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람이나 한국 사람이나 때로 아프고 병드는 건 매한가지겠지만 미국과 한국에서 쓰이는 약들은 꽤 다르더라구요. 약의 이름이 다르기도 하고 성분이 조금 다르기도 하고, 파는 방법이 다르기도 하고 말이죠. 언젠가 이에 관한 에피소드를 포스트한 기억이 나네요. ^^
2012/08/02 - [Stranger Meets America/Hello! America] - 미국에서 약 사먹기 힘드네~
오늘은 제가 미국에서 처음 본 약! 먹고 경악한 약! 하지만 괴로울 때 찾을 수 밖에 없는 약!을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Pepto-Bismol이란 이름의 이 약은 미쿡 오리지널로 1901년에 뉴욕의 의사가 개발하여 무려 113년의 역사를 자랑한답니다.
오래전부터 시판된 약 답게 이렇게 빈티지 광고가 아직도 남아 있는데요.
Stomach Upset이라는 단어와 위장의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소화불량, 위산과다, 설사 등에 먹는 위장약이랍니다.
광고 상단에 정말 재밌는 문구가 하나 있네요.
Hospital Tests prove Pepto-Bismol works where Soda and Alkalizers fail!
탄산음료와 Alkalizer (알칼리성으로 만들어주는 물질)도 소용없는 증상에
Pepto-Bismol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병원 실험으로 밝혀졌습니다!
소화불량에 탄산음료를 마시면 된다는 옳지 않은 일반상식이 당시부터 있었나 봅니다.
1900년대부터 미국인들의 위장장애를 해결해 주던 이 약, 요즘도 잘~ 팔리고 있는데요.
색도 어여쁜 꽃분홍에다가 Cherry맛이라고 써 있으니 약 치고는 먹음직스럽지 않나요?
그래서 먹어 보고 경을 쳤습니다.
Pepto-Bismol은 뚜껑에 얹혀 포장되어 있는 컵에 따라 마시는 액상 의약품인데 그 액체가 정말 으... 어... No~ 할 정도로 부담스럽거든요!!!
(ⓒ sharedreviews.com)
불투명하고 매우 점도가 높은 액체인데 그 맛과 질감을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분홍색 분필을 갈아 체리향이 나는 에센스와 섞은 듯!
= 뷁
이 따위 약 따위 (← "따위"가 두 번이나 들어간 몹시 분노에 찬 구문) 정말 먹고 싶지 않지만, 그렇지만!
겁~나~ 잘 들어요. 엉엉엉
평소 잦은 속쓰림과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저는 항~상 집에 이 약을 상비하고 있답니다. 저처럼 이 액체를 삼키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하느님이 보우하사 씹어먹는 chewable과 삼키는 tablet 형태로도 출시되기 때문에 항상 분홍색 분필 에센스를 마셔야 하는 건 아니지만요.
씹어 먹으라는 왼쪽의 chewable은 정말 말 그대로
분홍색 분필을 똑똑 씹어 먹는 기분이라 속이 안 좋을 때 먹으면 오히려 토할 것 같기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알약이 나오긴 하지만 역시 액체가 소화흡수가 빠르기 때문인지 오리지널 액상을 마셨을 때 가장 효과가 좋은 것 같아요. 특히나 속쓰림이 있을 때는 알약보다 물약을 마셔야 위벽을 더 잘 코팅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 하지만 맛의 거북함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 웬만하면 액상은 피하고 싶을 정도랍니다.
작년 어느 날인가, 가족 모임 때문에 할머님 댁에 갔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거기서 딱! 체했지 뭡니까. 별일 없겠지 싶어 약을 가져가지 않았는데 속이 어찌나 불편하던지요. 어쩔 수 없이 할머니께 집에 드시는 소화제가 있냐고 여쭈었더니 할머니께서 냉큼 내미신 것은...?
두둥~
간만에 보고 화들짝 놀란 그 옛날 정로환
Oh No...
제..제발 이것만은~~~
미국에 온 뒤로 잊고 지냈던 정로환
저는 어릴 때 이 약 냄새만 맡아도 도망갈 정도였어요.
아마 저희 할머님이 재팬 타운 근처에 사셔서 이 약이 집에 있었던 모양입니다. 오랜만에 정로환을 먹었더니 분홍 분필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쯤에서 떠오르는 원효대사의 해골물!
깨달음은 언제나 무언가 먹.다.가. 얻게 되는 것일지도요...
여러분, 아프지 마시고 신나는 하루 유후~!
※ 약에 대한 호불호는 개인적 의견과 취향일 뿐이라는 사실, 다들 아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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