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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UCLA에서 벌어진 불쾌한 아시안 여성 비하 파문

by 이방인 씨 2014. 2. 10.

어제 미국 TV 뉴스를 보다가 머리 끝까지 치솟는 불쾌감을 느꼈습니다.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미 서부의 명문 대학인 UCLA의 아시안 학생회 사무실로 한 장의 전단지가 날아들었는데 이 일로 아시안 학생회가 발칵 뒤집어진 것은 물론이고 UCLA의 총장까지 나서서 조치를 취해야 했죠.
문제의 전단지는 바로 이것입니다.

 

여성을 비하하는 속어가 하도 많이 나와서 모자이크 처리를 했습니다.


이 전단지의 가장 상단부에는 몇 년 전 UCLA에 붙었었다는 벽보의 내용이 써 있습니다.

"백인 남성들은 인종차별주의자들이다. 그들은 흑인 여성과는 사귀지 않는다."

"백인 여성들은 인종차별주의자들이다. 그들은 아시안 남성과는 사귀지 않는다."

사실 저는 이 벽보의 내용도 참...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요.
남녀가 사귀는 건 다~ 이라 개인의 이성 취향에 따른 것일진데 인종차별을 왜 갖다 붙이는지 원...

이번에 이 전단지를 만든 사람은 그 내용에 추가할 것이 있다며 이렇게 썼네요.
매우 순화하여 옮겨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아시안 여성들은 인종차별주의자들이다. 그들은 백인 남성들과만 사귄다.

2) 백인 남성들은 못생기고 뚱뚱한 백인 여성에게 싫증이 나서 아시안 여성들과 사귄다.

3) 아시안 여성들은 자존감이 낮아서 못생기고 뚱뚱하고 털복숭이에 주근깨 투성이인 백인 남성들과 사귄다.


백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욕설을 퍼 붓더니 그 아래 작은 글씨로 또 이렇게 주절거리네요.

아시안 여성의 남자들은 키가 작다. 멕시칸 여성의 남자들도 키가 작다.
멕시칸 여성이나 아시안 여성이나 백인 위주의 미디어에 노출되어 있는 것은 같지만 멕시칸 여성들은 아시안 여성처럼 백인 남성을 숭배하지는 않는다.
브라보 멕시칸 여성들! XXXX 아시안 여성들.


이 전단지를 받은 아시안 학생 연합은 총장에게 사건을 보고했고 UCLA의 총장 Gene Block은 '매우 혐오스럽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즉각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을 관리하는 경찰인 UCPD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합니다.

사건을 접한 모든 아시안들이 불쾌감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토록 노골적인 아시안 여성 비하라니 이런 짓을 한 범인이 백인이든, 흑인이든, 라틴계이든 찾아내면 따귀를 올려붙이고 싶을 정도네요.

하지만... 전단의 내용을 읽어 보면 범인을 타인종이라 짐작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
유독 아시안 여성에 대한 (아시안 남성에 대한 모욕이나 비하는 전혀 없죠.) 집요한 성적 비하와 백인 남성에 대한 모욕적 언사를 보면 이 사건의 핵심은 인종차별이 아니라 분노발산인 것 같거든요.


백인 남성을 사귀는 아시안 여성에 대한 분노 말입니다.


아시안 여성이 백인 남성을 사귀는 것을 이토록 치를 떨며 싫어하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요?
아시안 여성과 백인 남성이 보통의 연인들처럼 서로 좋아해서 사귈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저런 증오 전단을 보낼 리가 없으니 범인이 누구든지 간에 그 사람은 '빼았겼다'는 박탈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겠군요.

일단 아시안 여성은 용의선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정상적인 추론이겠죠.
백인 남성에 대한 경멸적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걸로 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Honkie"라는 단어가 백인을 부르는 속어입니다.) 범인은 백인 남성도 아닌 듯 싶구요.
"못생기고 뚱뚱한 백인 여성에게 싫증나서"라는 표현으로 보아 백인 여성이 쓴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렇다면 다음의 다섯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겠네요.


① 아시안 여성에게 백인 남성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흑인 여성

② 아시안 여성에게 백인 남성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히스패닉 여성

③ 아시안 여성을 백인 남성에게 빼았겼다고 생각하는 아시안 남성
④ 아시안 여성을 백인 남성에게 빼았겼다고 생각하는 흑인 남성
⑤ 아시안 여성을 백인 남성에게 빼았겼다고 생각하는 히스패닉 남성


TV 뉴스에까지 보도 되고 총장이 경찰에 의뢰를 한 만큼 핫 이슈가 되었기 때문에 미국 웹에서는 저마다의 해석을 내놓은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범인은 "아시안 남성일 것"이라 짐작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인종전시장이라고는 해도 미국 내 통계와 주변 사례들을 보면 사람들은 결국 같은 인종끼리 결합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자신과 같은 인종의 이성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고, 이는 백인 남녀, 흑인 남녀, 히스패닉 남녀, 아시안 남녀 커플이 가장 흔하다는 뜻이죠.
흑인/히스패닉 남녀는 아시안 여성과 백인 남성의 교제에 이 정도로 분노할 이유가 없다는 말입니다.
이런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마도 아시안 남성이 이 전단지를 제작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을 품은 거겠죠.

하지만 저는 범인이 절대로, 결단코, 무슨 일이 있어도, 아시안 남성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저와 같은 인종의 일원이, 같은 아시안 여성을 모독하는 저 따위 조악한 전단지를, 그것도 비겁하게 몰래 보내는 그야말로 못나빠진 짓거리를 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거든요.
저는 아시안 남성보다 백인 남성이 훨씬 많은 곳에 살고 있지만 백인 남성보다 키도 크고 외모도 출중하고 공부도 잘하고 돈도 잘 버는 아시안 남성들을 많이 봤습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각 인종의 개성과 매력이 있을 뿐, 아시안 남성들이 백인 남성들에게 열등감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구요.
만약 전단지를 보낸 범인이 정말 아시안 남성이라면 제 생각은 형편없이 빗나가고 말겠죠.
그래서 바랍니다.

전단지를 보낸 사람이 제발 아시안 남성이 아니기를요.

아시안이든, 백인이든, 흑인이든, 히스패닉이든, 아랍계이든 누가 누구를 사귀든지 말든지 다~ 개인의 사생활인데 아무 상관없는 타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이해불가한 일이예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활기찬 월요일,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