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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어느 날 미국에서 내가 당한 황당한 헌팅

by 이방인 씨 2012. 4. 14.

며칠전에 미국에서 웨이트리스 아르바이트하던 이야기를 쓰면서 갑자기 잊고 지냈던 그 시절 기억이 하나 번뜩 떠올랐습니다.
그 때는 제가 대학교 2학년 시절이었으니까 아직 한~참 뭘 몰랐을 시절이죠. 
어느 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60대 중반쯤으로 보이시는 한국인 노부부가 들어오시더라구요.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식당은 위치도 그렇고 음식도 그렇고 한국분들이 거의 오지 않거든요.
그래서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어쨌든 한국분들이시고 연세도 있으신 분들이니 제가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식당이니 당연히 "어떤 걸로 주문하시겠어요?" 했죠.
그런데 그 분들, 주문은 안 하시고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시면서

아가씨, 몇 살인가? 학교는 어디 다니고? 몇 학년? 아직 애기네~

하시면서 느닷없이 질문 세례더라구요. ^^;;
무슨 일로 이러실까 하면서도, 어르신들이 물으시니까 그냥 꼬박꼬박 대답을 했죠.
그런데 더 황당한 건!!
그 분들 그렇게 저한테 한참 질문을 하시고 얼굴만 들여다보시더니 그냥 가시는 게 아닙니까! 

그리고 한 3일쯤 후, 저희 아버지께 저는 또 황당한 얘기를 전해 듣습니다.
아버지가 하고 계시는 상점으로 한국 노부부께서 찾아오셨더라는 겁니다.
그리고 아버지한테 그 할머니께서 주변에서 얘기를 듣고, 저를 보았다며 본인 아드님과 선을 보는게 어떻냐고 물으셨다는군요. 
도대체 영문을 몰라서 황당해하는 아버지한테 지금 바깥에 세워놓은 차에 아들이 타고 있다며 한 번 나가서 얼굴을 보라고 하셨대요. 
저희 아버지는 너무 당황스러운 마음에 "저희 딸은 아직 너무 어려서요." 하고 마셨다고 합니다.

이런 사건이 일어난 원인은 간단합니다.
한인들이 많은 캘리포니아 남부 (L.A 를 위시한)와 달리, 제가 있는 북캘리포니아에는 한인인구가 적습니다.
특히 젊은 층에서는 남성에 비해 여성이 부족하구요.
그러다보니, 반드시 한국인 며느리를 얻고 싶어하시는 몇몇 이민 1세대 어르신들은 이렇게 직접 며느리 헌팅에 나서시기도 하는 것이죠.
저는 심지어 한국에서 북캘리포니아로 잠시 어학연수 온 겨우 21살이 된 여대생이 3개월만에 교포 2세 남성이랑 결혼에 골인한 것도 보았습니다.
신랑쪽에서는 한국인 부인 맞는다는것이 좋았고, 신부쪽에서는 미국 시민권을 얻어서 미국에서 살게 되는 게 좋았다는.....양쪽 모두에게 이로운 이야기 인가요???????????????????

사실 이민 1세대 부모님들의 한국인 며느리를 원하는 풍토는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닙니다.
적어도 제가 십여년을 살아온 이 동네에서는 그렇네요.
샌프란시스코 지역에는 특히 중국인 인구가 많아서 많은 한인들이 중국계 미국인들과 연애를 하는데요.
재밌는 것은 한인 부모님들은 딸이 중국남자와 결혼한다면 그리 싫어하지 않지만, 아들이 중국여자와 결혼한다면 썩 반기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중국여성들은 굉장히 기가 세고, 장부의 기질이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남편을 존경하거나 대접해주는 것보다 휘두르고 사는 여성이 많고, 중국남성들은 부인에게 눌려서 집안일도 다 도맡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군요.
뭐,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제가 겪어본 많은 중국인 친구들을 봐도 어느 정도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중국남자들이 자의인지 타의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청소, 요리를 비롯해 정원 가꾸기까지 모두 부인에게 시키기보다 자신들이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저랑 절친한 중국인 부부가 한 쌍 있는데 그들에게 왜 결혼했는가를 물었더니 남편이 대답하기를,

우리 아내는 밥이랑 설거지를 해주거든.

여성이 밥이랑 설거지를 해주는 정도만 되면 결혼한다는 농담이죠.
그래서 미국에 있는 저희 이모, 삼촌들은 전부 저에게는 중국 남자랑 결혼하라고 한답니다. ㅋㅋ

이제 다시 앞서 제가 당했던 며느리 헌팅으로 잠시 돌아가겠습니다.
도대체 그 노부부는 저의 존재를 어떻게 아시고 아르바이트 하는 곳까지, 또 아버지의 직장까지 찾아오신건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습니다.

그 분들이 저를 찾아오기 일주일전, 그 할머님이 마켓에 가셨다가 중년 한인 여성을 우연히 만납니다.
이 동네 마켓에서 같은 한국인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기 때문에 즉시 반가운 수다가 시작됩니다.
미국에는 언제 왔고, 무슨 일을 하고, 나이는 몇이고, 자식은 있는지, 어디 사는지 기타 등등, 한국의 아주머니들이 만나면 필수로 거치는 호구조사를 한참을 하십니다.
폭풍수다가 끝나고, 그 중년 여성이 집으로 돌아오는데 문을 열어주는 젊은 아가씨가 바로 접.니.다.

네...그 할머님이 만난 중년 여성이 저희 엄마인겁니다!!! 
그 할머님께 제 개인정보를 유출한 범인은 다름아닌 저희 엄마였답니다. 끄응 -.-;;
엄마도 그냥 수다를 떨다보니, 할머님이 묻는 말에 대답을 하셨던 것 뿐이고 할머님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물으시는 지는 전혀 짐작도 못했다고 합니다.

그 후로도 한 두번 할머님의 연락이 있었지만, 저희 아버지 말씀대로 저는 너무 어렸고 또 제가 '선' 이라고 하니까 좀 거부감이 들어서 인연이 닿지는 않았지만 난생 처음 며느리 헌팅이란 걸 당해본지라 아직도 할머님 얼굴이 기억이 난답니다.
그 아드님, 이젠 결혼하셨겠죠. 
뜬금없지만, 행복을 빌어봅니다. ㅋㅋㅋㅋ
여러분도 모두 행복한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