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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한국인 이웃에게 화가난 미국 직장 동료를 달랬던 사연

로 어제 있었던 일입니다. 결혼한지 얼마 안된 새색시 직장 동료가 제게 와서 씩씩거리더라구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서 너한테 물어보려고 왔어.
어제 내 한국인 이웃이 내게 이런 행동을 했어!

Uh-oh...

갑자기 왜 제가 긴장이 될까요. 짐짓 태연한 척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우리 옆집에 사는 Mrs. Choi가 어제 나를 보더니
갑자기 내 얼굴을 자기 손으로 감싸더니 이런 말을 하잖아!

"Melissa, your face fat. Stop eating food."
 멜리사, 네 얼굴이 뚱뚱해. 그만 먹어.

OH NO, 오~~~~~~ 노~~~~~~~ 


듣자마자 저는 사색이 되었습니다. 이런 말과 행동은 미국에서는, 정말 어지간히 막역한 사이가 아니고선, 절대로 해서는 안된답니다.

우선, 신체접촉에 민감한 미국에서는 친하지 않은 사이에서는 일절 다른 사람의 몸에 손을 대지 않습니다. 직장 동료끼리도 어깨조차 안 건드릴 정도인걸요. 게다가, 외모/신체에 대한 평가는 금기 중에서도 금기! Mrs. Choi라는 이 분은 정말이지 미국인에게 굉장한 실례를 콤보로 시전하신 거지요. 

하지만, 한국식 정서로 보면 크게 놀랄 일은 아니지요. 이 최여사님이 연배가 높으신 분이라는 가정을 하면 아마 이런 의도로 하신 말씀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구~ 새댁, 얼굴이 달덩이야. 살 좀 빼야겠어~"

물론 이쪽도 절.대. 기분 좋은 말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있을 법한 시나리오지요. 아마 주변에서 어르신들께 비슷한 말을 들어본 경험이 있는 한국인도 꽤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국인인 제가 들었어도 속으로 "최여사님, 제 살은 제가 알아서 할테니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라고 볼멘소리를 했을 것 같은데, 미국인인 멜리사는 모르긴 몰라도 굉장히 불쾌했을테죠.

멜리사가 씩씩거리면서 이렇게 묻더군요.

이게 한국에서는 괜찮은 일이야?
그냥 내가 이해하고 넘어가야 되는 거야?

곧바로 화를 내지 않고, 제게 물으러 와 준 멜리사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저는 한국 문화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한국에서 타인의 외모에 대한 평가 또는 조언을 하는 것은 종종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특히나 연장자 우대가 강한 문화 특성상, 연배가 높으신 어르신들은 나이어린 사람에 대한 배려가 조금 부족하실 때도 있다고 말입니다. 제 설명을 들은 후 멜리사는 화가 누그러지긴 했지만, 역시 기분은 나쁠 테죠.

요즘은 한국에서도 타인에 대한 외모 지적이나 평가를 하는 것이 실례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고 들었습니다. 잘된 일이죠. 사실 제가 한국에서 살 때까지만 해도, 만인의 만인에 대한 외모지적이 광범위하게 허용됐었답니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예외없이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표현들을 하던 시절이기도 했구요. 지금 돌이켜보면 타인의 마음의 상처를 헤아리지 않는 문화였던 것 같은데, 그 시절을 저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겠어요. 하..하..핫..

미국에서는 타인의 외모에 대한 부정적 뉘앙스의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예의입니다. 특히나 비만인구가 많기 때문에 몸매에 관한 표현들에 엄격하지요. Fat (뚱뚱한) 이라는 단어는 타인을 묘사할 때 쓰는 것이 금기시되고, Chubby (통통한) 라는 단어도 매우 조심스레 사용합니다. 아예 타인의 몸매에 대한 어떤 말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지요. 괜히 남의 외모에 관해 이런 저런 말을 하다가 큰일날 수 있거든요. 

한국에서 친한 사이에 흔히 들을 수 있는 이런 말도 미국에서는 실례에 속합니다.

"너는 살만 빼면 정말 예쁠 거야~"
"눈수술만 하면 연예인 되겠다~"
"너는 키만 빼면 완벽하다"

칭찬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알쏭달쏭한 외모지적. 미국인에게는 모욕으로 느껴질 수 있답니다. 내가 너의 외모를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평가 결과 지금은 예쁘지 않다는 것을 암시하니까요. 

오랜 세월 미국에서 살면서 이 나라의 장단점을 많이 보고 겪었고, 모국인 한국의 장단점도 많이 되새겨볼 수 있었습니다. 분명 자랑스러운 점이 더 많은 한국이지만, 겉모습에 집착하고 평가하는 사회적 현상은 없어져야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유후~

  • 골드미즈 2020.02.13 09:41 신고

    그래서~! 요즘 한국에서는 성희롱이 이슈죠.
    성적인 부분을 포함해서 외모지적을 하는 것도 성희롱이라서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 한국도 이제 직장내에서도 서로 조심해야합니다.
    저는 이런 변화를 보면서 한국도 한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미국에서 저런 일이 벌어졌었군요! 핫핫.
    이방인님이 제대로 한국의 특성을 설명해주셔서 미쿡인의 화가 누그러든건 다행이네요. 말씀하신 대로예요.
    허나 이제 한국도 변해가야죠~ 그럴껍니다.
    최소한 지금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라면 직장내성희롱 교육도 들으면서 성적인 농담뿐만이 아니라 서로간에 조심하자는 것을 인지는 할테니까요~ ㅎㅎ
    아, 최근에 회사에서 여직원이 정말 아무생각없이 다른 남자직원에게 "입사하고나더니 날씬했던 모습이 사라지고 사각형이 되었어요!" 라는 말 한마디로 뒤집어질뻔했거든요. 저도 오래근무한 사이고 어떤 느낌인지 아니까 그냥 공감하면서 웃었지만, 이게 또 성희롱에 저촉이 된다네요. 외모평가.
    아무튼, 미국이나 한국이나 아니 한국도 이제 타인에 대한 과한 오지랖과 지적질이 사라져가면 좋겠어요.

    • 이방인 씨 2020.02.25 02:42 신고

      그런 변화는 참 바람직한 것 같아요. 제가 한국에서 학교다니던 때를 기억해보면, 선생님들도 여학생들 외모평가 및 지적은 기본이고 성희롱 발언 굉장히 많이 하셨거든요. 지금도 많이 나아진 편이니, 요즘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가 될 즈음에는 한국에도 이런 문화는 거의 사라지지 않을까 싶어요. ^^

  • 피오니90 2020.02.13 17:17 신고

    겉모습을 지적하는 일은 이제는 친하지 않은 사람사이에서는 많이 줄고 있는 듯 보입니다.

    • 이방인 씨 2020.02.25 02:43 신고

      저도 그렇게 들었어요. 정말 잘된 일인 것 같아요. 남의 눈에 내 외모가 어떻게 보일까 신경쓰느라 받는 스트레스가 많이 줄겠죠.

  • 바셀백수 2020.02.15 00:45

    조금 옛날 사람인 제입장은 이눔의 칭찬이 참 익숙치가 않아요
    가령 오랜만에 화장을하고 나온 친구에게 그래 넌 좀 화장으로 얼굴좀 가리고 다녀라 라고 한다거나요
    속뜻은 화장하니 예쁘다 라는 칭찬인데..ㅜㅜ 문제는 친구도 무슨뜻인지 아니까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으니 어린친구들한테도 고쳐치지가 않고 그런식으로 표현한다는 ㅡㅡ;;
    칭찬만 하기엔 오글거리고 뭔가 오바하는것 같고... 문제죠~ㅎㅎ

    • 이방인 씨 2020.02.25 02:50 신고

      칭찬하는 것, 칭찬듣는 것을 어색하는 한국문화 특성상 그럴 수도 있겠네요. 미국인들의 칭찬하는 팁을 하나 소개하자면요, 이들은 사람 외모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라 주로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한답니다. 예를 들어 얼굴이나 몸매에 대한 칭찬 대신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오늘 머리스타일이 산뜻해보여요." "오늘 스카프가 멋지군요." 또는 "오늘 기분 좋아 보여요." 등등 생김새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아도 듣는 사람이 기분 좋은 말을 할 수 있지요. 바셀백수님도 이런 방법을 이용해보심이 어떨런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