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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뉴욕 지하철 한인 사망 사고에 관한 미국인들의 생각

by 이방인 씨 2012. 12. 6.

지금쯤 여러분들도 다 뉴스를 통해 접하시지 않았나 생각되는데요.
이틀전인 12월 3일, 뉴욕 맨하탄의 한 지하철 역에서 한인 한기석씨가 Naneem Davis 라는 미국인에게 선로로 떠밀려서 지하철에 치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죠.
아휴~ 정말 우울합니다.
이런 불행한 사고가 일어난 사실도 그렇지만, 피해 사망자가 한인 교포분이시라는 것도 마음 아프네요. ㅠ_ㅠ

미국에서도 지금 이 사건은 엄청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나 한기석씨가 지하철에 치이기 직전 모습을 찍은 사진이 뉴욕 포스트에 실리면서 "사진 찍을 시간은 있고 피해자를 구출할 시간은 없었냐" 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죠.
바로 그 사진을 찍은 프리랜서 사진작가 Umar Abbasi가 뉴욕 포스트와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충격받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한씨가 전동차에 치이는 광경을 보고만 있던 군중들은 마침내 그가 끌어올려지자 스마트폰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댔다고 합니다.
Abbasi는 또한 NBC 방송의 투데이쇼에 출연해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나는 사건이 벌어지고 조금 지나서야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았습니다. 그리고는 달려가면서 지하철 기관사에게 신호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플래쉬를 터트렸습니다. 한씨의 사진을 찍으려고 의도한 것이 아니라 플래쉬로 알려주려고 하다가 우연히 사진이 찍힌 것 뿐이예요.
떨어진 한씨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이 서 있었어요. 하려고만 했다면 끌어올릴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아무도 그러려고 하지 않았죠.

 

기관사에게 알리기 위해 플래쉬를 터트리다 우연히 찍혔다는 그의 말은 사진의 고 퀄리티 덕분에 많은 의심을 사고 있습니다.

경고를 보내려고 플래쉬를 터트렸다는 말, 진짜 믿는 사람이 있어??

 

뿐만 아니라 너무 빨리 사진을 미디어에 판매한 것과 바로 TV 방송에 출연한 사실도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네요.

내가 피해자의 가족이라면 그 끔찍한 사진을 게재한 뉴욕 포스트를 가만 두지 않을거야.
진짜 부끄러운 짓이다.

 

한기석씨가 선로로 추락해서 전동차에 치이기까지 약 22초의 시간이 있었다고 합니다.
기사를 읽고 저는 속으로 22초를 한번 세어보았습니다.
여러명이 합심해서 끌어올렸다면 구출이 가능했을 시간인 것도 같았습니다.
그렇게 안타까워한 것은 저 뿐만이 아니었는지 엄청난 수의 미국 네티즌들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네요.

22초라면 죽을 일이 아니었는데...

 

나라면 최소한 구하려는 시도는 했을거야.
설령 실패했다하더라도 내 자신과 우리 미국인들을 부끄럼없이 똑바로 볼 수 있었을텐데...

 

가까이 서 있던 사람들이 구하려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니..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뉴욕커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

그 플랫폼에 있었던 냉혈한들 평생 악몽에나 시달려라!

 

그 때 그냥 서서 지켜보고만 있던 겁쟁이들이 평생 그 장면에 시달리게 되길 빈다.

 

거기 서서 보고 있던 사람들 전부 체포해야돼.

 

이 밖에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분노에 찬 저주" 를 퍼붓기까지 했는데요.
아시다시피 "영웅주의" 를 중요시하는 미국인들은 미국사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입에 담지도 못할 말로 뉴욕시민들을 폄하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이고, 미국이 이렇게 변해하고 있어서 슬프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군중들은 그가 치이고 났을 때 동영상과 사진을 찍었다."
우리가 얼마나 슬픈 나라가 되어가고 있는건지... 너무 무감각해지고 있잖아.

 

그런데 저는 사실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솔직히 제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저도 얼음처럼 서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놀라서 몸이 굳어있거나 아니면 너무 당황해서 허둥지둥 어찌할 바를 몰랐을지도 모르죠.
그리고는 만약 정말 아무 것도 못했다면... 그랬다면 평생 그 장면 때문에 악몽에 시달렸겠죠. ㅠ_ㅠ
이런 생각을 한 만큼 언젠가 혹시나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용감하게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제 자신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저 자신도 그 자리에서 당연히 했어야 할 용감한 행동을 하지 못한 겁쟁이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그 자리에서 그냥 서 있었다는 사람들에게 저주까지 퍼부을 수는 없지만 한 가지 안타까움은 있습니다.

그 승강장에 이것만 설치되어 있었으면 그런 비극은 없었겠죠.

 

뉴욕처럼 지하철 이용객이 많은 거대도시에 이런 안전시설쯤은 구비되어 있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네요.
다행히도 한국에는 승강장에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어 있잖아요.
이 스크린 도어를 설치한 건 정말이지 현명한 일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미국인들도 그런 생각을 했는지 누군가 "미국에도 스크린 도어를 설치해야한다" 는 댓글을 올렸지만 다른 사람들의 대답이 슬픕니다.

그걸 설치할 돈이 어딨냐는 대답이죠.

 

상위 1% 부자들은 그 돈을 쓰는 걸 용인하지 않을거야.

 

이런 걸 보면 참... 세계에서 가장 Capitalism이 발달한 미국 사회의 비극을 알 수 있습니다.
지하철 타고 다니는 서민들의 안전을 위해 쓸 돈을 구하기 힘들거라는 의견들...
사진을 팔아먹은 걸로도 모자라 TV 방송에까지 나와 "도우려고 하지 않은 군중" 을 비난한, 그러나 결국 자기도 똑같은 짓을 한 사진작가...
그리고 가족들이 받을 상처는 생각도 안하고 버젓이 그 사진을 게재한 미디어...

뉴욕이 아니라 다른 도시였다면, 미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였다면 결과는 달랐을 수도 있을까요....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가족들에게도 위로를 전하는 마음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