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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좌충우돌! 나의 미국 고등학교 적응기 2탄

by 이방인 씨 2012. 2. 15.

 

전편에서 이어집니다.

 

다섯번째 - 너희들, 고등학생이 콘돔 받으러 가면서 참으로 위풍당당하구나!

 

학교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매주 금요일만 되면 평소에 한산한 보건실이 북적거린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같은 반 학생에게 물어봤죠.

 

왜 금요일만 되면 저러는 거야?

아, 너 몰랐구나! 매주 금요일에 공짜 콘돔 나눠주잖아. 너도 필요하면 가서 받아.

 

 

아..아니 난 필요 없어. 노 떙큐.  근데 잠시만 나 앉아서 생각 좀 할게...ㅠ.ㅠ

 

강원도 시골 마을 출신 촌닭인 저는 왠지 모르게 엄청나게 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졌습니다. -.-;;
이렇게 저를 당황시킨 미국의 청소년 성교육은 한국과는 사뭇 다릅니다.
이에 대해선 전에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2011/09/15 - 어머나! 얼굴빨개지기 금지. 미국학교의 성교육

한국은 순결교육을 강조하는 반면, 미국은 실질적으로 피임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공립학교에서 콘돔을 무료로 나눠주는것 역시, 미성년자 미혼모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방편인 것이죠.

 

 

여섯번째 - 도대체 고등학교를 몇 년을 다니니?!

 

전편에서 백인들이 노안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만 미국 고등학교에는 얼굴만 노안이 아니라 실제로 나이 많은 학생들이 꽤 있습니다.
바로 미국 고등학교에는 '낙제' 시스템이 있는 곳도 있기 때문이죠.
학과 성적은 한국의 대학처럼 A B C D F 로 받게 되는데요.
물론 D 미만을 경우, 낙제를 하게 됩니다.
만일 학생이 필수 과목에서 D 미만을 받게 되면, 낙제를 하게 되고 다음번에 그 과목을 또 들어야 합니다.
학년별 필수 이수 과목을 모두 C 이상으로 통과해야 정상적으로 진급을 하게 됩니다.
저희 학교는 4년을 재학하게 되는데, 6년 이상을 다니고 있는 학생도 보았습니다.
제가 18살때 같은 학급에 21살 된 학생도 있었으니 말이죠.
낙제를 많이 하는 학생은 결국은 학교를 나가거나 한국의 검정고시 같은 고등학교 졸업 대체 시험을 치르기도 합니다.

일곱번째 - 수영을 못하면 졸업을 못해요!


학급에서 낙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졸업시험을 통과하지 못해도 학교를 더 다녀야 합니다.
미국 고등학교에는 졸업시험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시험은 교육구마다 정해진 기본 과목과 학교에서 책정한 과목이 더해집니다.
제가 다니던 학교는 기본과목인 영어와 수학, 그리고 수영! 시험을 통과해야 했답니다.
처음에 졸업시험 얘기를 들었을땐, 제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죠.

 

수영? 그게 왜 고등학교 졸업시험 과목이야? 체고도 아닌데????

 

그 당시 제가 친구들로부터 전해들은 이유인 즉슨, 학교에서 단체 졸업여행을 물가로 갔다가 사고로 목숨을 잃은 학생들이 있은 후부터 졸업시험 과목에 수영이 포함되었다고 하더라구요.
뭐 그 웃음보 터지는 소문이 정말이라면 학교 측에서는 비극적인 심정으로 수영을 포함시킨 것이겠지요.
어쨌든 졸업할 수 있는 학년이 되면 학생들은 저마다 삼삼오오 수영장에 가서 연습을 시작합니다.
이게 사실 굉장히 웃깁니다. ㅋㅋㅋ
한국의 고3 학생들이 졸업을 하기 위해, 수영장으로 연습다닌다고 한번 상상해 보세요. 

여덟번째 - 수능시험날이 뭐 그리 대단해...


제 생각엔 이것이 아마도 한국 학생들이 가장 부러워할 일이 아닌가 합니다.
미국 고등학생들에게는 콕 집어 정해진 수능시험날이 없습니다.
모두 일률적으로 치는 것도 아니고,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학생이라면 누구나 본인이 신청한 날짜에 개별적으로 치를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입학하자마자 칠 수도 있고, 3학년 말에 가서 칠 수도 있고 학생이 원하는 대로 다 다릅니다.
또한, 중요한 것은 한 번 이상 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한국의 토익이나 토플 시험과도 같은 응시 방식이죠.
본인이 원하는 날짜에 치르고 점수가 마음에 안들면 다시 칠 수도 있는 거죠.
물론 3번 이상 칠 경우, 대학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내리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2번 정도 시험을 칩니다.
제 생각엔 1년에 한번 거국적으로 수능시험을 치르는 한국보다 학생들에게 합리적인 시스템이 아닌가 합니다.
한국에서는 3년간의 노력이 단 하루에 결정나는 셈인데 그 날 몸이 아프다거나 혹은 컨디션이 안 좋은 학생들이 시험을 망치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요...

오늘 생각나는 것은 여기까지네요.
어떻게 보셨나요?
좋은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