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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 이민 온 첫 해, 기겁했던 세 가지

by 이방인 씨 2012. 4. 12.

제가 고등학교 시절 이민 온 1.5세 라는건 이제 많이들 아시죠? ^-^
또한 제 블로그에 자주 들러주시는 분이라면 제가 강원도 출신 촌닭이라는 것도 아실테구요.
이민 오기전까지 서울 구경도 자주 못했던 제가 태평양을 건너와 살게 되었으니 처음에는 거의 매일 기겁하는 일 투성이였는데요.
오늘은 제가 이민 온 첫 해, 가장 놀랐던 세 가지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첫번째 - 헉! 공원에서 곰을 산책시키고 있잖아?!!

땅이 크다보니 뭐든지 크다는 얘기 저한테 질릴만큼 많이 들으셨죠?
마켓도 크고, 주차장도 크고, 공원도 크고, 햄버거가 무진장 크고, 암튼 온갖 것들이 슈퍼사이즈인데요.
그러다 보니 키우는 애완동물들도 남다른 크기를 자랑합니다.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애완동물은 역시 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개들이.....크..크...무지하게 큽니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대형견을 많이 키우지만, 13년전만 해도 대형견은 드물었던 것 같아요.
전 제 고향 마을에서 미국에 오기 전까지 대형견은 구경도 못 해봤거든요.
그런데 미국 동네 공원에 한 번 나가봤더니, 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개들을 끌고 산책을 하더군요.

제가 원래도 개를 좀 무서워하는데, 공원에서 저런 개를 볼 때마다 다리가 후덜덜 떨리더라구요.
그런데 저보다 더 웃겼던 건 저희 아버지의 반응이었어요.
멀리서 아주 까맣고 털이 복실복실한 초대형견을 누군가 산책시키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보시더니

헉! 뭐야 저건? 저건...저건...곰 아니야??!!!

-.-; 아버님 댁에 돋보기 하나 놓아 드려야겠어요.......................................

두번째 - 내 차 기름은 내가 넣는다!

차가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한 나라에 이민 왔으니, 가장 첫번째 해야할 일은 바로 차를 사는 것이었죠.
그러고 나서 처음으로 주유소를 갔는데......갔는데......?
휑~하니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주유소에서 놀랐을거라고 생각하셨다면? 
오산입니다!! 후후훗~ 미리 알고 갔드랬지요.
하.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직접 해 보는 것은 다르죠.
주유하는 과정은 간단하지만 기름은 누군가 넣어주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보니 스스로 주유해야한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좀 당황스럽기도 하더라구요.
왠지 모르게 어색해하면서 버벅거리기도 하면서 기름을 넣었답니다.
다행인 것은, 전 옆에 서 있기만 하고 어머니가 주유하셨다는 점이지요. ^^;;
지금이야 한 손으로도 할 수 있을만큼 숙련된 셀프 주유인이지만 처음에는 익숙치 않아서 혹시 사고라도 날까봐 겁도 나고, 다 넣고 나서도 기름 몇 방울 흘리고 그랬답니다.

아 참, 물론 미국에도 한국처럼 주유원이 있는 주 (state)도 있습니다.

세번째 - 이거야 원...낯 뜨거워서 학교에도 못 가겠네

이건 아마 서양 나라에 여행 가보신 분들도 모두 느껴보신 걸텐데요.
이 사람들은 공공장소에서의 애정표현에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전 처음에 미국 고등학교에 다니게 됐을 때, 학교 복도에서 끌어안고 쪽쪽대는 아이들 때문에 도대체 어딜 보고 걸어야 할 지 몰랐답니다.
그나마 학교안이고, 또 어린 아이들이었으니까 그 정도였지 학교 밖으로 나가면 공원같은데서 프렌치 키스하고 있는 어른들이 왜 이렇게 많습니까?!!
사실, 실제로 많았던 것인지 아니면 제 호기심에 유독 그런 것만 주시했던 것인지 미스테리입니다요. ㅋㅋ

물론 미국인들도 공공장소에서 지나친 애정행위에는 거부감이 있기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그치고는 있지만, 문제는 그들에게는 적당한 수위가 한국인의 기준으로 보면 눈살 꽤나 찌푸릴 정도라는 것이죠.
거기에 더해 제가 이민 첫 해 살았던 곳은, 게이들의 천국 샌프란시스코였으니 거리에서 동성커플이 쪽쪽 거리고 있는 것도 종종 목격했거든요.
그 때...정말 눈 앞에서 다른 차원의 문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멋대로 열리고 있다고 느꼈더랬죠.

하지만 역시 인간은 학습의 동물인 것 같습니다.
반복훈련으로 이제는 그 누가 옆에서 쪽쪽대도 평상심을 잃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움하하하하
그래서 이젠 미국에서 기겁할 일도 없어져서 지루하기까지 하네요. ㅠ.ㅠ

제가 미국에서 기겁했던 이유들, 들어보시니까 어떤가요?
재밌게 보셨길 바라면서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