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elcome to California

세금 안내면, 집이 불타도 안꺼주는 공정사회 미국의 소방관들

by 이방인 씨 2012. 2. 17.

 

얼마전에 참으로 기가막힌 뉴스를 뒤늦게 접했습니다.
두 달전쯤 새벽 5시경에 테네시주의 한 시골마을 집에 불이 났다고 합니다.
세상 모르고 자고 있던 집 주인이 애완견의 소동에 잠이 깨보니 집 안은 이미 연기가 자욱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겨우 애완견과 함께 몸만 빠져나온 주인은 즉각 관할 소방서에 신고를 했죠.
그리고 소방차나 앰뷸런스의 세계최고수준 신속출동을 자랑하는 미국답게 곧 인근 소도시 관할 소방서의 소방대원들이 소방트럭과 화재 진압장비를 완벽히 갖춘 채로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그 소방대원들은 잠시 전화로 무언가 확인하더니, 소방차의 시동을 끄고 도로 한편에 앉아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그저 구경만 하고 있더랍니다.
애가 타는 집주인이 화를 내며 항의를 하자, 소방대원들은 집주인이 연간 $75의 소방요금을 납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규정상 그 어떤 소방 서비스도 제공할 수 없다고 했다는군요.
결국 소방대원들의 단호한 거부때문에 집주인은 집과 세간살이가 잿더미로 변하는것을 고스란히 보고 있을수 밖에 없었습니다.
너무나 화가 난 집주인이 소리쳤답니다.

 

불을 꺼줄게 아니라면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지시오!

당신 옆의 집은 소방요금을 납부했기 때문에 그 집에 불이 붙으면 꺼야 하니 갈 수가 없습니다.

 

세상에...제가 저 집주인이었다면 소방요금을 납부하지 않은 자신에게도 물론 화가 나겠지만 현장에서 불구경을 하고 있는 소방대원들에게도 분노가 치밀었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 테네시주 사우스 풀턴 지역에서는 작년에도 이와 똑같은 사건이 있었다는 겁니다.
당시에도 화재신고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소방요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재진압을 하지 않았다네요.
집주인은 지금이라도 세금을 몇 배로 낼테니, 제발 불을 꺼달라고 애원했지만 소방관들은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화재 현장에서 요금을 수령하기 시작하면 그 누구도 연간 정액세금을 내지 않을 것이라는 관할 소방서의 정책이 깐깐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이 두 번이나 발생하자 일각에서는 소방관의 사명을 저버린 행위라는 비난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 당국의 태도는 강경합니다.
세금을 내지 않는 집들도 불을 꺼준다면, 세금을 납부한 이들과 형평성이 맞지 않을 뿐더러 앞으로 누구도 세금을 정기 납부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죠.

논리상으로는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공정한 이야기라고 하겠지만, 뉴스를 접한 저는 이것이 참으로 '미국답다' 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3년간 미국에서 살아오면서, 만인에게 정의로운 나라라고 할 수는 없어도 보편적 정의와 평등이 살아있는 나라가 미국이라고 느낀 적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납세의 공정성이 중요하다하더라도 눈 앞에서 잿더미로 변해가는 집을 바라만 보고 있어야 했던 집주인을 생각하면 이 나라의 에누리없는 '공정' 이 무서워지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댓글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