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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기생충을 본 미국 동료의 결말 해석

by 이방인 씨 2020. 2. 19.

전에 저희 어머니댁에 갔었습니다. 지척에 사는지라 가끔 얻어먹으러 가곤하지요. 평소에는 신상에 관해 여러 질문을 하시는데, 이번에는 새로운 질문을 하시더라구요.

주변 미국인들이 기생충 많이 봤다더냐?”

먹다가 웃음이 터졌답니다. 이거슨 마치 모국을 자랑스러워하는 이민자 버전의 "밥은 먹고 다니냐?" 같았거든요.


기생충의 국제적 성과가 워낙 어마어마하다보니, 저희 어머니도 미국인들이 기생충을 관람했는지 궁금하셨나 봐요. 아마 한국인 이민 1세로서 자랑스러움이 뿜뿜하셨나 봅니다.

어머니의 질문도 질문이지만, 그래도 미국인 동료와 기생충에 대해 이야기했던 적이 있답니다. 아주 번역이 작품에 속하지만, 문화차이는 온전히 극복하기 힘들었는지 제게 이해가 안되는 부분을 물었거든요. 사실 딱히 이렇다할 질문은 별로 없었습니다. 짜파구리는 어떤 음식이냐, 어떤 맛이냐, 극중 가난한 가족은 지하창고에 사는 것이냐 (반지하 집을 모르니, 미국식 지하창고인 basement 알았던 것이죠.) , 외국인이라면 궁금해할 법할 것들입니다. 특별할 것 없는 질의응답이 끝난 , 동료가 감상을 말하는데 바로 여기서 제게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었답니다. 결말에 대한 해석이 지극히 미쿡스러웠기 때문이죠.

기생충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결말이 매우 암울하죠? 극중 아버지는 살인자가 되어 지하방공호에 숨어들었는데, 빠져나오면 감옥에 갈테고 계속 숨어있으려면 음식을 구할 때마다 발각될 위험을 무릅써야 합니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돈을 벌어  집의 주인이 되어 아버지를 구하겠노라 편지를 쓰지만, 현실은 편지를 아버지에게 보낼 방법조차 딱히 없는 절망적 상황이죠. 돈을 벌어 집을 사겠다고 말할 , 아마 여러분과 저는 알고 있었을 겁니다. 한국에서, 사수생에 빈털털이인 백수 아들이 집을 정도의 부를 쌓기란 로또당첨 따위의 천운이 따르지 않는 , 헛된 희망에 불과하여 결국  영화는 비극으로 끝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런데 같은 영화를 미쿡 동료는 영화를 해피 엔딩으로 받아들이고 있더라구요. 그가 말하길,

결말을 보고 기뻤어. 이제 아들이 정신차리고 돈을 벌려고 노력할 거잖아. 열심히 해서 학교부터 가겠지. 그리고 졸업해서 취직을 하거나 비지니스를 시작해서 돈을 있잖아. 집을 사겠다고 아버지한테 편지쓸 아주 감동적이었어.


말을 듣고, 저는 잠시 말을 잃고 동료의 얼굴을 보고만 있었답니다.

이거슨
참으로 미쿡인의, 미쿡인에 의한, 미쿡인을 위한 해석이로구나야!

기회는 모든 이에게 균등하며,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으며, 노력의 결과에 한계는 없다는 American Dream정신 믿고 있는 진성 미쿡인다운 자세이지요.

순간 저는 고민하지 않을 없었습니다. 미쿡인에게 내가 생각하는 결말의 다른 해석을 알려줄까 말까 말이죠. 찰나의 고민 후, 저는 입을 다물었답니다

첫번째 이유는 그냥한국의 현실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냉혹하다고 말하기 싫더라구요. 아들은 아마도 대학 입시에 실패할 것이며, 설령 대학에 진학하여 졸업 취직을 한다 해도, 집을 사는데 필요한 정도의 돈을 모으는 것은 기적에 가까울 것이며,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하고자 하여도 자본금을 구하기조차 하늘의 별따기일 것이며, 사회는 그에게 냉정할 것이며, 아마 그와 어머니는 남은 생도 빠듯하게 살아갈 것이니, 아버지를 무사히 구해내기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두번째 이유는 미쿡인이 미쿡인치고도 지나친 순백의 두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American Dream 믿는 세대라고 해도, 일단 영화속 호화로운 집이 대략 얼마 정도하는지, 대졸 초봉이 어느 정도 되는지, 사업 자본금은 얼마 정도되는지 등등 기본적으로 인지해야할 것들이 있는데아마 그의 사고회로속에서는 생략된 모양이죠? 그런 것들을 설명하기에는 그와 소통하고자하는 저의 성의가 부족하여, 저는 그냥 그에게 동조하고 말았답니다.

그래요, 그렇죠. 네네. 아마 대학에 진학하겠죠. 그럼요. 네네. 아버지와 언젠가 만나겠죠.”

마지막으로 동료는 아주 즐겁게 관람한 재미있는 영화였다 호평을 하며 자리로 돌아갔답니다. 그래도 제겐 소득이 있었네요. 다음에 어머니께 전할 말이 생겼으니까요.

, 어머니. 기생충은 보고들 다닙디다.”


여러분
, 오늘도 즐거운 하루 유후~

댓글7

  • 네이프리 2020.02.19 16:52 신고

    결말에 대한 해석에서도 문화나 관점 차이에 따라 이런 차이가 있네요^^ 사실 한국에서는 대부분 결말부 아들의 저 희망이 불가능하다 생각하여 더 씁쓰레했었죠ㅠ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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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방인 씨 2020.02.25 02:52 신고

      저도 한국사람인지라 결말을 보고 당연히 비극이라 생각했답니다. 기택은 차라리 자수하는 편이 낫겠다 싶었어요. 수감되는 쪽을 택하면 가족들이 면회와서 만날 수나 있잖아요.

  • 남산토끼 2020.02.20 22:38 신고

    와~~~ 그런 해석이 가능하다고 생각을 못했어요^^;;;;
    답글

  • 사랑열매 2020.02.22 01:06

    트럼프대통령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언급하는 걸 볼 때 불현듯 이방인님의 글이 생각났어요. 미국인들은 마지막 장면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내일의 태양을 언급한 비비안리 처럼 생각할 수도 있구나 싶은...
    답글

    • 이방인 씨 2020.02.25 02:55 신고

      미국인들이 대체적으로 낙천주의자들이긴 해요. 아마 건국 이래로,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이 가능한 나라에서 살아왔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것도 이제는 옛말이 되었지만요.

  • 골드미즈 2020.02.25 15:54 신고

    설마..미쿡인 1께서 저런 실낱같은 희망의 메세지를 느꼈다면,, 방송에 많이 나와서 기생충을 언급한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했을수도 있겠네요.
    새드엔딩이 아니라 해피엔딩인줄 알고,,계급의 차이가 좁혀질것이다 라고 ? ㅎㅎ
    저 유트브로 외국 현지반응 보려고 많이 찾아봤거든요. 지미펠렌이나, 코난 오브라이언트(재미있었어요!) 쇼에서 기생충을 언급한 짜투리 영상이였습니다만,,, 저들도 어쩌면 해피엔딩이였을것이다 라고 착각하고 이야기한게 아니였을까 갑자기 실소가 나오네요.
    오마이가스레인지.... 이방인님 덕분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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