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 피할 수도 즐길 수도 없는 정신적 피로에 시달리고 있답니다. 옆 자리의 동료 때문에 말이지요. 착하고 재미있는데다가 미국인 특유의 Happy go lucky 초긍정 쾌활함까지 겸비한 그녀는 사무실의 분위기 메이커인데 특히 가까이 앉아 있는 저와는 좋은 친구 사이이기도 합니다. 친구이지만 연배는 저보다 훨씬 높아서 그녀에게는 장성한 딸과 아들이 있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녀가 아~~~무도 못말리는 고슴도치라는 겁니다.
아무리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예쁘다지만 그녀는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해요!
제 얘기 좀 들어보시라니까요.
따..따님이 설마?!
동료는 틈만 나면 "내 딸은 얼굴에서 빛이 난다"는 말을 합니다. 며칠 전에도 자기 남편과 함께 딸의 사진을 보고 있었는데 남편이 갑자기 "우리 딸은 얼굴 뒤에 후광이 보인다"고 말했다며 "내 딸이지만 정말 예쁘다니까!" 하며 웃더라구요.
후광(halo)라굽쇼?
호..혹시 따님께서 이런 분들 중 한 명이십니까?
물론 부모님 눈으로 본 모습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도대체 어느 지경까지 예쁘면 후광이 비추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매~일을 얼굴에서 빛이 나는 딸 이야기를 전해 듣다가 며칠 전에 그 후광미녀의 사진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그저 한 명의 흔녀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사진으로만 봐도 건강이 위태로워 보이는 고도비만에 시달리고 있더군요. 하지만 부모님에게는 여전히 사랑스러운 아기로 보이는지 제 동료는 사진을 보여주는 내내 "어때? 우리딸 진짜 예쁘지? heavy하긴 하지만 얼굴에서 정말 빛이 나지???"하며 저의 대답을 기다리더군요.
Oh~ 정말 예쁘네요.
얼굴도 하얗고 미소도 예쁘고 치아도 가지런하고 정말 빛나요!
라며 동료의 마음에 쏙 드는 대답을 하고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또 며칠 후! 이번엔 동료의 아들 사진을 보게 되었습니다.
어익후~ 아드님은 또 어찌나...
이 아드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나이는 스물일곱이나 아직도 열아홉이나 스물로 보이며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 "So handsome"이라고 감탄을 금치 못하는 미모의 소유자라고 동료에게 누누히 들어왔었지요. 게다가 그 아들 이야기를 할 때마다 은~근히 저한테 소개시켜주겠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바람에 저는 속으로 시~커먼 마음을 품으며 '얼마나 잘생겼는데요?!!' 하며 눈을 반짝 떴죠. 그리하여 드디어 사진이 공개되는 순간!
아놔~ 또 당했구만...
아드님 역시 그저 평범했습니다. 거기까지였다면 속으로 '역시 미국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쁜거구나~'하며 웃고 넘겼을 텐데 딱 하나 저를 몹시 분노케한 사실은...
스물일곱이지만 스무살 같이 보인다던 그 아드님... 사실은 서른 일곱으로 보여요.
아무리 백인과 동양인의 얼굴 나이 기준이 다르다고는 해도, 그 얼굴이 스무살로 보인다면 제 동료의 시신경 손상이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진행되었을지 모른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에도 역시 동료가 원하는 대답을 들려주었습니다.
어머~ 정말 아드님이 키도 크고 훤칠하시네요!
그러나 따님을 봤을 때와는 다르게 실망스러운 기색이 조~금, 아주 쬐~금 드러났는지 동료는 이런 말을 덧붙였습니다.
"우리 아들이 사진발을 좀 안 받아. 실제로 보면 얼마나 handsome한지 몰라~"
아이고~ 암만요~ 어련하시겄습니까요.
역시... 부모님의 자식 자랑은 공신력이 없다는 진리를 재확인하며 동료의 아드님에 대한 저의 사심(?)은 스러져갔습니다. 그와 동시에 저희 어머님이 제 외모를 평가하실 때 자주 쓰시는 말도 떠올랐죠.
그.만. 하.면. 됐.다.
아아~ 친 엄마 눈에도 그저 '그만 하면 된' 정도로 보이는 나는
과연 남들 눈에는 어떤 오징어 외계인으로 보인다는 말이냐.
나이 서른 넘기고도 참기 힘든 슬픔이 몰려오누나...
여러분... 여러분도 부모님이 예쁘다고 해 주실 때 그 말을 다 믿지는 마세요. (저 혼자는 못 죽죠! )
오늘도 신나는 하루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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