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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는 지역에는 한인 교포 인구가 많지 않습니다. 제가 자주 만나는 한인이라고 하면 친척들밖에 없을 정도로 말이죠. 자연히 주변 지인들이나 친구들은 대부분 미국인들인데 그 중에는 제가 한국 출신인 줄 모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워낙 다민족 국가이다 보니 굳이 출신지를 구별할 필요도 없거니와 딱히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이틀 전에도 저의 민족적 정체(?)를 모르는 미국인 지인 2명과 점심 식사 후 수다를 떨고 있었습니다. 밥을 먹고 난 직후인데도! 저희 3인의 대화 소재는 온통 먹을 것뿐!!


유유상종이라더니...
 FOOD FIGHTER 끼리는 서로를 알아보는 법입니다.


고기를 지나 생선을 거쳐 채소 라운드에 돌입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미국인 1 마크가 이렇게 묻는 것이 아닙니까.


"너희들 김치 먹어 봤어? 그 Spicy Cabbage 말야."

 

(theguardian.com)

 

호오~ 마크, 당신이 김치를 안단 말이뇨~?


속으로 살.짝. 놀란 제가 물었습니다.


"마크, 김치 좋아해요?"

"완전 좋아하지. 난 Spicy한 게 좋거든. 그리고 김치는 진짜 건강에 좋은 음식이야. 채소잖아! 단점이라면 냄새가 고약하다는 거지. 김치병을 열 때마다 그 냄새가 정말... 그것만 빼면 완벽한데 말야."


지금보다 더~ 자주, 더~ 많이 먹으면 냄새도 아무렇지 않아질 거라고 말하려던 찰나, 옆에서 듣고 있던 미국인 2 린다가 갑자기 말을 시작했습니다.


"마크, 너도 김치 먹는구나~ 나랑 우리 남편도 먹어! 우리 남편이랑 연애할 때 그 집에 갔더니 김치가 있어서 처음 먹어 봤지."


헛~! 린다, 당신과 남편은 유럽계 미국인이잖아요.
게다가 연애할 때라면 적어도 20년 전일 텐데 그 때부터 김치를 먹었다고요?!!!

 

아시안계나 아시안 친구가 많은 미국인들이 김치를 종종 접하게 되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마크와 린다는 둘 다 전형적인 백인으로 평소에 먹는 음식들도 미국 가정식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저는 여기까지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어진 린다의 사연에는 웃지 않을 수가 없었죠.


"우리 남편이 총각 때부터 매운맛을 좋아해서 김치를 즐겨 먹었는데 어느 날 새로 김치 한 병을 샀다며 같이 먹자고 나를 자기네 집으로 불렀어. 그래서 식탁에서 병을 딱 열었는데!"


부글부글 부글부글
Oh my God~~!


린다의 남편은 필시 한인 마켓에서 만들어서 팔고 있는 이런 Jar에 담긴 김치를 산 모양입니다.

 

병에 담긴 김치 드셔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뚜껑을 열면 부글부글하고 넘쳐 올라올 때가 있죠.


"난 그걸 보고 깜짝 놀라서 "OK, 난 안 먹을 거야." 라고 했는데 내 남편은 상관 없다고 그냥 막 먹더라구. 그러고는 몇 시간 뒤부터 입술이 붓기 시작하더니! 세상에~ 세상에~ 완전히 금붕어 입술이 됐어. 푸하하하하하하 다음날 우리 아버지한테 인사가기로 했는데 당장 취소했지."


여자친구 아버님께 인사드리러 가기 전날 음식을 잘못 먹어 탈이 난다는, 로맨틱 코메디에 자주 등장하는 cliche를 현실로 만들어준 것이 바로 김치!였던 것입니다.

린다는 아무래도 그 때 부글부글거리던 김치가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제가 설명해 주었죠.


"그건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아서 그랬을 거예요. 김치는 온도가 낮은 곳에 보관해야 좋아요. 그런데 부글부글거려도 상한 건 아니니까 그것 때문에 입술이 부은 건 아닐 거예요. 아마 너무 매웠던 게 아닐까 싶네요."


"그래애~? 근데 너도 김치를 먹는 거야?"


저도 김치를 먹냐굽쇼?


그래, 마침내 이들에게 나의 정체를 밝힐 때가 온 게로군...
이런 식으로 알릴 생각은 아니었지만
진실은 언제나 예기치 못한 순간에 드러나는 법이지...



"난 한국 출신이니까 거의 매일 먹죠."

"아, 진짜~? 너 한국에서 왔다고?! 그래애~? 그랬구나~!

하며 "언제 왔느냐, 어디서 왔느냐," 등등 푸드 파이터 3인의 수다는 잠시 한국을 거쳐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디저트 이야기로 끝을 맺었답니다.

재밌는 사실은 마크와 린다 둘 다 김치에 대해 자세히 모르면서도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기름진 육식을 하는 미국인들이라 그런지 채.소.로 만든 아.시.안. 음식인 김치는 무조건 먹으면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두 명 다 아직은 배추 김치 한 종류밖에 모른다고 하니 이번 크리스마스에 깍두기나 열무김치를 한 병 선물해 볼까 생각중인 이방인 씨랍니다.


산타클로스의 빨간 옷과 완벽한 깔맞춤 선물 아니겠어요???

여러분 신나는 월요일,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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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at 2014.11.24 14:11 신고 [edit/del]

    엊그제 저희집은 김장을 했답니다^^
    이제 한국에선 김치의 계절(?)이 온 거죠ㅋ
    근데 너무 매운 고추가루를 써서 종일 배탈이 났답니다ㅜㅜ
    김치의 발효성분은 좋은데 맵고 짠 건 딱히 좋은 건 아닐 듯 싶네요^^
    그래도, 아이 러브 김치랍니다~
    볶아먹고, 끓여먹고, 지져먹고.. 참 쓰임새 많은 김치이~~^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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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콩양 at 2014.11.24 16:01 신고 [edit/del]

    생각보다 많은 미국인들이 김치를 먹나보네요~
    냄새 때문에 처음에 거부감이 엄청났을텐데.. ㅋ
    크리스마스 선물로 김치라..
    깍두기, 열무 김치~ 너무 맛있어서 쓰러지면 안되는데...

    Reply
  4. 존사모님 at 2014.11.24 16:12 신고 [edit/del]

    깍두기나 총각김치를 선물하시려면 꼭 잘 익혀서 먹여야 한다는
    말도 전해 주세요
    그리고 라면과 먹으면 더 맛있다고도 꼭! 꼭! 전해 주세요 ^^

    저희 남편 친구들도 다 미국인이잖아요

    저희 남편은 순두부 찌개를 좋아하고(김치찌개도 좋아하긴 하는데
    그래도 순두부 찌개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남편 친구 1은 된장찌개를 좋아하고
    남편 친구 2는 김치찌개를 좋아해요

    남편 친구 1은 프랑스계 미국인이고
    남편 친구 2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에요

    남편 친구 2는 처음 김치찌개를 봤을 때 사람들이 막 권했음에도
    불구하고 안 먹고 버텼는데 어쩌다 한 입 먹게 된 뒤로 김치찌개 팬이 되었어요

    저번에 저랑 남편이 고기 먹으러 갈 껀데 같이 갈래라고 물어봤더니
    남편 친구 2가 미안한데 자긴 김치찌개 먹으러 갈 꺼라고 해서
    혼자 엄청 웃었어요

    외국 사람들이 한국 음식을 저렇게 좋아하는 거 보면 귀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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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Name at 2014.11.24 16:46 신고 [edit/del]

    한국 토박이인 저도 안먹는 김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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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 at 2014.11.24 16:50 신고 [edit/del]

    저도 아시안이 거의 없는 미국에서 살았었는데 대형마트가면 김치 많이 팔더라구요. 근데 그 김치는 대부분 우리 한국사람들은 읭? 하는 맛의 김치 ㅋㅋㅋ 하나도 안 맵고 젓국도 거의 안 쓴듯한... 정작 한국인들은 그 마트김치는 잘 안먹고 직접 담가드시든지 아니면 멀리 있는 한인마트까지 가시더라구요. 가서 종갓집꺼를 사와야겠다며 ㅋㅋㅋ 열무김치나 백김치, 물김치 이런거 담가주면 좋아하겠어요!! 이거는 별로 안 매운 김치고 저는 샐러드 대용으로도 먹는 김치들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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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김치좋아 at 2014.11.24 17:17 신고 [edit/del]

    볶은 김치도 권해보세요~ 더 좋아 할듯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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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하하 at 2014.11.24 17:46 신고 [edit/del]

    한국통종인 인대요 재미있어서ㅜ어제 종일 봤너요 ㅠ ㅡㅠ 동치미 ㅋㅋ 백김치 ㅋㅋ

    Reply
    • 꿀밍이 at 2014.11.27 05:43 신고 [edit/del]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뜬금없지만 이모티콘 너무 웃겨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쥬륵.. 하는것 같음 ㅋㅋㅋㅋㅋ

  9. 하하 at 2014.11.24 18:10 신고 [edit/del]

    그리고 질문이 있습니다
    정말 한국인둘이 머리가 큰편인가요 ㅠㅡㅠ
    전 한국인들 중에서도 머리가 큰편인데
    제가 가면 큰일 나겟죠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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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방쌤』 at 2014.11.24 22:55 신고 [edit/del]

    같이 일하는 외국인 친구들이 많은데
    은근히 김치 즐겨먹는 아이들도 많아요~
    동료들이 대부분 캐나다, 미국, 영국 출신이거든요
    매운짬뽕도 김치와 함게 올킬하는 아이들도 여럿 봤습니다^^ㅎ

    Reply
  11. 호주아줌마 at 2014.11.25 20:48 신고 [edit/del]

    호주도 은근 김치 하면 한국하고 딱 대표적인 음식으로 꼽는데
    극과 극인 반응이에요. 그런데 점점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건 조금씩 느끼네요.
    물론 제가 촌동네 살아서 더디게 느껴지긴 하는데 시드니나 멜번이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어요.

    울 아들 친구(인도네시아+호주 혼혈)는 Only 배추김치에요. ㅎㅎ 전에 깍두기 만들어 줬더니 그건 자기 타입 아니래나 뭐래나. ㅎㅎㅎ 결국 배추김치 만들어 줬더니 여동생, 엄마, 아빠는 한두입 겨우 먹고(나름 매우니까요. 전 그렇게 맵고 짜게 안만들거든요. 이젠 매운음식이 점점 좀 멀어지긴 해요.)
    울 아들 친구가 싹 다 먹은거에요. 5일만에.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매일 저녁때 꺼내 먹었다고 그러더라구요. 하긴 우리집에서 Sleep over 할때도 김치 주니까 신나가지고 먹더라구요.
    은근 한국수퍼마켓에서 사다가 즐겨 먹는 사람들 많아요.
    동양인들 말고 유럽인들이나 남미나 호주사람들이나 매운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김치 참 좋아하더군요.
    다들 하는 말은 냄새가 좀 심하다고 특히 냉장고에 김치냄새 작렬이라고 그게 좀 거시기 하다고 하네요.ㅋㅋㅋ
    그 냄새마져 식욕을 자극한다는 사람도 있긴 하더군요.
    이나저나 이방인씨 국적을 이제야 확인 하다니 신기하네요.
    여긴 통성명하고 나면 바로 "어느 나라에서 오셨음??"하고 바로 물어보는데...

    미국은 겨울 크리스마스 맞이 하겠네요.
    여긴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야 합니다.

    "부서지는 파도소리 새하얀 갈매기
    바닷바람 내가슴을 할퀴던 한여름의 크리스마스~~~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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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김치 at 2014.11.25 22:18 신고 [edit/del]

    김치는 중독되나 봅니다.
    어릴 때 싫어했는데 이제 좋아하게 된 음식이 김치, 나물류
    나물도 양념만 좀 신경쓰면 외국인들에게 인기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음식으로 익숙해지면 아무래도 더 가깝게 느껴지니까 좋은 현상입니다.
    음.. 잣과 배를 채썰어 넣어 숙성시킨 백김치나 동치미가 매운 김치류보다
    더 맛있게 느껴지던데 그런 쪽은 어떨까요?
    동치미와 매운 총각김치를 같이 선물해보면 자신의 기호를 더 잘 알게 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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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정지용 향수 at 2014.11.25 22:21 신고 [edit/del]

    김치가 우리 한국인입맛에 딱이라생각했는데 외국인입맛에도 맞는다는게 신기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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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windycaramel at 2014.11.26 02:45 신고 [edit/del]

    저도 한국인 거의 없는 미국 중부에 사는데요
    몇몇 미국인들이 김치만드는 방법 가르쳐달라고 해서 가르쳐준적도 있어요 김치뿐 아니라 김치전도 굉장히 좋아하더라구요 요즘은 cost co에도 김치가 들어와있는것을 보며 신기하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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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sam at 2014.11.27 11:34 신고 [edit/del]

    휴.....! 드디어 한글이 작동 하는구나
    방인이 이놈? 하루에 열 번도 더 들어오게 만들고
    지금 페루산 일본 라면에 엄청나게 매운 이 나라 파란고추 두개나
    썰어서 끊여 먹고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오는데
    아직도 새 글 안올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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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삐딱냥이 at 2014.11.28 02:05 신고 [edit/del]

    저도 그런 적 있어요... 구걸 매일 먹는다는데 뒤집어진 사람도 주위에 몇 되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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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sam at 2014.11.28 07:14 신고 [edit/del]

    우하하.....
    드디어 올렸네. 아우 방인씨 사랑해요.
    그 버스 운전하신 분 정말 천사네요.
    평소에 방인씨도 천사처럼 남들에게 잘 하시니. 이런 천사를 맜났겠죠.
    추수 감사절 휴가 재밌게 보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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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at 2014.11.28 10:48 신고 [edit/del]

    한국에 대한 별 관심도 없는 그냥! 미국인, 서양인들이 김치를 먹는다니 정말 신기하네요~
    한류에 관심을 가지고 그러다보니 음식도 먹어보게 되고 그러다 빠지는 경우는 봤어도 말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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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존사모님 at 2014.11.28 12:09 신고 [edit/del]

    어제 추수감사절 모임에 갔었어요
    거기에 어떤 분이 바로 담근 김치를 가져오셨는데
    그 모임에 있던 필리핀계 미국인들이 김치를 막
    먹으며 신선하다고 평을 하더라고요
    진짜 맛있다면서 뭔가 샐러드 먹는 느낌으로 먹었어요
    저는 신김치만 먹어서 그 김치를 안 먹었는데
    외국인들이 저에게 김치를 막 권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있었답니다
    제가 담근 건 아니지만 외국인들이 김치를 맛있게
    먹으니 뿌듯하긴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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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지나가다 at 2014.12.02 13:12 신고 [edit/del]

    생각보다 많이 먹네요. 십여전만 해도
    김치에 대해 좋아하는 미국인은 많지 않았는데
    먹어서 좋은 거니 좋네요. ㅋㅋ
    한국은 김장철 이예요. 춥기도 하고 하니 한집씩
    김장을 하네요. 저희집은 김장을 했어요.전 한게 없고
    엄마가 했다는점 이지만요. 다른 분들도 김장 하셨는지
    한국은 지금 춥네요. 일요일날 비가 오고 어제는 눈이 오고
    그러고 나니 춥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리뷰 잘보고 갑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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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lee23 at 2014.12.11 22:02 신고 [edit/del]

    미국이랑 영국에 움대해서 호기심이 많아서 돌아다니다가 여기있는 글 보게되었는데 너무 너무 유익해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 왠만한 책보다 도움이 많이 되고 훨씬 읽기도 편해요. 앞으로도 계속 놀러올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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