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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한국과 미국 아기 이름 짓는 방법이 천지차이!

by 이방인 씨 2012. 9. 21.

한국에서는, 아니 적어도 한.중.일 3국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이름을 짓는 것이 큰 일이죠.
뜻을 가진 문자인 한문으로 작명을 하다보니 이름자가 가진 뜻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일텐데요.
이름에 들어가면 좋다는 한자부터 이름에는 쓰면 안된다는 한자도 있고, 더러는 좋은 자를 찾아서 개명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이니, 우리가 이름이 지닌 뜻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이름에 그다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이름 짓는 일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그 이름 자체에 큰 의미가 없다는 뜻입니다.
미국인들은 어떤 이름을 "짓느냐" 가 아니라 어떤 이름 중에 "고르냐" 이기 때문이죠.
이들은 작명(作名)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수 많은 이름 중에 택명(擇名)을 하는 셈이죠.

 

이렇게 고를 수 있는 아기 이름 모음책까지 있을 정도니까 말 다 했죠?
그것도 사전 잘 만드는 옥스포드에서 나왔네요. ㅋㅋㅋ


이런 이름들을 어디서 고르는고하니... 대부분 성경에서 나온답니다.
대표적으로 신약 복음서 앞에 붙은 이름들이 흔한 서양 남성 이름으로 고스란히 전해오고 있죠.

John 은 요한복음의 요한
Mark 는 마가복음의 마가
Matthew 는 마태복음의 마태
Luke 는 누가복음의 누가

이 밖에도 Peter, Timothy, James 등등이 전부 성경에 나오는 이름들이죠.
뿐만 아니라 구약을 봐도 David, Daniel, Joel, Joshua, Jeremiah, Isaiah 등등 전부 현재에도 수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는 이름들입니다.
Michael 이나 Gabriel 같은 이름은 아예 성경에 적혀 있는 천사이름을 따온 것이구요.

또한 이 이름들을 변형한 이름들도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Mickey 나 Mike 는 Michael 의 줄임이고, Johnny 는 John을 애칭형으로 바꾼 것이고, Dave, Danny, Tim, Josh, Jeremy 등등도 모두 응용형 이름이죠.
여성의 이름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에스더, 사라, 애비가일, 애나, 클라라, 마리아, 리아, 마들렌, 에바, 그레이스, 줄리아, 릴리, 마사, 폴라, 프리실라, 피비, 수잔, 등등 (헥헥) 수 많은 이름들이 성경에서 나왔죠.
그 중 차이가 있다면 구약에는 히브리어에서 유래한 이름들이고, 신약부터는 라틴어에서 나온 이름들이 등장한다는 것이죠.

 



성경에 나온 이름들을 모아놓은 택명 책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미국인들이 모두 신앙심이 깊어서 성경에 나온 이름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미국인들은 기독교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에 크리스챤 이름을 고르기도 하지만 그냥 존재하는 이름 중에 고르다보니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죠. ^^;;

보통 미국인들은 본인들 조상의 이름을 돌려쓰는 경우도 흔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태어나면 증조부님이나 조부님들의 이름 중 다른 친척이나 형제가 쓰지 않은 이름을 골라서 붙여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미국인들 중에는 본인들 외증조모와 이름이 같다거나, 혹은 먼 친척 할아버지와 이름이 같다거나 한 경우가 있죠.
예를 들어 브란젤리나의 쌍둥이들 이름도 여자 아이인 비비안은 외할머니, 즉 졸리의 어머니의 미들네임을 가져온 것이고, 남자 아이인 녹스의 이름은 피트 집안에 내려오는 남자 이름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그 집 첫째딸의 이름 샤일로는 여지없이! 성경에 나오는 이름이구요. ^^

제가 가장 안일하다고 느끼는 이들의 택명법 중 하나는 바로 아버지의 이름을 아들이 고스란히 가져와서 뒤에 주니어라고 살짝 덧붙이는 것이랍니다. (물론 미들네임은 다릅니다만.)
예전에 왕들이 많이 썼던 작명법이죠?
그 시절 왕들이야 왕가 혈통의 정통성을 주장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지만, 현대에도 그런 사람들이 아직 있네요.
대표적으로 세계적 스타인 윌 스미스가 있습니다.
그의 본명이 윌러드 스미스 주니어니까 당연히 그 아버지가 윌러드 스미스겠죠?
그런데 윌 스미스에게는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큰 아들이 있는데 그 아들의 이름은...?
무려 윌러드 스미스 3세라는군요.

영화 펄프픽션이었던가요...?
브루스 윌리스가 이름의 뜻을 묻는 외국인 택시 드라이버에서 이런 말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난 미국인이오. 우리들 이름에는 아무런 뜻도 없소."
(I'm an American. Our names don't mean a thing.)


애초에 그 고대 이름들이 지어질 당시에는 뜻이 있었지만, 현대 사람들은 굳.이. 뜻을 따져 보고 가져다 쓰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그렇답니다.
게다가 그런 오래된 이름들에 무슨 뜻이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구요.
저도 제 미국 친구들에게 혹시나~ 해서 가끔 이름의 뜻을 물어보면 "호오~ 신선한 질문이네..." 이런 표정입니다. ^^
우리야 이름의 뜻을 묻는 경우가 흔하지만, 이들은 이름에 굳이 뜻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안 하니까요.
그러니 따라오는 대답도 다 비슷해서 "이건 그냥 성경에 나오는 이름이야" 혹은 "글쎄? 아마 증조 할아버지 미들네임일걸?" 그나마 창의적인 대답이라면 "우리 엄마가 이 이름을 좋아했어." 정도랄까요?

물론 고대부터 살아온 배경이 달라서 생긴 차이지만, 저는 우리의 작명법이 훨~씬 좋습니다.
고심 끝에 좋은 뜻을 넣어 지어주신 이름이고, 또 그 이름의 뜻에 걸맞는 사람이 되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더 소중한 것 같아요.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이 글은 미국인 전체를 일반화할 수 없다는 것 아시죠? 미국에도 독창적인 이름으로 작명하는 부모님들도 물론 있습니다. 제가 신문에서 읽은 사례로는 콜라를 좋아해서 딸 이름을 "펩시" 라고 지은 부모도 있었고, 기아 자동차타고 병원으로 가다가 차 안에서 출산해서 아이 이름을 "KIA" 라고 지은 부부도 있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