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쇼핑몰 점원, 과하게 친절하다 싶더니...!

이민 초창기, 제가 쑥스러움을 느꼈던 미국 문화가 바로 낯선 사람에게도 웃으며 인사하는 것입니다.
미국인들이 거리에서 만나는 모르는 사람에게도 친절히 인사하는 이유는 전에 포스팅 한 적이 있습니다.
2011/10/18 - [이방인 이야기/캘리포니아에서는] - 처음보는 미국인이 방긋방긋 잘 웃는 이유는?! 

처음 만나는 이웃도 거리에서 지나치는 낯 모르는 사람도 모두 너무 친근하게 말을 거는 것에 쑥스럽기도 했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쇼핑이라도 갈라치면 점원들이 너~무나 상냥하게 군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상냥하다는 것은 물건을 팔려고 쫒아다니면서 이것저것 말을 붙인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건 오히려 편안한 쇼핑을 방해하는 불친절에 가깝죠?

일단 가게에 들어서면 점원은 손님 얼굴을 바라보며 "Good afternoon. How are you doing today?" 하며 웃으며 인사를 합니다.
여기까지는 뭐 평범하죠.
그리고 나서는 손님이 편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전혀 방해하지 않습니다.
요즘 이 물건이 잘 나간다느니, 이게 손님한테 어울릴거라느니, 뭘 찾으시냐느니, 기타 등등 말을 걸지 않는 것이 사실 저는 제일 마음에 듭니다.

그렇게 손님에게 구매를 유도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대신, 아주 친근하게 말을 걸어옵니다.
손님을 따라다니지는 않지만 가끔씩 근처를 지나면서, 

"You find everything okay?"  불편한 점 없으세요?
"How's the weather outside?"  오늘 바깥 날씨는 어때요? 

이렇게 자연스럽게 말을 건네고 방긋방긋 웃고 갑니다.
아무것도 사지 않고, 구경만 실컷 하다 나가는 경우에도 꼭 웃으면서 Have a good day~ 합니다.
미국에 온 지 얼마 안됐을때는 '미국인들은 누구에게나 참 잘 웃고, 인사도 친절하게 하네' 싶었고, 몇 년이 지난후에는 '이건 구매 유도를 하지 않는 대신, 친절하게 대해서 사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하는건가?' 하며 궁금하기도 했었죠.

그 해답을 찾은 것은 대학에서 경제학 강의를 들을 때였습니다. (역시 학교에서는 뭔가 배우긴 합니다. ^^)
점원들의 상냥함은 바로 미국의 Anti-Theft Strategy (도난 방지 전략) 이었던 것입니다.

땅이 넓은 나라다 보니, 쇼핑몰이나 그 안에 입점해있는 상점들이나 대부분 규모가 큽니다.
몇 명의 직원만으로는 넓은 매장을 다 돌아다니며 주시하기에는 무리가 있죠.
그래서 경고문을 써 붙여봐도, CCTV가 설치되어 있다고 겁을 줘봐도, 도난 방지 택을 달아봐도, 도난율은 낮아졌지만 훔치려는 시도는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Gap 이나 Old Navy 같은 미국의 국민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거대 의류 기업은 물건 도난이라는 성가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시도해봅니다.
여러가지 방법끝에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가 된 것이 바로 상냥함 입니다.
우리말에도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라고 하지만, 미국에서도 친절하게 대하는 사람에게는 나쁜 짓 하는 것을 꺼린다는 뜻이죠.
미국 상점의 점원들은 그래서 무엇보다 손님에게 상냥하게 대하는 교육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물론 손님 접대를 위해 그런 것도 있지만, 도난 방지의 목적도 크게 더해져서 말이죠.

이 수업을 계기로 저는 평소 궁금하던 문제를 풀은데다가, 인간에 대한 믿음이 커졌답니다.
결국 험악한 경고문이나 CCTV 보다도 상냥한 말 한마디에 인간은 나쁜 짓 할 마음을 접는다는 얘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평소에 웃는 얼굴로 친절히 사람을 대하는 아주 간단한 노력만으로도 나쁜 일을 당할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말 아닐까요?
요즘은 전 세계 어디나 무서운 세상이라지만, 친절함이 가장 큰 무기라는 것이 증명된 셈입니다.

아 참, 그러나 모르는게 약이라는 말도 진리였습니다!!
그 후로 저는 점원이 상냥하게 굴면 속으로 " 네, 네 안 훔쳐갑니다요~" 하는 마음도 슬쩍 든답니다. 
아~ 저는 어째서 이렇게 비뚤어진 어른으로 자란 걸까요? ㅠ.ㅠ

저의 넋두리는 신경 쓰지 마시고, 웃는 얼굴로 좋은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