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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캘리포니아 시골 처녀, 난생 처음 뉴욕에 가다!

by 이방인 씨 2013. 5. 15.

여러분~ Hi  뉴욕에서 무사히 돌아온 방인씨예요!
3일 동안 제 당부대로 한 눈 파시지 않고 잘들 지내셨나요?
저는 어젯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들어왔답니다.
아직 여행 일기와 사진 정리가 다 안돼서 본격적인 여행기는 내일부터 쓸 수 있을 것 같으니 오늘은 맛보기로 제가 생애 첫 뉴욕 여행에서 느낀 문화충격에 대해 이야기 해 볼게요.

Californian Girl, 뉴욕에 가다!  홧팅2



땅이 워낙 넓어서 국가 단위보다 주 (State)가 생활의 중심이 되는 미국에서는 American이라는 말보다 어느 주 주민이라는 말을 더 많이 씁니다.
뉴욕 사람들이 New Yorker라는 말을 자랑스레 하듯이 캘리포니아 사람들도 We Are Californians 라고 말합니다.
저 역시 미국인이라는 자각은 없을지라도 캘리포니안이라는 생각은 하죠.
미 대륙 서쪽 끝의 캘리포니아와 동쪽 끝 뉴욕은 원래부터 서로 잘 안 맞는다는 일반적 인식이 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서 그 속설은 왠만큼 근거가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

New Yorker들은 캘리포니안들을 Beach Bums (바닷가에서 노는 베짱이들) 라고 여기고 반대로 Californian들은 뉴요커들을 No Fun People (재미 없는 사람들) 이라고 생각합니다.
캘리포니아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Laid-back (느긋하고 태평한) 이라면 뉴욕을 가장 잘 묘사하는 단어는 Uptight (깐깐하고 자의식이 강한) 라고 할 수 있죠.
직접 가 보니까 왜 이런 말들이 나오는지 첫 날부터 알았습니다.
달라도 너~무 달라요!
캘리포니아와 뉴욕이라는 차이 말고도 소도시와 거대도시라는 차이도 더해져서 3박 4일의 짧은 기간에도 이질감을 잔~뜩 느낄 수 밖에 없었답니다.



첫번째 - 시크 혹은 삭막

오우~ 뉴요커들 시크하더만요.   복수

솔직히 말하자면 제가 사는 곳에서는 상상도 못할 태도를 보여 준 사람들이 많았어요.
간단한 예를 들자면 여행 첫 날 버스를 탔는데 아침이기에 운전 기사분에게 Good Morning~ 하고 인사를 했는데 그 분이 아무 반응이 없으시더라구요.
혹시 못 들으셨나 싶어서 How are you this morning? 했는데 그 때도 묵묵부답.....
이 분이 오늘 기분이 안 좋으신가 했는데 버스를 타고 한 5-6 정거장 가면서 사람들을 지켜 보고 알았습니다.

생각중 아~ 인사는 서로 안 주고 안 받는 거구나!


뉴욕시의 메트로 카드를 사서 징하게 버스를 탔지만 먼저 인사를 건네 준 기사분은 인도계로 보였던 딱 한 분 뿐이고, 제가 인사를 했을 때 받아준 기사 분도 겨우 3명에 불과 했습니다.
와... 나중엔 정말 슬플 지경이었어요.

버스 기사분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뭐랄까 삭막했다고 할까요.
제가 어릴 때부터 대도시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서 도시 사람들을 잘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지역차도 분명히 있어 보였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역시 도시 중의 도시이자 유명 관광지이지만 그렇지 않거든요.
식당이든 상점이든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든 껄껄거리며 자연스레 수다 떨 수 있는 분위기가 흐르는데 뉴욕은 전혀 아니었어요.
저는 하던대로 낯선 사람들에게 인사도 하고 농담도 던지고 했는데 썩 잘 안 통하더라구요. 아하하 ^^;;
농담은 커녕 다들 이어폰 꽂고 자기 갈 길만 가서 그 흔한 날씨 이야기로 잠시 수다 떨 사람도 흔치 않았어요.

물론 워낙 사람들이 많은 대도시이고 1년 내내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 많다 보니 자연히 이런 조금은 서운한? 쓸쓸한? 문화가 자리잡은 것이겠죠.
뉴요커들은 'Chic' 이라고 쓰겠지만, 캘리포니안들은 아마 '삭막' 이라고 읽을지도요....?


두번째 - 동(東)과 서(西)는 Fashion이 다르구나!

'뉴욕' 이라 하면 역시 미국 패션의 중심지 아니겠습니까.
예쁘고 멋지게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역시 많았어요.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뉴욕 사람들이 캘리포니아 사람들보다 훨씬 유행에 민감하더라구요.

정말 재밌었던 것이 몇 가지 신발의 통일성이었는데요.
아무래도 제가 여성이다 보니 여성들의 신발을 유심히 봤는데 Toms와  플랫 샌들이 가장 흔했습니다.
특히 Toms는 정말 많아서 나중에는 거리 한 쪽에서 서서 오가는 사람들 중 몇 명이나 신었는지 세 보고 싶을 정도였고, 화려한 색상의 페티큐어를 하고 플랫 샌들을 신은 여성들도 굉장히 많았네요.
날은 추워서 저마다 재킷과 머플러를 하고도 신발만은 발이 훤히 뚫린 샌들을 신었더라구요.
그것만은 캘리포니안들과 비슷했습니다.
미국인들은 '머리는 차고 발은 따뜻하게' 라는 두한족열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 것이 분명합니다. ㅋㅋ

또한 추구하는 머리 스타일도 달라 보였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아예 안 꾸미거나 혹은 '전혀 신경 안 쓴 것처럼 보이도록 꾸민' bed head look (침대에서 막 일어난 머리 같은) 을 좋아한다면 뉴욕은 완벽 세팅된 스타일을 한 여성분들이 많더라구요.
미국인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그 친구 말하길, 미국인들도 이런 말을 자주 한대요.

 

캘리포니아와 뉴욕은 동서 끝에 있어서 그런지 모든 게 완전히 정반대야. (complete opposite.)
옷차림만 봐도 캘리는 'no serious' 캐쥬얼이고 뉴욕은 완전 런웨이 걸어가지.


저희 동네에도 당장 런웨이를 걸어도 될 법하게 차려입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고, 뉴욕에도 캐쥬얼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아마 그 비율이 썩 높지 않다는 얘기겠죠.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옷차림만 봐도 왜 캘리포니안들과 뉴요커들이 잘 안 맞는다고 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


세번째 - 이건 다 날씨 탓?!

뉴욕......... 드럽게 추.워. 얼음2 춥다고!!!

뉴욕으로 출발하기 전 4월 마지막 주 저의 동네 평균 기온은 화씨 85도 (섭씨 29.4도) 였습니다.
그 중 하루는 90도 (32.2도) 까지 올랐었구요.
여행을 떠나기 전에 알아보니 뉴욕의 예상 날씨는 58-60도 (14.4-15.6도) 사이였습니다.
그것도 이미 우리 동네에서는 2월에 지나간 추운 날씨지만 그 정도면 긴팔 티셔츠와 재킷을 입으면 되니까 그렇게만 가져갔는데 3박 4일 중 2일은 추워서 입 돌아가는 줄 알았어요. -.-
마지막 날은 오들오들 떨면서 시내 대형 전광판에 뜬 기온을 보니 48도 (8.9도)!!

48도라니... 5월에 48도라니... 48도면 우리 동네 12월-1월의 평균 기온이건만...
여행 중 Mother's Day가 끼어 있어서 어머니께 전화를 하면서 뉴욕은 48도라고 말씀드렸더니 어머니 왈,

세상에~ 감기 걸리면 어쩌니??!!


웃겨  이것이 바로 Sunny California 어머니의 걱정!


너무 추운 와중에도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보고 한 가지 느꼈습니다.
어쩌면 이 추운 기후도 사람들의 성향에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죠.
한 겨울은 물론이고 거의 1년 내내 태양이 작렬하는 캘리포니아 사람들이 매사에 느긋한 성향이 된 것처럼 서늘하고 추운 뉴욕 사람들이 chic한 것에도 기후 탓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부터도 재킷 부여잡고 빨리 할 일 하고, 볼 것 보고 싶을 뿐 그다지 여유롭게 다니게 되지 않더라구요.

다만 겨울에는 참 볼만한 광경들이 많겠다 싶었습니다.
눈을 모르고 사는 캘리포니안들은 볼 수 없는 로맨틱한 White Christmas라던가 말이죠.
한 겨울에 눈이 내릴 때 뉴욕을 여행하면 또 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나 홀로 집에' 영화에 등장하는 커~다란 트리도 볼 수 있고 말이죠. ^^


사람의 성향과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여행지나 도시도 제각각일테니 똑같은 도시 뉴욕을 방문한 수 많은 사람들 모두 다른 인상을 받았을텐데요.
제가 확실히 깨달은 건 저는 캘리포니아에서 너무 오래 살았다는 것입니다.
뉴욕은 여행하기에 신기하고 재밌는 곳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고, 뉴욕 시티를 폄하하는 발언이 아니니 오해 말아 주세요. ^^

오늘은 이렇게 뉴욕 방문의 짧은 소회로 마치겠습니다.
자세한 여행기는 내일부터 본격 작성할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3일만에 상봉(?)한 여러분~ 우리 다시 만나니 기쁘지 아니한가!  즐거워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