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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인들이 연예인 가십을 좋아하는 이유

by 이방인 씨 2014. 4. 3.

무리 돌부처 같은 사람이라도 TV와 컴퓨터가 있는 환경에서 사는 이상,  유명인 이른바 Celebrity들의 가십을 한두 번쯤 들어봤을 법 합니다. 평소 방송연예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나 연예인의 팬이라면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접할 수 있는 게 "연예인 누구가 이랬다더라~ 저랬다더라~" 하는 식의 구전소문(?)이죠. 저도 글을 쓰려고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시작했더니 어제까지만 해도 알 수 없었던 연예계 관련 소식이 또 엄~청 많이 보이더라구요. 한국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실시간 인기검색어"가 있다면 미국 포털에는 "Trending Now"라는 순위가 있는데 상위권에는 십중팔구 유명인의 이름이 올라 있습니다. 사람들이 유명인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혹은 그 밖의 다른 나라도 다 마찬가지라는 뜻이겠죠.

먼 발치에 떨어져 있는 우리가 모르는 별들의 세계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인간의 호기심이라는 말로 이해할 수 있을 텐데 근거를 찾기 힘든 구전소문이 퐁당퐁당 돌을 던진 듯 퍼지고~ 퍼지고~ 멀리멀리 퍼지는 ♪♬♩ 이유는 뭘까요?


우리가 계속 이야기하기 때문이겠죠.


미국인들도 만나면 유명인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여중고생이나 젊은 여성들이야 워낙 별별 수다를 좋아하기도 하고 선망하는 연예인의 스타일에 관심이 많아 그러려니 싶은데 의외로 연배가 있는 사람들 그리고 남성들이 모였을 때도 유명인 가십이 대화의 소재가 되는 경우가 간혹 있더라구요. 저는 최근에도 40대 중반의 미쿡인 아저씨와 "도대체 조니뎁은 왜 오스카상을 수상하지 못하는가?"와 "그는 왜 어린 여자와 바람이 났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제가 아니라 그 분이 먼저 말을 꺼내셨다는 게 놀랍다면 놀라운 일이지만요.

 

중년 남성이, 같은 중년 남성 연예인이 어린 여자와 바람이 난 이유를 
묻는 이 눈.치.코.치. 없.는. 상황!


평소 미국인들은 타인의 일에 크게 관심도 흥미도 없고, 설령 호기심이 일더라도 예의상 신경 안 쓰는 척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했는데 Celebrity는 타인이 아니라는, 맹렬히 연예인 가십을 서로 주고 받는 걸 보니 이방인 씨, 또 구체적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해서 찾아 보았죠! 역시나... 저만 궁금했던 건 아닌 모양입니다.

 

지식인이라 할 수 있는 Yahoo Answers에 보니 

"왜 미국인들은 유명인에 집착하는 걸까요?"

라는 질문이 있네요.

 

 허핑턴 포스트에는

"미국인들은 유명인사들에게 건강하지 못한 집착을 가지고 있다."

는 칼럼이 실렸구요.

 

 "유명인사에 대한 집착이 우리 사회를 파괴하고 있는가?!"

라는 다소 심각한 글도 있습니다.

 

"우리는 왜 유명인들에게 집착하는가?"

그 이유를 심리학 전문 사이트에서도 분석했군요.


읽어 보니 뻔한 소리도 있고, 흥미로운 주장도 있고 그렇더군요. 특히나 심리학자의 분석은 뭐랄까... 으~잉? 할 정도로 심~오한 내용이었습니다. 짧게 언급하자면, 저 글에 따르면 우리가 유명인들의 가십에 열을 올리는 이유 중 하나는 '인간은 결국 죽는다'는 비극적 진리에 매 순간 시달리고 싶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네요. 쓰잘머리 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 사실을 잊고 싶어한다는 거죠.

 

연예인 X-파일의 확산 이면에는 '죽음의 공포'를 잊으려는 몸부림이 있었구나...
죽어야 하는 인간이라 애달프다!


"대중의 관음적 호기심"이라는 소리는 너무 상투적이고, '죽음이 두려워 정신을 딴 곳으로 돌리려는 심리'라는 가능성은 또 너무 멀~리 나간 것 같아 와 닿지 않길래 그.냥. 밖에서 미국인들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우리가 언제, 왜 유명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했더니 칼럼니스트나 심리학 전문가보다 더 정확한 (적어도 제 생각에는) 분석을 들려 주더군요. 그들이 말하길, 연예인 이야기는 대부분 딱히 친하지 않은 사람과 하게 된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번째 - 그냥... 달리 할 말이 없잖아~


거리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5분, 10분, 심지어 30분 이상도 떠들 수 있는 곳이 미국이죠. 심심하면 아무한테나 말을 건다니까요! 하지만 처음 본 사람 혹은 그리 친분이 두텁지 않은 사람과의 대화는 보통 시간 때우기용 잡담일 뿐, 의미있는 대화가 될 수 없죠. 바로 그 시간 때우는 잡담에 가장 좋은 것이 유명인 가십 아니겠습니까. 처음 입을 떼는 날씨 이야기야 길어야 2-3분일 테고 (지구 온난화로 인한 북극곰의 위기까지 내다보지 않는다면요.) 그 후에는... 뭐... 무슨 말을 더 하겠어요. 평소 접점이 없는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화제라면 미디어에 자주 오르내리는 토픽일 수 밖에 없으니 1. 연예인 2. 사회적 이슈 3. 정치 중에 골라야 하는데 2,3번에 대해 토론하다가 자칫 논쟁이나 싸움으로 번지는 어색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으니 1번이 가장 만.만.한. 소재겠죠.


두번째 - 누군가의 사생활에 대해 떠들고 싶긴 한데 내 이야기는 싫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묻는 건 실례니까!


비밀 혹은 누군가가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 이야기를 듣고 싶고 떠들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인가 봅니다. 가족, 친구간에도 privacy 보호를 중요하게 여기는 미국인들에게도 누군가의 속사정을 파헤치고 싶은 욕구가 있는 걸 보면요. 은밀한 이야기를 하고 싶긴 한데 내 사생활은 떠들기 싫고, 그렇다고 상대방에게 꼬치꼬치 캐묻는 실례를 범할 수도 없으니, 실~컷 이야기해도 거부감과 죄책감이 들지 않는 유명인들의 가십을 즐기는 거죠.

미국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저도 썩 친하지 않은 사람과 가벼운 수다로 잠시 시간을 보내야 할 때 유명인 이야기를 유용하게 써먹을(?) 때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끊임없이 소문에 시달리는 그들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어색한 침묵만은 피하고 싶은 내 사정이 더 급한 걸요... ^^;; 유명인에게 정신적 고통이나 경제적 손실을 입힐 정도가 아니라는 전제하에 Celebrity 가십은 사람 사이의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는 생각도 잠시 드는군요.


한 번도 연예인 가십거리로 수다 떨어본 적이 없는 분들은 제게 돌을 던지세요~!!!
어차피 거기서 던지셔도 저한테 닿을 리가 없...


그럼 이만 총총, 여러분 신나는 하루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