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elcome to California

미국 데이팅 사이트에서 말한 한국 여성의 7가지 장점

by 이방인 씨 2013. 1. 10.

어제 웹서핑을 하다가 기묘한 글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아시안 여성과 미국 남성의 소개팅/맞선을 주선하는 미국의 데이팅 사이트에 게재된 글이었는데 이런 제목이더군요.

 

왜 한국 여성들이 서양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을까?

 

"요즘 미국은 물론이고 다른 서양 여러 나라에게 한국 여성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고 시작되는 글이었는데 끝까지 읽어 보니 일부 서양 남성들이 한국 여성들에게 엄청난 환상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습니다. ^^;;
그 글에서 주장하는 한국 여성들의 최고의 장점 7가지가 있었는데 여러분도 한번 들어보시죠.

 

1. 한국 여성들은 날씬하고 예쁘다.

역시... 전 세계 어디든 남자들에게는 예쁘고 날씬한 게 여자의 No.1 미덕인가 봐요.
글쓴이가 한국 여성들은 세계에서 제일 예쁜 여성들일 거라고 써 놓은 걸 보면 엄청난 미인들을 알고 있나 봅니다.
하긴 제가 보기에도 한국 여성들이 정말 예쁘고 날씬하긴 합니다.
얼마전 12월에 한국에 나갔다 들어오신 저희 이모가 감탄을 금치 못하고 말씀하시더군요.

 

날씨가 그렇게 추운데도 한국 여자애들이 어찌나 예쁘게 꾸미고 다니는지 여기서 사는 한인들하고는 비교가 안돼~

 

그렇게 한파가 몰아쳤는데도 미니 스커트에 부츠로 멋을 낸 아가씨들이 많았다고 하시며 은근히 저더러 좀 반성하라는 압력이 들어왔답니다. ^^;;
전 안 예쁘고, 안 날씬한데다가 안 꾸미고 다니기까지 하니 어디 가서 한국 망신 시킬까봐 한국 출신이라고 입도 뻥긋 말아야겠네요....

 

2. 한국 여성들은 매일 밥을 해 준다.

일단 예쁘고 날씬한 여자랑 결혼한 다음에는 밥 먹고 사는 게 중요한가 보군요. ^^;;
미국도 대부분 식사준비는 여성들이 하는 편입니다만 매일 남편에게 밥을 해줘야 한다는 의무는 없죠.
남편이 요리를 하거나, 냉동식품을 돌려 먹거나, 시켜 먹는 날도 있구요.
하지만 이것은 요즘 한국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저희 어머니 세대야 그렇겠지만 요즘 여자들도 매일 남편 밥상을 차리나요??

서양 남자들은 아직도 한국 여성들이 전통적으로 여성에게 요구되던 의무를 충실히 따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3. 한국 여성들은 가족 중심적이다.

이건 한국 여성들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민족성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이 글에서는 한국 여성들은 결혼하면 남편을 챙기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음... 이건 어느 정도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왜 여자들이 모이면 허구헌 날 남편과 자식 이야기만 한다고 하잖아요. ㅋㅋㅋ
시대가 변해서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결혼한 여성들 중에서는 본인보다는 남편과 아이를 먼저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헌데 제가 본 미국 여성들 중에는 남편과 아이도 물론 중요하지만 '자기 자신이 1순위'라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아요.
가족의 평화를 위한 여성의 희생이나 헌신은 미국에서는 다소 낯선 이야기일 수 있답니다.

 

4. 한국 여성들은 집안일 하는 걸 좋아한다.

제가 결혼의 경험이 없다고는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겠네요.

노노이 남자들, 뭔가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집안일을 좋아하는 여자는 그리 흔하지 않을 걸요...
집안일을 잘 하는 여자도 있을 수 있고, 바깥일 보다 집안일을 선호하는 여자도 있을 수 있지만 집안일 하는 걸 "좋아하는" 여자는 드물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

대부분의 경우 여자가 해야만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족들의 편안한 생활을 위해 하는 거겠죠.
음... 그런 걸 보면 위의 3번 항목이 맞는 것 같네요.
맞벌이 부부인 경우에도 가사일의 부담은 여성에게 훨씬 무겁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는데 그게 다 집안의 평화를 위한 여성의 노력 아닐까요??

 

5. 한국 여성들은 자녀들을 끔찍히 돌본다.

2,3,4,5 번을 종합하면 "제 때 밥해주고, 남편 잘 챙기고, 집안일 열심히 하고, 애 잘 보는" 부인이란 말이군요.
상대적으로 전통적인 동양 남성들보다 남녀평등이나 여성인권에 대한 인식이 높을 것이라 여겨지는 서양 남성들이 바라는 좋은 결혼상대의 조건이 이렇다니 참... 남자들의 속마음은 결국 다 똑같은 걸까요??

2,3,4번에는 반론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느나 5번만큼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 아닐까 합니다.
이것만큼은 저희 어머니 세대나 저희 세대나 변하지 않는 한국 엄마들의 특징이 아닐까요?
지나치게 소중히 돌보는 나머지 버릇없는 아이들도 많은 추세라고 하니 너무 사랑하는 것도 아이에게 좋은 것만은 아닌가 봐요. ^^;;

 

6. 한국 여성들은 일을 정말 열심히 하고 즐긴다.

계속 읽다 보니 이 남자들 머리에 나사 하나쯤은 빠진 것 같죠?
한국 여자들이 무슨 로보트인 줄 아나 봐요. -.-;;
집안일도 기를 쓰고 하고, 바깥일도 뼈빠지게 하라는 건지 원...
일을 즐기며 열심히 한다는 선입견은 좋은 인식이긴 하지만 만약 이런 걸 기대하고 한국 여성을 만나려고 한다면 썩 유쾌하진 않네요.

그런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국인" 은 전부 근면하고 성실하다는 이미지가 박힌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저는 예전에 학교에서 공부 안하고 농땡이 부리다가 친구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뭐랄까... 넌 내가 생각하는 한국인과 사뭇 다르네...?

 

배째미안하다. 게으르다.

 

7. 한국 여성들은 결혼 후에는 남성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이것도 보편적으로 맞는 말인 듯 싶네요.
80년대 생인 제 친구들도 이미 몇년 전부터 결혼 러쉬가 시작되어 많이들 결혼을 했는데 남성 친구 만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어떤 친구들은 이미 결혼 전에도 애인이 있을 때는 남성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았구요.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결혼 후에도 남성 친구들과 교류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So Cool~ 하지만 또 다른 시선으로 보면 결혼한 여자로서의 자각이 없는 행동이라 할 수도 있겠죠.

미국인들은 친구에는 성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애인이 있건 없건, 결혼을 했건 안 했건 이성의 친구도 계속 유지합니다.
Best Friend 라고 지칭하는 친구가 동성이 아니라 이성인 경우도 많구요.
실제로 제가 이 때문에 실수한 적이 한번 있답니다.

예전에 알바할 때 만난 아저씨 손님이 부인과 함께 식당에 왔는데 저를 보더니 한국인이냐고 묻더라구요.
맞다고 했더니 그 분의 Best Friend가 한국 출신인데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부인까지 있는 중년 남성분의 Best Friend 라길래 저는 당연히 비슷한 연배의 한국 남성분인 줄 짐작하고 "그 분 (He) 이 한국 어디서 오셨어요?" 하고 물었는데 이 손님이 말씀하시길

 

Oh, it's not he. It's SHE.

 

그 분의 Best Friend는 여성이었던 거죠.
한국이라면 이런 경우가 흔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미국에서는 별 일 아니랍니다.
그런데 결혼 후 남성 친구들을 만나지 않는 것을 장점으로 꼽은 걸 보면 쿨한 척 하는 미국 남자들도 속으로는 신경 꽤나 쓰이는 모양이네요. ㅋㅋㅋ


이상이 그 데이팅 사이트에서 소개한 한국 여성들의 7가지 장점이었는데요.
이 글만 읽어보면 한국 여성들은 그야말로 '완벽' 하네요.
날씬하고 예쁜데다가, 집안일 바깥일 가리지 않고 잘 하고, 남편과 아이를 잘 챙기고, 지조 있기까지!!
우리에게 참으로 편리하게도 이런 사람을 딱 한 마디로 일컫는 단어가 있죠?

 

사.기.캐.릭. !!!

 

물론 만남을 주선하고 광고해야 하는 데이팅 사이트니까 좋은 점을 과장해서 써 놓은 것임을 감안해도 이런 서양 남성들은 한국 여성들이 '완벽한 현모양처' 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네요. 
왠지 한국 여자로서 엄청나게 부담스러워집니다. ^^;;
만약 이 글을 읽은 미국 남자가 제게 "너도 한국 여자잖아?" 라고 묻는다면 저는 이런 대답을 할 것 같아요.

 

물론이죠. 이 세계에 '드래곤' '유니콘' 이 존재하는 한, 나도 이런 한국 여자랍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하신지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