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제도 점심으로 타코벨을 먹었답니다. 애독자시라면 저의 멕시칸 요리 사랑~♥을 아실 법 한데요. 사실 제가 좋아하는 멕시칸 요리는 정통이라고 할 수 없는, 미.국.화.된. 멕시칸 요리랍니다. 저희 어머니와 친분이 있는 멕시코 출신 아주머니께서 가끔 정통 멕시칸 요리 및 소스를 해 주시기도 하는데 타코벨과 완~전 달라요!! 아주머니의 고향에서 만들어 먹는다는 살사 소스를 맛보고 너무 맵고 쓴 나머지 우리 가족이 평소에 아주머님께 알게 모르게 잘못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닐지 고민했었죠. 나중에 그 집 아들에게 얘기했더니 빵 터져서 웃더니 한마디 하더군요.
타코벨만 먹으니까 그렇지.
미국의 멕시칸 프랜차이즈 중에 진짜 멕시코 음식을 파는 곳은 많지 않아.
우리 가족은 타코벨 같은 건 잘 먹지도 않는다구.
미국화된 멕시칸 음식들이 진짜 멕시칸들의 인정을 받지는 못 하여도 캘리포니안들에게는 햄버거 만큼이나 대중적이랍니다. 오늘은 미국인들이 즐기는 대표적인 멕시칸 요리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1. 타코 (Taco)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멕시칸 음식이 바로 타코일 텐데요. 일전에 미국인 친구가 엄청난 칭찬인지 모욕인지 해석하기 나름인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멕시칸들이 미국에 내린 가장 큰 축복은 아마 타코일 거야.
친구는 삼시세끼 타코만 먹고 살고 싶다고 할 정도의 타코중독자였으니 아마도 좋은 뜻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멕시코인들에게 "가벼운 점심"요리라는 타코는 옥수수나 밀로 만든 토르티야 안에 고기 또는 생선과 토마토, 양상추, 양파 등의 채소와 치즈를 넣고 반으로 접거나 동그랗게 만 음식을 말합니다. 포크나 나이프 없이 손으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며 기호에 따라 멕시칸 검은콩, 아보카도, 과카몰리, 실란트로 등을 첨가하기도 하죠.
그야말로 육덕진 고기가 들어가 있는 meat 타코입니다.
(Wikipedia.org)
잘 구워진 새우와 아보카도를 넣은 타코네요.
제법 요리 분위기를 풍기는 먹음직스러운 타코들이 패스프 푸드화하면 이렇게 바뀝니다.
↓
타코벨의 Crunchy Taco입니다.
토르티야를 반 접어 기름에 튀겨 껍데기 모양을 만든 것을 Hard-shell이라 하는데
Hard-shell에 넣은 타코를 hard-shell 타코 혹은 Crunchy 타코라고 합니다.
이건 튀기지 않은 부드러운 토르티야를 사용한 Soft 타코죠.
입천장 까지는 걸 두려워하는 저는 소프트를 즐겨 먹는답니다.
입천장 까지면 타코 다 먹고 다른 음식 먹을 때 불편하잖아요?!!!
브리또 (Burrito)
Burrito... 하아~ 제가 영어를 한국어로 쓸 때는 영한 사전을 보고 표기법을 확인한 뒤 쓰는데요. Burrito는 다음 사전에는 '부리토'라고 나와 있고 네이버 사전에는 버.리.토.라고 적혀 있네요. 버리토에 너무 당황한 나머지 그냥 사전 무시하고 브리또라고 씁니다. ^^;; 어쨌든 Burrito는 멕시코 스패니쉬로 "작은 당나귀"라는 뜻인데 이 단어가 음식의 이름이 된 이유는 아마도 당나귀에게 매다는 둘둘 만 봇짐의 모양과 비슷해서일 거라는 설이 있다는군요.
이름의 유래에서 알 수 있듯이 브리또는 반 접거나 대충 마는 타코와 달리 꽁꽁 감싸는 음식입니다. 타코를 만들 때보다 큰 토르티야를 사용해서 내용물이 새지 않게 완전히 말아줍니다.
조선시대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는 선비들이 등에 매던 봇짐과도 비슷하지 않나요?
이렇게 반을 잘라야만 내용물을 볼 수 있답니다.
재료가 빈약하여 두세 개는 먹어야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타코와는 달리 브리또는 구성이 알찹니다. 오로지 고기와 콩만 넣는 것이 오리지널 멕시칸 스타일이라는 말도 있지만 미국식 브리또에는 고기, 멕시칸 밥, 콩, 각종 채소 및 소스까지 먹고 싶은 건 죄~다 쓸어담을 수 있습니다. steam으로 찐 토르티야는 신축성이 좋아서 쭉-쭉- 늘어나거든요. 덕분에 미쿡 스타일 브리또는 크게 만들어 주는 식당에 가면 반쪽만 먹어도 배가 찬답니다.
엔칠라다 (Enchilada)
엔칠라다 또한 기본은 타코와 브리또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고기 또는 해산물, 채소, 콩 등의 내용물을 토르티야로 돌돌 만 것이지만 그 위에 칠리 소스를 붓고 치즈를 얹어 마무리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Enchila"라는 단어가 "칠리 페퍼를 더하다"라는 뜻이라네요.
매콤하고 끈적끈적한 맛을 원하신다면 엔칠라다 한 접시
(Wikipedia.org)
군침 돌죠?
케사디야 (Quesadilla)
스패니쉬로 "Queso"가 '치즈'를 뜻한다고 하는데요. 이름처럼 케사디야는 치즈가 주재료인 음식이랍니다. 토르티야 안에 치즈를 잔~뜩 넣고 고기나 채소를 조~금 넣은 뒤 반으로 접어 반달 모양으로 만듭니다.
(Wikipedia.org)
멕시칸 전통 케사디야는 오로지 치즈만 넣어 심플하다고 해요.
그러나 세상에는 심플함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고기와 채소를 조금 넣은 요 정도 응용에서부터
반달이 터지게 꽉~꽉~ 밀어넣은 이 정도 응용까지 다양합니다.
저희집에 케사디야 머신이 있는데 조만간 이방인 씨의 근본 없는 케사디야를 보실 수 있을지도요.
찰루파 (Chalupa)
어제 제가 사 먹은 것이 바로 찰루파랍니다. 토르티야를 튀겨서 두툼하고 부드럽게 만든다는 것을 제외하면 내용물은 위에 등장한 요리들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simplecomfortfood.com)
토르티야가 패딩처리 됐죠?!
패딩점퍼가 비싼 것처럼 찰루파도 타코보다 비싸요!
토르티야의 식감이 폭신폭신해서 부드럽고 맛있답니다.
마치 두부를 튀긴 유부의 느낌과 비슷하달까요.
어제 제가 먹은 타코벨의 찰루파 사진도 보여 드릴게요.
제가 타코벨에서 가장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예요.
양념된 소고기가 들어있는 것으로 골랐어요.
내용물의 맛은 타코와 비슷하지만 제 입에는 토르티야가 확실히 더 맛있어요.
여기에 가장 좋아하는 Mountain Dew Baja를 더하면
아아~
무념무상 이방인 씨
고디타 (Gordita)
Gordita는 스패니쉬로 "작고 통통한 것"이라는 뜻을 가졌답니다. 어떤 음식일지 어쩐지 알 것 같죠?
(Wikipedia.org)
속이 들어차서 작고 통통한 토르티야랍니다.
제가 아는 멕시칸 요리가 빙산의 일각이긴 하겠지만 토르티야가 없었다면 도대체 뭘 먹어야 하는지요...
먼저 두툼~한 토르티야를 만들어 구운 뒤 반을 갈라 그 안에 먹고 싶은 재료를 넣어 채우면 고디타 완성입니다.
(cocinavital.mx)
두껍게 속을 채운 것은 토르티야 햄버거 같기도 하네요.
맛은... 이제 감이 오시겠지만 위의 다른 음식들과 대동소이합니다. ^^
파히타 (Fajita)
제가 알기로는 파히타야말로 미쿡에서 발전한 American-Mexican 요리입니다. 중화요리라고 불리지만 중국에는 없다는 짜장면처럼요. 그릴에 구운 고기와 채소 등을 각종 멕시칸 소스 및 토르티야를 곁들여 먹습니다.
지금까지 본 요리 중 가장 푸짐하죠?
철판 위에 그대로 서브하기도 하는데 보기만 해도 침 좔~좔~
(all photos: Wikipedia.org)
이쯤되면 범.죄.적. 자.료.사.진.
와아~ 철근 같이 씹어먹고 싶다...
여기까지 쓰고 났더니 느~~~무 배가 고파서 부엌에 뭔가 먹을 것이 있나 달려가 봐야겠네요. 탐욕스런 위장의 소유자 이방인 씨는 오늘 이만 물러갑니다.
여러분 마음이 강해지는 일요일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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