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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인들이 가장 흔하게 즐기는 친목도모 방법

by 이방인 씨 2015. 1. 12.

반적으로 한국인들은 애주가로 알려져 있죠? 한국만큼 다채로운 음주문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도 흔치 않을 텐데요. 친구들간의 모임이나 직장 회식 등, 술잔을 기울이며 친목을 다질 기회가 많은 한국과는 달리 미국인들은 술을 그리 자주 마시지는 않습니다. 물론 한창 피끓는 청춘들의 night out은 예외입니다만. 많은 미국인들이 자신들을 Social drinker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사교적 자리에서 분위기상 적당히 술을 마시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인지 술 마시는 모임은 썩 자주 갖지 않는 반면 툭! 하면 여는 친목도모회가 하나 있긴 있지요. 바로...

 

 팟럭 입니다.

모임 참가자들이 음식을 한 가지씩 가져오는 파티를 말하죠?
한국에서도 많이들 한다고 들었습니다.


영국에서는 Potluck이라는 단어가 이미 16세기에 등장했을 정도라니까 무척 오래된 풍습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초대받은 손님이 어떤 음식을 가져올 지 모르기 때문에 '솥에서 나오는대로 먹는다'는 뜻으로 Potluck이라는 이름이 붙었답니다.

미국인들이 Potluck를 얼마나 흔하게 하는지 저는 솔직히 말해 지쳤을 정도예요. 최근에만 해도 땡스기빙에 한 번, 크리스마스에 한 번, 뉴이어에 한 번을 비롯하여 심심해서 한 번, 생일 맞은 친구를 위해 한 번, 이직하는 동료를 위해 한 번, 금요일이니까 한 번, 등등 뭐 팟럭을 열고 싶은 이유는 갖.다.붙.이.면. 그만입니다.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제가 겪은(?) 팟럭을 전부 기록했었다면 지금쯤 책 한권은 나왔을 것 같네요.

자주 하는 만큼 팟럭의 종류도 많은데 이 역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랍니다. 제가 지금껏 참여해 본 팟럭 중에 기억나는 것 몇 가지만 말해 볼까요?


1. Meat/Vegetable 팟럭

마치 고기 뷔페, 채소 뷔페처럼 한 가지로 정해서 모든 참여자들이 고기면 고기 채소면 채소 요리를 준비해 오는 팟럭이에요. 육식녀인 저는 Meat Potluck이 차~암~ 마음에 들었는데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양고기까지 원없이 고기를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2. Sandwich 팟럭

이건 간단한 점심 팟럭이었는데 간편하면서도 만족도가 높습니다. 참여자들이 가져온 각종 빵, 채소, 치즈, 고기, 소스 등을 차려놓은 뒤 각자 취향에 맞는 샌드위치를 직접 만들어 먹는 거죠. 미리 만들어놓은 샌드위치를 먹는 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재료를 선택해 만들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모두들 좋아하더라구요.


3. Multicultural 팟럭

"다문화 팟럿"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듯이 이건 그냥... 거~업~나~ 맛있는 PARTY입니다! 다양한 민족의 사람들이 모인 집단에서 자주 하는데 각자 민족 고유의 음식을 가져오는 거죠. 저는 Multicultural Potluck을 할 때마다 캘리포니아를 사랑하게 된답니다

후~아~

미국 음식, 멕시칸 음식, 중국 음식, 베트남 음식, 타이 음식, 이탈리안 음식,
인도 음식, 심지어 아프가니스탄 음식까지 (그것도 홈메이드!)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이렇게 쉽게! 이렇게 자주!! 있다니...

나의 세계의 신은 아마
나를 포동포동 살찌워 잡아먹으려고 하시는가 보다...


훗~

하지만 내게도 방법은 있지.
나는 마치 헨젤이 된 듯,
 통통한 손 대신 다 먹은 닭 뼈를 내밀겠다!!!


4. Turkey 팟럭

미국 명절음식의 대명사, 칠면조 팟럭도 있습니다. 칠면조 구이는 조리법은 간단하지만 보~통 3시간 이상 구워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운 음식 중 하나인데 팟럭에 등장하기도 합니다. 칠면조를 담당하는 사람 1-2명을 제외한 나머지 참가자는 칠면조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다른 모~~든 음식 및 side dish를 준비하죠. 얼마 전 크리스마스에 저도 칠면조 팟럭에 참여했는데 20명 정도의 사람들 중에 2명이 칠면조를 맡았고 나머지 18명은 다른 요리와 소스, 빵, 디저트 등을 준비했었습니다.


5.  팟럭인 듯 팟럭 아닌 팟럭 같은 팟럭

이건 썸타는 팟럭이 아니라 간혹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할 건수(?)는 있지만 요리를 준비할 여력이나 시간이 없을 때 사용하는 방법으로, 식당에서 밥을 먹되 식대는 모두 나눠내는 것입니다. '그건 팟럭이 아니라 그냥 Dutch Treat이잖아요?' 라고... 물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Dutch Treat은 각자 자신이 먹은 음식 값을 내는 것이지만 이 썸타는 팟럭은 내.고. 싶.은. 만.큼. 돈을 낸답니다. 예를 들면 $10짜리 음식을 먹고 $20을 낼 수도 있고, $15짜리 음식을 먹고 $3불만 낼 수도 있는 거죠. 반드시 얼마를 내야한다고 정해진 룰이 없기 때문에 돈을 많~이 내는 사람도 있고 아예 내지 않는 사람도 나올 수 있습니다.  (네, 음식을 먹고도 돈을 전혀 내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요. 미국에도 빈대들은 있으니까요.) 음식을 가져와야 하는 팟럭을 해도 어마어마한 홈메이드 요리를 가져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간단히 마켓에서 산 컵케이크 한 상자를 가져오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음식 대신 현금을 내는 팟럭에서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 셈입니다.


6. Catering 팟럭

출장 팟럭도 물론 있습니다. Catering 서비스를 이용하는 팟럭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은 있지만 금전적 부담이 따른다는 단점이 있죠. 음식의 종류와 사용되는 식기 수준에 따라 금액은 천차만별입니다. 일인당 $10-20선에서 할 수 있는 저렴한 팟럭이 있는 반면 '아~ 진짜 이 돈내고 팟럭 꼭 해야 돼?!'   하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고급 팟럭도 있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 본 팟럭만 해도 이런 저런 다양한 종류가 있으니 이 밖에도 무궁무진한 팟럭이 있겠지요. 또한 팟럭의 형태도 각양각색이라 참가하기 전에 주최자에게 몇 가지 룰을 미리 물어보는 것이 좋답니다.


1. 요리의 종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미리 가져올 음식을 정해두지 않으면 중복되는 메뉴가 나올 수 있습니다. 팟럭의 묘미는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죠? 이상적으로는 열 명이 참여하면 열 가지 다른 요리가 나와야 하니까요. 그런데 만약 열 명 중 네 명이 똑같이 잡채를 가져왔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이고 의미 없다...


보통은 미리 무엇을 가져올 지 적는 sign-up sheet이 있지만 간혹 참여자에게 일임하는 팟럭도 있으니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가져올 지 알아두는 게 좋겠죠?


2. 팟럭의 격식

다같이 모여 식사를 하는 즐거운 시간에 급을 매길 수는 없지만 격식의 레벨은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캐쥬얼하게 일회용 접시와 플라스틱 수저를 사용하는 팟럭도 있고, 번쩍번쩍 잘 닦인 스푼과 포크가 등장하는 팟럭도 있거든요. 알기 쉽게 보여드리자면,

 


(Wikipedia.org)

 이 팟럭에 참여할 때와

 


(tablespoon.com)

이 팟럭에 참여할 때 옷차림이나 태도는 달라야하겠죠?


팟럭의 격식 차이가 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 경험에 한하여 말하자면) Occasion의 차이입니다. 친한 친구의 생일 기념 팟럭, 이웃의 은퇴 기념 팟럭, 직장 상사의 승진 축하 팟럭 등등 상황에 따라 팟럭의 모양도 다르기 마련이니까요.


3. 현금 각출 여부

음식만 가져와도 되는 팟럭이 있는가 하면 음식과 함께 현금을 약간씩 내야 하는 팟럭도 있습니다. 소액이기 때문에 부담되지 않는 정도인데 이 돈은 일회용 식기나 수저 혹은 집에서 만들기 힘든 특식을 사는데 쓰입니다. 음식 대신 수저와 접시, 컵과 냅킨을 담당하여 준비하는 사람이 따로 있을 때는 돈을 걷지 않지만 모든 사람이 철저히 음.식.만.을. 가져와야 하는 팟럭인 경우에는 식기를 살 돈을 따로 걷기도 합니다.


자, 이쯤에서 제가 알고 있는 팟럭 상식은 바닥이 드러났네요. 여러분 중 재밌는 팟럭을 경험해 보신 분들이나 팟럭에 대해 추가하고 싶은 정보가 있는 분들은 댓글에 참여해 주시면 좋겠죠?!

오랜만에 슬~금 슬~금 나타난 방인 씨는 이만 물러갑니다.
여러분 신나는 월요일!  


이 글은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졌으며, 미국 문화를 일반화할 수 없음을 알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