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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한국과 미국의 경찰에 대한 너무 다른 인식

by 이방인 씨 2013. 2. 5.

토요일에 저는 집에서 하릴없이 멍 때리고 있다가 '에잇~ 이 식충이, 뭐라도 하자!' 결심하고 곧바로 TV를 켰습니다~~~
놀면 뭐합니까... 눈이라도 혹사시켜야죠. ㅋㅋㅋ

 

마침 COPS가 방송되고 있더라구요.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COPS는 미국 경찰들의 출동상황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 주로 경범죄자들을 단속하거나 체포하는 실제 장면들을 보여준답니다.
큰 내용은 없어도 시간 때우기용으로는 좋은 프로그램이라서 보고 있는데 그 속에 나오는 미국인들과 미국 경찰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국과 미국의 경찰에 대한 인식이 꽤 다르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가장 크게 다른 두 가지만 정리해볼까 합니다.

 

첫번째 - 두려움의 대상 VS. 만만함(?)의 상징

크게 나쁜 짓 하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경찰들을 꽤 두려워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커멓게 차려입고, 허리춤에는 각종 진압무기들을 차고, 강한 어조로 말하는데다가 체격도 좋은 경찰들이 많다 보니 죄 지은 게 없어도 일단 보자마자 위축되는 게 사실입니다.

 

때로는 이렇게까지 갖춰 무장한 경찰들을 시내에서 보게 되는 일도 있구요.

 

보통 선량한 미국인들은 경찰을 부를 때 반드시 Officer 라는 호칭을 씁니다.
한국말로 옮기자면 "경관님" 정도로 할 수 있는 경칭이죠.
다른 공무원들에게는 그런 호칭을 써주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 걸 생각하면 경찰에 대한 예우, 그리고 거기에 더한 은근한 두려움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언급한 COPS라는 프로그램을 봐도 그렇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봐도 그렇고 많은 미국인들이 아닌척 하면서도 경찰을 보면 일단 긴장한답니다. ^^;;
그리고 사실 미국 경찰당국은 그러한 사람들의 인식을 반기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래야 경찰들의 업무가 수월해지니까요.

반면 한국의 경찰들은 친근하고 편안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경찰을 만만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굉장히 많은 것 같구요. ^^;;

 

어쩌면 이런 캐릭터를 만든 경찰이 바라는 바일까요? ^^;;
노란 닭 (색은 병아리인데 벌써 닭벼슬이 있다니, 성장이 빠르구만~) 을 보호하는 포돌이.

 

예전에 한 TV 프로그램에서 한국의 지구대 경찰분들이 거의 매일 있다시피한 취객들의 난동 때문에 온갖 고난을 다 겪는 사연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단지 취했다는 이유만으로 지구대의 기물을 파손하고 경찰을 때리고 깨물기까지 하는데도 경찰분들은 강력대응을 할 수 없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랬다가는 시민을 보호해야할 경찰이 취한 사람을 진압했다며 당장 비난여론이 들끓을 거라구요.
그것 말고도 각종 사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도 시민들에게 협박 당하거나 맞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하니 대하기 편한 경찰로 살아가는 애환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았습니다.

 

두번째 - 경찰의 말은 곧 법 VS. 민중의 지팡이

미국 경찰이 제일 잘하는 것으로는 '과잉진압' 을 들 수가 있는데요.
여러분들도 아마 뉴스를 통해서 현장에서 간혹 어린아이마저 사살하는 미국 경찰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셨을거라 짐작합니다.
저도 미국에 온 지 한 3년쯤 지났을 무렵, 할렘가에 출동한 경찰이 6살 짜리 흑인 남자아이가 이쪽으로 돌아서라는 말을 듣고도 응하지 않고 주머니에서 무언가 꺼내는 행위를 했다고 바로 총을 쏜 이야기를 듣고 정말 머리 위로 지구가 떨어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총기가 많은 나라다 보니 미국 경찰들이 사람을 진압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이야기가 "손 들어!" 입니다.
손 들고 얼굴을 이쪽으로 돌아보라고 할 때 응하지 않으면, 특히 양 손을 높이 올리지 않고 무언가 하는 행동을 취하면 위험합니다.

 


아무리 죄가 없이 결백한 사람이라도 일단 현장에서는 무조건! 하늘이 두 쪽 나도! 옆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간에! 경찰이 시키는 대로 다 해야 안전합니다.
이유없는 과잉진압이라 할 지라도 그건 나중에 항의를 하거나 소송을 걸 일이지 현장에서 경찰에서 반항하는 건 없었던 죄도 생기게 하는 짓이랍니다.
그러니 경찰이 무슨 말을 해도 그 말을 곧 법으로 알고 지키는 편이 현명하죠.

한국에서는 경찰을 지칭하는 가장 흔한 말이 '민중의 지팡이' 아니겠습니까?
이 말을 들으면 '경찰의 최대 임무는 범죄자 소탕도 아니고, 시민 보호도 아닌 '대민봉사' 라는 뜻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경관님' 보다는 '경찰 아저씨' 혹은 '순경 아저씨' 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구요.

 

사실 한국에 미국처럼 총기나 대규모 갱단들이 없어서 비교적 많은 경찰들이 친절한 경찰 아저씨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 큰 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에서는 매년 150-200명 가까이 되는 경찰들이 범죄와의 전쟁을 치르다 순직합니다.
그들을 기리기 위해 Officer Down Memorial Page (순직한 경관들을 추모하는 페이지) 라는 사이트도 있는데 들어가 보면 업무수행중 사망한 경관들의 이름과 직함이 하나 하나 모두 나열되어 있습니다.
경찰 순직률이 이렇게 높다 보니 과잉진압이나 강력대응 역시 경찰관 보호를 위해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경찰당국의 입장도 이해가 갈 정도죠.
또한 이것이 미국 국민들이 다른 공무원들보다 경찰들을 (그리고 소방관들을) 특별 대우해주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한국과 미국의 경찰에 대한 사뭇 다른 인식에 대해 글을 써 보았는데요.
미국에도 민중의 지팡이들이 있고, 한국에도 강력범죄 소탕을 위해 목숨 바쳐 일하시는 경찰분들이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다만 소시민들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경찰에 대한 이미지를 논한 것 뿐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

여러분 모두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