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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 답정너 친구에게 당하다니... 분하다!

by 이방인 씨 2014. 10. 27.

년엔가... 한국에서 크게 유행했던 "답정너"라는 말이 있죠?


해져 있으니 는 대답만 하면 돼


의 줄임말로 자신이 원하는 답을 들을 때까지 상대방을 몰아가는 압박화법을 선보이는 사람들에게 붙여진 별명인데요. 직접 내뱉기에는 속보이지만 상대방에게 굳이, 기어이, 한사 알리고 싶은 자신의 자랑거리를 떠벌리려는 의도로 일종의 유도신문을 하는 사람이랄까요. 답정너의 대표격으로는 상대방에게서 어.떻.게.든. "너 예뻐"라는 말을 듣고 싶어하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쉽게 자료를 찾을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이런 거죠.

 

말을 건 여성은 아마도 친구로부터

"그래, 너 윤아 닮아서 예뻐"

라는 말을 듣고 싶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자기 입으로 "나 윤아 닮아서 예쁘지?"라고 물을 수는 차.마. 없기에
'다른 사람들이 그러던데 네가 보기에도 그러하냐?' 라며 우회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답으로 몰아가고 있죠.
하지만 상대방은 이미 답정너의 의도를 간파하고

"야 우리집에 놀러와"

라며 '옛다, 한 번 놀아줄 테니 그 입 다물라' 퇴치법을 1차적으로 시전하고 있네요.


아직까지는 겸손이 미덕이요 예절인 한국 사회에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기 자랑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자, 어서 해 다오~ 네 입으로 내 칭찬을!' 하고 부탁하는,  어찌 보면 귀여운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이런 류의 온라인 게시물을 볼 때마다 '아마 여중고생쯤 됐나 보다' 하고 웃곤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며칠 전에 제가 미쿡인 친구에게 답정너 공격을 제.대.로. 당하고 말았네요. 미쿡판 답정너는 어떤지 한 번 들어 보세요.

사실 그 친구는 평상시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여성입니다. 사시사철 민낯으로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이곳에서 그녀는 늘 풀메이크업을 장착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같이 있다 보면 그녀가 얼마나 자주 화장을 고치거나 머리를 빗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서양인답게 시원시원하고 또렷한 이목구비에 화장도 솜씨좋게 하니 충분히 예뻐 보입니다. 하지만 전투태세를 갖춘 주걱턱과 전형적인 백인 하체비만 체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꽤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녀가 며칠 전 제게 자신의 외모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말이죠.

답정너 친구: 오~ 내 머리칼은 너무 볼륨감이 없는 것 같아. 집에서는 괜찮은데 밖에만 나오면 건조해서 그런가, 마음에 안 들어! (그녀는 찰랑거리는 풍성한 컬이 들어간 머릿결로 유명합니다.)

방인 씨: 그게 무슨 소리야. 모두가 네 머릿결이 얼마나 좋은지 다 아는데. 오늘도 예쁘다.

답정너 친구: 흐음~ 그래? 그럼 다행이고. 고마워. 아휴~  그런데 내 눈 좀 봐! 피곤해서 그런지 눈동자가 밝질 않아. (그녀는 밝고 또렷한 눈동자와 유난히 맑은 흰자위로 또 유명합니다.)

방인 씨: 걱정하지 마. 피곤해도 네 눈은 반짝거리니까.

답정너 친구: 그래? 고마워. 그런데 또  blah~ blah ~ blah~

끊임없이 자신의 얼굴에 대한 불만을 (참으로 재밌게도 남들에게 칭찬받는 부위만 언급하고 정작 고민될 법한 단점은 하나도 말하지 않더군요.) 털어놓으며 "나 완전 엉망으로 보이지?!!" 라며 제게 그 최후의 대답을 종용하길래 저는 아무 저항심 없이 그녀가 원하는대로 해 주었습니다.


엉망으로 보이는 날에도 너는 킹왕짱 예뻐.

 

드디어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들은 그 친구, 만면에 미소를 띄며 제게 이 한마디를 남겼습니다.

"그래, 너도 어려 보여."

어려 보여
어려 보여
어려 보여

 

오냐... 입이 삐뚤어져도 나한테는 "예쁘다"는 말은 못하겠다는 뜻이렷다.
아놔~ 머릿결이 찰랑거리고, 눈이 반짝거리는 이 잡것을 우째쓰까나~


라는... 생각도 한 순간일 뿐, 맛있는 걸 잔뜩 먹고 집으로 돌아왔더니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I'M HAPPY~' 상태가 되어버렸네요.

 

얼굴 예뻐봤자, 그걸로 배가 부르길 하냐 뭘 하냐~
먹고 죽어야 때깔이 고운 예.쁜. 귀신이 된다.
어차피 살아생전에는 이미 그르친 일,
차라리 피부미귀가 되어 저 세상에서 2차전을 도모하련다!


여러분도 맛있는 음식 드시고 신나는 월요일 시작하세요!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