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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 우편집배원님의 은혜 ㅠ_ㅠ

by 이방인 씨 2014. 3. 28.

가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 오던 날, 저의 소녀감성을 깨트린 미국의 우체통을 기억하십니까?

2013/01/12 - [Stranger Meets America/Hello! America] - 미국 단독주택으로 이사오던 첫 날 깨져버린 꿈


 회색빛 도시 내음을 풍기는 이~런 우체통 녀석...

 

외관이 낭만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구박한 제게 심리적 압박을 받았는지 이 녀석이 어제 오늘 입을 꾹 다물고 있더라구요.


도무지 안 열리는 거예요!!!

 
열쇠는 들어가는데 꽉 막혀서 돌아가질 않더군요.


이 집안의 잡다한 허드렛일 분담 불문율에 의거하여 우편물 수거를 담당하고 있는 이방인 씨, 난감한 상황에 봉착했습니다. 식구들은 네.녀.석.이. 해.결.하.라.며....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응급
신고는 911에!
하지만 안 열리는 우체통 신고는 어디로?!!!


국가 기물이니 분명 해당기관인 USPS (United States Postal Service)에서 관리할 터, 일단 우체국에 연락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더 확실히 알아 보기 위해 만인의 검색 요정 Google에 도움을 청하니 "너희 집에 배달하는 우체국에 연락해~"라는 대답이 내려왔습니다.

 


그렇구나! 우리집을 담당하는 우체국!!!


풉~!

나 따위가 그걸 알고 있을 리가...!


우리 동네에만 우체국이 세 곳 있지만 예전에 한국에서 온 택배가 옆 동네 우체국으로부터 배달된 역사가 있었기에 도대체 어느 우체국에서 우리집을 굽어살펴 주고 계신지 알 길이 없는 이방인 씨, 전화를 걸어 확인해야겠다 생각한 순간 옆에 계시던 어머니께서 한마디를 툭~ 던지십니다.


"우편집배원이 매일 오잖아. 우체통에 메모 붙여 놓으면 되겠네~"

 박여사, 나이스 샷~ 


하여 우체통에 포스트 잇 메모를 붙여 놓고 나갔다 돌아와 보니 저희 집 문 사이에 종이 두 장이 끼워져 있었어요.

 

 우체통 자물쇠가 고장난 듯 한데 어찌하면 좋겠냐고 도움을 청한 제 메모 뒷장에

"기름칠을 했으니 한 번 열어 보라"

는 답을 주셨습니다.

 

 혹시나 포스트 잇이 떨어질까 걱정이라도 되신 건지
우체국 안내 종이에 같은 말을 적어서 한 장 더 놓고 가셨네요.


무척 친절하시긴 하지만 기름칠 가지고 열릴 자물쇠가 아닌 것 같다는 일말의 의심을 품으며 열쇠를 돌린 순간...

 

렐루야~ 렐루야~
포스트 잇을 붙여라! 그리하면 열릴 것이요~

기름칠 가지고 되는 일이었구나!
역시 프로는 달라~


바로 기름칠을 해 주신 걸로 봐서는 아마 열리지 않는 자물쇠 때문에 도움을 청한 사람들이 종종 있었거나 집배원 분도 열리지 않는 우체통에 그 방법을 쓰시거나 하는 거겠죠. 어쨌든 그 분께는 평소에 하는 일들 중 하나일 수 있으나 제게는 무척 감사한 일이라 오늘 또 한 번 우체통에 무언가 붙여 놓았습니다.

 

사소한 감사 카드 한 장이라도 없는 것보단 낫잖아요.

 

 책상을 뒤져 보니 예전에 블로그 이벤트할 때 쓰고 남은 Thank You 카드가 있더라구요.
"마법 같은 도움 덕분에 우편물을 꺼낼 수 있었다"는 말과 함께
"항상 수고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솔직히... 평소에 아무 말 않다가 도움을 받고 나서야 인사를 전하려니
너무 속 보이는 것 같아 어마무지하게 면구스럽더군요.

 

진작에 고맙다는 말 좀 하고 살 걸 그랬어요.


이리하여 집안의 우편물 수거 담당자 이방인 씨는 집배원님의 도움으로 곤경에서 벗어났다는 고마운 이야기였습니다.
여러분 신나는 하루,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