러 유럽 여행오신 모양이구만???
딴에는 실컷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그들을 남겨두고 저는 다시 인파속에 섞인 채 그곳을 떠났습니다.
아마 그 미국인들은 얼마간 벙~ 쪄 있었을까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아무때나 이렇게 싸움닭처럼 굴지는 않는답니다. (믿어주세요. ㅋㅋ)
하지만 전형적인 미국식 거만함과 무지함으로 무장하고 킥킥거리는 그들을 보니 왠지 괘씸하더라구요.
영어를 못 알아들을 것이라 생각해 뒷말을 한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영어를 못한다고 멍청하다니요?!
세계인의 영어사용에 관해서는 미국인들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번째, 영어는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언어니까 다른 나라 사람들도 모두 말할 수 있게 배워야한다.
두번째, 외국인들은 영어를 못한다.
첫번째 부류도 짜증나지만, 제가 만난 사람들처럼 두번째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도 열받긴 매한가지라 저는 결심했던 것입니다!
내 너희를 계몽시키리라~ 그게 불가능하다면 대신 망신 망신 犬망신을 주리라~
사람들이 너무 가까이 붙어있었는지라 인파 속의 주변 사람들도 슬쩍슬쩍 듣고 웃는 걸 봤으니 아마 망신을 준 셈일까요??
그 당시에는 속이 시~원했는데 나중에 조금 후회가 되기는 했습니다.
그냥 미국인들이 원래 그런 사람들인걸... 하고 넘어갈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도 혹시 독했던 망신요법이 효과가 있어서 그 미국인들은 나중에 외국인을 보면 입조심하게 됐을까요?
아니면 본인들이 언젠가 프랑스에서 만났던 동양인 여자애가 정말 사납더라는 이야기를 두고두고 했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제가 참을 걸 그랬나요?? ^^;;
* 아시겠지만, 모든 미국인들이 영어 못하는 외국인을 비웃지는 않습니다. 이 때 제가 만난 두 사람이 아직 어렸는데다가, 제가 동양인 관광객이니까 영어를 못 알아들을거라 지레 짐작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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