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해외여행을 다니는 미국인들의 비율이 높지 않다는 사실은 언젠가 글로 쓴 적이 있는데요.
어디까지나 퍼센티지를 놓고 보면 "다수"의 사람들이 그렇다는 뜻일 뿐, 전 세계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니는 길 위의 인생들도 물론 있답니다.
제가 알고 지냈던 저보다 세 살 많은 남자 사람이 그랬거든요.
이 넓은 미국 땅도 좁다며 틈만 나면 배낭 하나 둘러매고 지구의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다녔던 경험을 자주 들려주곤 했습니다.
다음은 어느 날 있었던 그와 저의 대화입니다.
이방인 씨: 그렇게 여행을 오래 하면 심신이 다 지치지 않아요?
모험왕: 전~혀! 나는 오히려 집에 돌아오니까 지치는 기분이야.
이방인 씨: 대단하네요! 그런데 세계여행이라는 게 말이 쉽지 몇 년 동안이나 낯선 곳, 낯선 사람들만 만나야 한다는 건 조금 불안하거나 불편하지 않던가요?
모험왕: 전~~~혀! 난 어딜 가나 내 집 같았어. 전 세계 어딜 가도 내가 외국인이라고 무시하거나 배척하는 사람은 없었는 걸. 모두들 날 존중하고 친절하게 대해줬고 위험한 일도 별로 없어서 편했어.
이방인 씨: 으음... 내 생각에 그건 아마 당신이 '영어를 하는 백인 남자' (English speaking White Male)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당신이 여행했다는 그 나라들 중에도 가이드북을 보면 "인종차별주의" "남녀차별주의"라는 경고 문구가 쓰여 있는 곳도 있거든요. 당신은 그렇게 태어났으니 깨닫지 못 했을 수도 있지만 현재 이 세계에서 1. 영어를 쓴다는 것 2. 백인이라는 것 3. 남자라는 것 세 가지가 바로 문명 세계 어디에서도 "존중받을 수 있는" 조건일지도 몰라요.
모험왕: 그런 점은 생각도 못 해 봤어!! 듣고 보니 그래... 정말 그 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구나. Oh... wow... 정말 지금까지 생각해 본 적 없는 문제인데?? English speaking White Male이라...!
그는 마치 신세계의 문이라도 연 듯한 얼굴로 English speaking White Male이라는 단어를 몇 번 되뇌였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재밌기도 하고, '아니, 정말 그렇게까지 감각이 없었단 말이야?!!' 하며 답답하기도 했네요.
저는 그 사람처럼 장기간 많은 나라들을 여행한 적은 없지만 배낭여행을 다녀온 적도 있고 집에서 취미생활로 각국의 가이드북을 읽기도 하는데 "인종차별의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할 것" 또는 "여성 여행자는 주의할 것" 등등의 경고 문구를 보기도 했고, 실제로 여행지에서도 '아~ 내가 남자였더라면...!' 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직도 이 세계 곳곳에서 English speaking White Male이라는 사실이 알게 모르게 이점으로 작용한다는 제 말이 그들에게 부당한 걸까요???
다 함께 시~인~나는 토요일,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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