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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14년째 살고 있어도 이해 못하고 있는 미국 문화

by 이방인 씨 2012. 12. 9.

어제는 어느새 미국물 들어버린(?) 이야기를 해드렸는데 오늘은 정 반대로 지금까지도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아니 아마 앞으로도 저는 공감 못 할 미국의 어떤 것을 소개할까 합니다.
제 개인적 취향이지만 동의하는 분들도 꽤 계시지 않을까 짐작합니다.


요리 보고, 조리 봐도, 음음~ 재미 없어!! 미식축구

 

 

아마 몇년전 주가를 올렸던 하인즈 워드 덕분에 미식축구가 뭔지는 여러분들도 다 아실 것 같은데요.
말 그대로 미국에서만 "Football" 이라고 부르는 스포츠로 한 팀당 11명의 플레이어가 서로 공을 상대편 진영 end zone의 골 라인으로 넘기려고 용쓰는(?) 경기입니다.
Football 이라고 부르는 것이 민망할 정도로 발보단 손으로 잡고, 던지고 하는 일이 더 많죠.
그래서 영국의 축구 선수 웨인 루니가 손을 더 많이 쓰는 미식 축구를 왜 Football 이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고 말해서 미국인들의 공분을 산 일이 있었답니다.
맞는 말 했는데 왜 화를 내나 싶지만 미국인의 핏줄로 미국에서 태어난 정통 미국인들에게 미식 축구는 흡사 성역입니다.
함부로 건드려선 안돼요~~~
이들에겐 미식축구가 우리나라의 월드컵 경기와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어찌나들 좋아하는지 단지 프로리그 뿐만 아니라 High School 과 College 리그도 인기가 대단해서 College 리그는 프로경기와 마찬가지로 대대적으로 TV 중계까지 해줍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미식축구의 하이라이트는 Super Bowl (수퍼보울) 이죠!
Super Bowl 은 매년 열리는 미식축구 챔피언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일요일에 열리기 때문에 Super Bowl Sunday 라고 부른답니다.

 

미국인들은 이 Super Bowl Sunday 를 de facto National Holiday 로 여기는데, 이 말은 "합법적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국가공휴일" 이라는 뜻입니다.
실제 통계를 봐도 Super Bowl Sunday 는 미국 최대의 명절 땡스기빙의 바로 뒤를 잇는 음식소비량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음식을 먹으면서 함께 TV로 경기를 시청한다는 뜻이죠.
2011년 Super Bowl은 미국 TV역사상 최고시청률을 경신했는데 모두 111 밀리언, 즉 1억명 이상이 경기를 시청했습니다.
재밌는 것은 작년에 기록이 바뀌기 전까지 최고시청률 자리를 지키고 있던 프로그램 역시 그 지난해의 Super Bowl 경기였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미국인들에게 Super Bowl은 전세계 축구팬들의 Champions League 결승과 똑같은 셈입니다.
미국 남성들의 평생 소원중 하나가 이 Super Bowl을 직접 경기장 가서 보는 것이라고 하니 어느 정도인지 아시겠죠?

미국인들은 Super Bowl을 보는 날에는 늘 이 음식을 먹는답니다.

 

언제 어디서 누가 먼저 먹기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또띠야칩은 절대 빠질 수 없습니다.
물론 피자, 샌드위치 등등 다른 간단한 음식들도 많이 먹지만 또띠야칩은 약방의 감초처럼 꼭 들어있죠.
미국인들의 Super Bowl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들이 준비하는 음식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또띠야칩과 각종 스낵과 디핑들로 미식축구 경기장을 만들어 먹는 것도 인기랍니다.

 

이건 정말 대단하죠?
경기장 아래 쌓여있는 핫도그들로 미뤄볼 때 전체적인 크기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습니다.
아마 개인이 만든 것이 아니라 대대적인 Super Bowl 파티가 열린 것이 아닐까 싶네요.

 

Super Bowl 경기에 앞서 미국의 국가를 부르는 순서에는 매년 최고의 팝스타가 초대되는데 올해는 제 1대 American Idol 이었던 켈리 클락슨이 열창을 했습니다.
또한 시청률이 어마어마하다보니 그 시간에 방영되는 TV 광고를 따내려고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올해는 바로 기아자동차가! 세계적인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 아드리아나 리마를 내세운 광고를 선보였는데요.

 

어우~ 저도 TV에서 이 광고 여러번 봤는데 정말 아드리아나 리마는 ㅎㄷㄷㄷ
저는 여자인데도 차는 안 보이고 리마만 보였어요.

 

아니나다를까 기아 자동차는 이 Super Bowl 광고로 엄청난 홍보효과를 보았다고 하네요.

저도 광고를 열심히 보긴 했지만 도무지 경기는 볼 맛이 안나더라구요.
공을 옆구리에 끼고 냅다 뛰는 사람이 하나 있고, 나머지는 전부 그 사람한테 달려드는 것밖에 안 보이거든요.
물론 제대로 알고 보면 나름의 매력과 재미가 분명 있겠지만요. ^^;;
사실 오늘도 글을 쓰면서 미식축구에 대해 설명을 해드릴까 싶어서 룰이나 각종 포지션을 공부하려고 해봤지만 여러분들도 지루해하실 것 같아서요. ㅋㅋㅋ

한국에서 축구의 위상이 높은 것처럼, 미국 남자아이들 중에는 미식축구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아이들도 많고 유명선수의 포스터로 도배한 방에서 자는 아이들도 수두룩하답니다.

 

상의만 보면 완벽한 아이스 하키인데, 하의는 싸이클 쫄바지란 말이지....
으음.... 이 유니폼의 진가를 모르는 제 눈이 이상한 것일까요??



이런 제가 처음으로 미국에 정착한 땅이 바로 샌프란시스코인데 하필이면! 그 곳은 유명한 미식축구팀인 San Francisco 49ers 라는 팀의 연고지입니다.
특히 제가 이민왔던 시기에는 그 팀이 한창 잘 나가고 있어서 인기가 어마어마했죠.
미식 축구의 "미" 자도 모르는 저도 누군가에게서 이런 49ers의 모자를 선물받았답니다.

처음에는 빨간색이 마음에 들어서 쓰고 다녔었는데 간혹 밖에서 사람들이 "너 49ers 팬이구나!" 하면서 전혀 못 알아듣는 미식축구 이야기를 마구 꺼내서 언제부터인가 그냥 옷장에 고이 모셔두고 있네요. ^^;;

저는 평소에 축구는 물론이고 농구, 배구까지 꽤 잘 보는 편인데 이 미식축구만은 영~ 안 끌리더라구요.
"네가 룰을 몰라서 재미가 없는거야" 란 말로 저를 얕보시던 저희 아버지도 룰은 다 아시게 됐지만 결국 흥미를 붙이지 못하시고 지금은 미식 축구 경기만 나오면 채널을 돌리십니다. ㅋㅋㅋㅋ
요즘 미국인들은 불과 두 달여 남은 2013 Super Bowl을 열렬히 고대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저희 가족은 미식 축구와는 친해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중에 미식 축구 좋아하시는 분들 혹시 계신가요???
즐거운 일요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