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elcome to California

미국인들, 재채기 한번에 신의 축복(Bless you)이라니!

by 이방인 씨 2012. 3. 26.

미국문화에 낯설지 않은 분들은, 미국인들이 재채기를 하고 나면  주변에서 Bless you! 라고 한 마디씩 해주는 것을 아실텐데요.
심지어 한 번은 제가 길을 걸어가다 재채기를 한 적이 있는데, 지나가던 모르는 사람마저 Bless you! 하고 가더라구요. 
이 Bless you 는 사실 May God bless you 라는 문장을 짧게 줄인 것으로, 해석하면 "신께서 당신을 축복하시길" 이라는 뜻입니다.
저는 사실 처음에는 재채기 하는 그 순간이 신이 축복을 내렸다는 계시라는 걸까?? 하면서 나름대로 말도 안되는 추측을 했었는데요.
너무 궁금해서 언젠가 그 이유를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미국 문화로 알고 있던  Bless you 는 사실 기원전 고대 로마에서 비롯된 풍습이라고 합니다.
재채기 한 번에 타액이 무려 2미터를 날아간다고 하죠?
정확한 생물학적 지식은 없었지만, 재채기가 병균을 옮긴다는 것을 고대 로마인들은 이미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누군가 재채기를 하면, Jupiter preserve you! 주피터신께서 당신을 지켜주시길! (병에 걸리지 않도록) 이라고 말하는 풍습이 있었다네요.
기원전이므로, 아직 기독교는 생겨나지 않았으니 당시의 최고신인 주피터에게 빌었던 것이죠.

고대 로마와 그 영향 아래 있던 속주민족들에게까지 퍼진 이 풍습은 그 후 서기 600년경 유럽 전역에 흑사병이 돌면서 현재의 형태로 바뀌게 됩니다.
당시 유럽 인구의 절반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흑사병의 증상은 다름 아닌 심한 재채기였다고 합니다.
재채기가 증상이었기 때문에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전염이 되었던 것이죠.
당시 로마의 그레고리 (Gregory the Great) 교황은 흑사병 퇴치를 위해 사제들의 거리순회 기도회를 엽니다.
역병이 만연하던 거리를 걸으면서 누군가 재채기를 하면, 곧바로 God Bless You! 라는 말을 사제들이 하도록 시켰다고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재채기를 한 사람이 흑사병에 걸리지 않기를, 또 옮기지 않기를 기원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풍습은 유럽의 여러 나라에 남아서, 영국을 통해 미국에도 도입된 것이랍니다.
현재에도 독일, 그리스, 심지어 아랍권 국가들도 재채기를 하면 건강을 기원하는 풍습이 남아있다고 하네요.

여담이지만, 저는 이 Bless you! 에 관한 재미있는 대학시절의 에피소드가 있답니다.
대학생이라고 하면 왠지 성인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갓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아직도 어린티가 남아있죠.
그 당시 저희도 장난기가 다분한 어린애들이었는데요.
그러다보니 50대의 진지한 남성 교수님이 가르치시던 강의시간에 누군가 재채기를 하면, 나머지 한 50명 정도가 Bless you! 를 말하는 장난이 유행이었어요.
50명이 한 번에 말하는게 아니라 릴레이식으로 1번부터 50번까지 순서대로 말하다 보니, 수업 진행에 잠시 차질이 있을 정도였죠.
교수님 입장에서는 한 번이라면 넘어갈 수 있어도 매번 누군가 재채기 할 때마다 그러니 짜증이 나셨겠죠.
그래서 점잖게, 수업의 집중도를 떨어뜨리니 장난 그만치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열아홉, 스무살 꼬맹이들이 들어먹을리가 (?) 없지요.
매번 그 교수님 강의시간이 되면 당연하다는 듯이 누군가는 재채기를 하고, Bless you를 오십번 말합니다.

늘 품위를 유지하시던 교수님이지만 마침내 한계에 다다르셨나봐요. 소심
수업 도중에 또 학생들이 Bless you 장난을 치자 갑자기 가방을 챙기시고는 급한 일이 있어서 오늘은 이만 갈테니 여러분 중 단 한명도 빠지지 말고 다음 강의시간에 반드시 나오라는 말을 남기시고 나가버리셨습니다.
그 때까지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던 저희는 그저 일찍 끝나버린 것에 즐거워하고 있었죠.

그리고 운명의 다음 강의 시간......!!!!!!
Oh My God...교수님께서는, Pop Exam 을 준비해 오신겁니다!
Pop 이란 말은 깜짝 놀라게 갑자기 튀어나온다는 의미로, Pop Exam 하면 예고없는 시험이란 뜻이죠!!
보통 Pop Quiz 라고 해서, 예고없는 쪽지시험은 자주 치지만, 예고없는 풀버전 시험이라니..말도 안됩니다!!
사연인 즉, 지난 시간에 완전히 이성을 잃으신 교수님은 다음 강의까지 시험지를 작성하시기 위해 중간에 강의를 끊고 곧바로 문제 출제에 들어가신거죠.
철 없던 저희들은 장난치다가 완전히 망한겁니다. ㅠ.ㅠ
이런 법은 없다며, 억울하다며 항의해보았으나 교수님은 회심에 찬 미소를 얼굴 가득 지으시면서,

웃기시네 내가 이날 이때껏 살면서 너희처럼 신의 축복을 많이 받은 학생들을 본 적이 없는데, 이 까짓 시험이 뭐 어렵겠는가?!

 

하시며, Bless you 를 남발한 저희를 응징하셨습니다.
예고없이 치뤄진 시험이니, 평소에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과 시험 때만 벼락치기 하는 학생의 점수차는 실로 어마어마했죠.
평생 벼락치기만을 참 진리로 알고 살아온 저도, 점수를 보고 '내 인생은 이렇게 끝나나?' 했다죠. -.-^
시험 점수를 성적에 포함시키지 말아달라는 많은 학생들이 애걸복걸하자 나중에야 기분이 풀어지신 교수님은 그 시험은 50%만 포함시키는 걸로 사태를 마무리 하셨답니다.
그리고 저희들은 신의 축복도 너무 많이 받으면 저주가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습니다.
행운이나 축복도 너무 욕심내면 안될 것 같습니다. ^-^

재밌게 보셨나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