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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인들의 이상한 중매 오지랖, 그만두지 못하겠니?!

생전 남의 일에 관심 가지지 않을 것 같은 쿨하디 쿨한 미국인들도 친해지면 오지랖이 넓어지기도 합니다. 특히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다는 "남의 연애사 참견"도 심심치 않게 하지요. 제가 듣고 보고 겪은 중 가장 귀찮았던 참견은 사귀는 사람이 없는 친구를 누군가와 엮어주려고 틈만 나면 이 사람 저 사람 권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만나는 사람이 없던 시기에 주변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이 다들 한마디씩 얹으며 상대를 소개시켜주려고 안달이었던 때가 있었는데 요즘은 지난 번에 언급했던 저의 인도 출신 동료에게 그러는 모양이더라구요. 

사실 저랑 인도인 동료는 둘 다 비슷한 나이대에 이민을 와서 같은 대학을 (학교 다닐 때는 서로 몰랐지만) 졸업한 사연 덕분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이런 저런 깊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입니다. 특히나 미국인 동료들 몰래 미국 생활의 애환이나 비밀 이야기들을 나누곤 하지요.

최근 그녀가 털어놓은 불만 중 하나는, 미국인 동료들이 인도인 남자만 보면 그녀와 엮어주지 못해 안달한다는 것입니다. 

아아~ 저도 익히 아는 이야기지요. 미국인들은 친해지면 그렇게들 큐피드에 빙의 되어버려요.

내 너희를 연애케 하리라~
 

그런데 미국인들이 흔히 하는 착각 중 하나가 이민자들은 그 나라 출신 사람들끼리만 사귀고 결혼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런 경우가 일반적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같은 나라 출신이기만 하면 덮어높고 좋다는 게 아닌데 말이죠. 자기들도 같은 미국인이라고 아무나 사귀는 게 아닐 텐데...?

심지어 얼마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해요. 우연히도 제가 결근한 날, 저희 사무실에서는 몇몇 동료들과 보스가 함께 점심으로 피자를 시켜 먹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피자 배달부가 마침 인도계였다네요. 그 피자 배달부가 돌아가자 미국인 이사님이 바로 제 동료를 불러서 그 피자 배달부와 데이트 한 번 해보라고 했다는군요. 이유는 물론,

그 남자도 인도인이기 때문에. 

이사님께 대놓고 화를 낼 수 없었던 동료는 "나는 부모님이 소개해 준 이성과 사귀어야 한다"며 핑계를 대며 거절했다고 하더라구요.

그 이야기를 제게 하면서 동료가 얼마나 씩씩거리던지요. 그런데 그러고 보니 언젠가 비슷한 일로 저를 열.받.게. 했던 친구가 생각납니다.

그 친구는 사실 중국계 이민 4세로, 생김새는 완벽한 아시안이었지만 대를 이어온 이민 생활탓에 미국인이라고밖에는 할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중국어도 전혀 못하고, 중국에 관심도 없고, 자신이 이민자의 후손이라는 인식조차 없는, 그냥 미국인이예요. 그녀가 다니는 직장에 한국인 남성이 있었는데, 그 사람과 저를 소개시켜 주겠다며 제가 원치도 않았는데 저의 사적인 이야기를 얼굴도 모르는 그 남성분에게 마구 했더라구요. 사실을 알고 나서 제가 싫은 내색을 하는데도 

한 번 만나 봐~. 같은 한국인인데 뭐가 문제야.

라며 기막힌 소리를 해대서 결국 화를 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때 질려버린 저는 나중에 그녀에게 똑.같.은. 방법으로 복수를 감행하게 됩니다.

저 역시 일하면서 알게 된 중국계 미국인 남성이 있었는데, '이거 아주 옳다구나!' 싶어 당장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똑같이 오지랖을 시전했습니다.

"이 사람 중국계 3세니까 너랑 완전 딱이다! 얼마나 좋아. 중.국.계. 이민자잖아.
할머니도 중국인, 할아버지도 중국인, 어머니, 아버지, 다~ 중.국.인.이야.
대~박! 일가친척 모두 중국인! 세상에 이런 일이!
 어때? 내가 네 전화번호 이 사람한테 줄까?"

했더니 친구는 펄쩍 뛰며 싫다고 난리입니다. 그래도 굴하지 않은 저는 계속 같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싫긴 왜 싫어? 내 말 못들었어? 이 사람 중.국.인.이라니까 그러네?
진짜야. 성부터 확실한 중국인이야. 100% 중.국.인. 보장!"

그랬더니 친구는 저더러 미쳤냐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 싫어! 나 싫어! 중국인은 왠지 친척같이 느껴진단 말야!

이건 또 무슨 참신한 미국 같은 소리일까나...?

같은 중국계면 친척같아서 싫다니.. 왜에~~~???

너는 죽어도 싫다면서 나한테는 왜 권했니?
이런 쉬~입장생처럼 장수하게 만들고 싶은 녀석 같으니...


이 일 이후로 저랑 그 친구는 서로 사이좋게 눈치껏 한발씩 멀어지면서 지금은 연락도 안 하는 막막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혹시나 속으로 연락 끊고 싶은 친구가 있는데 직접 말하지 못하겠거든 옳지 않은 "중매 오지랖"을 시전해보세요.

차~암~ 이렇~게! 쌈박하게 등돌리고 의상할 수가 있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