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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한국에는 흔해도 미국에서는 즐길 수 없는 문화생활

by 이방인 씨 2014. 2. 14.

한국에 있었을 때, 저는 여학생들의 신성한 문화생활을 향유할 줄 아는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미국으로 건너온 그 순간부터 그 권리를 박탈당하고 말았네요.
지금까지도 한(恨)으로 남은 그 소중한 문화란 바로?!!

 

!!!


예나 지금이나 한국의 여학생들 치고 순정만화 한두 편 읽지 않은 사람이 드물 것 같은데요.
그 중에서도 저는 틈만 나면 학교에서 친구들과 각자 빌린 만화를 서로 교환해서 읽는 나눔의 미학을 알고 있는 독자였답니다.
그 시절 하루가 멀다 하고 만화책 나눠 보던 친구가 나중에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소식고!!

 

한국 고등학교 국어교육의 앞날에 서광이 비추는 듯 했죠!


순정만화 보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어~찌나 시적언어를 잘 쓰는지...!
드라마 오로라 공주에서 논란이 되었다는 "암세포도 생명이잖아요."라는 대사를 순정만화 거장들이 썼다면 지금처럼 충격과 공포를 불러일으키지 않았을 거예요.
아마 이쯤 되지 않았을까요?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은 아직 따스한데 병들어가는 내 몸의 한 조각... 영혼의 바다로 떠나고 싶다.
아~! 고통을 주는 너, 암이여... 그래도 너와 함께이고 싶다.



↑ 이런 만화만 보다 미국에 왔더니 이.런. ↓ 만화들이 가득하더군요.


미국의 만화는 평균 20-25페이지로 발행되기 때문에 Comic Book이라는 이름보다 Comic Strip 혹은 Comic Issue라고 더 자주 불립니다.
또한 순정이라는 장르는 존재하지 않고 위 작품들처럼 남성 취향의 공상과학물이나 영웅물이 주를 이루죠.
우리가 영화로 잘 알고 있는 슈퍼맨, 스파이더맨, 캡틴 어메리카, 토르, 어벤저스 등등은 모두 Comic이 원작입니다.

1939년에 뉴욕에서 설립된 MARVEL이라는 만화제작사가 전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만화기업인데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영국 드라마 Doctor Who도 BBC에서 판권을 사서 그려냈습니다.

 

이 issue는 발행 당시 가격이 50센트였군요.


영웅물에 관심없는 제게는 그저 총천연색의 종이묶음일 뿐이지만 Comic Strip을 수집하는 사람들에게 오래전에 발행된 만화들은 천문학적 가치가 있습니다.
2011년 한 경매에서 이런 결과가...!

 

수퍼맨 캐릭터가 최초로 등장한 Action Comics 제 1호는
1938년 발행 당시 10센트였던 것이 2011년 경매에서 2.16밀리언 (한화 23억원)에 낙찰되었습니다.


제가 사는 도시에도 만화 팬들과 수집가들을 위한 Comics collectibles Shop이 있는데 어린 남학생들도 오지만 중장년층 남성들이 그~렇게 많이 드나듭니다.
하긴 어린 학생들 용돈으로는 사기 힘든 가격대의 만화들이 많더라구요.

저것들이 비싸거나 말거나 한국식 순정만화에 목마른 저는 인터넷으로 구매하려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만 또 이런 문제점이...

 

 포스팅을 위해 찾아본 순정만화 작품
한국 현지에서 4,500원에 당일배송

 

한국 책을 파는 미국지점에서 $5.50 (5,864원)에 한.국.배.송.
한국배송은 2주 정도 기다리라는...

 

미국 아마존에서 팔고 있는 같은 작품
가격은 $8.99 (9,586원)
게다가 영문번역판 

한글을 해독할 줄 아는 나는 영문판 따위 취급하지 않아!


이리하여 미국에서 순정만화 금단현상을 겪고 있는 저는 한국에만 나가면 친구들과 요즘은 찾기 쉽지 않은 만화방을 전전하며 걸신들린 듯 만화를 섭렵하곤 한답니다.
그런데 아무리 걸신(乞神)이 강림하셔도 만화방에서 짜장면은 도~저히 못 시켜먹겠더라구요.


PC방에서 컵라면 먹는 것과 또 다른 레벨이었습니다.


요즘도 저는 다음에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읽어야 할 만화 리스트들을 마음 속에 새기며 위안받고 있답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만화는???

신나는 하루, 유후~

같은 미국이라도 한인 인구가 많은 지역과 사정이 다를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