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교육 시장 규모가 20조원에 달한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사교육에도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저는 대표적으로 '과외'가 생각나네요. 학원 문턱에도 발을 들여본 적이 없는 이방인 씨도 중학교 때 딱 한 달이었지만 수학 과외를 받아본 적이 있거든요. 수학을 너무 못 하니까 어머니께서 '내 딸이 이렇게 자라다간 수학 저능아가 되겠구나!' 싶으셨나 봐요. 이웃의 대학생 언니에게 한 달을 배웠는데 제가 오죽 뻔뻔하게 숙제도 안 하고 수업시간에도 딴짓하고 실력도 안 늘었으면...
"말을 안 들어서 못 가르치겠다"는 말만 남기고 떠나셨습니다.
그 후로 어머니는 다.시.는. 제게 선생님을 붙일 생각을 하지 않으셨죠.
미국에 와 보니 평범한 가정의 아이들은 사교육을 많이 받지 않더라구요. 아니, 엄밀히 말하면 애초에 다양한 사교육의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요? 악기나 운동은 학교에서 배우고 교과에 도움이 필요하면 과외나 학습지를 이용합니다. 학생들이 많은 대도시나, 교육열이 뜨거운 한인 인구가 많은 지역의 사정은 다를 것 같지만 제가 사는 지역에는 학원이 거의 없어요. 아이들은 학원보다는 각종 특별활동으로 더 바쁘죠. 그러나 미국 부모님들도 아이의 성적에 신경을 쓰는 것은 마찬가지일 터, 이곳 아이들도 입시를 준비하느라 SAT (미국 수능) 쪽집게 과외를 받더군요!
한국에 강남의 고액 과외가 있듯이 미국에도 경제 상류층이 받는 쪽집게 SAT 과외가 존재한답니다. 입시 사교육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는 저는 미국에 그런 과외가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지만요. ^^;;
전미에서 명성이 높은 쪽집게 과외 선생님 중 한 명이 바로 이 젊은 남성입니다.
Anthony-James Green
콜럼비아 대학 1학년 때부터 과외를 시작했다는 Green은 SAT 점수를 평균 450점 올리는 선생님으로 유명합니다. 2400점 만점의 SAT 점수를 무려 450점 올려 준다니, 학생이 갈 수 있는 대학의 레벨이 달라지는 거죠. 성과가 확실한 만큼 수업료도 굉장합니다.
1시간에 $650 (한화 약 70만원)을 받는다네요.
한 달에 천만 원 짜리도 있다는 강남의 고액 과외와 비교하면 저렴한 수업료일 수도 있지만 CNN Money에 이 기사가 보도되었을 때 평범한 미국인들은 화들짝 놀랐답니다. 듣도 보도 못한 과외 가격이거든요. 그도 그럴 것이 450점 상승이 어디 1시간 수업으로 가능하겠습니까? 학생에 따라 다를 테지만 적어도 일주일에 한두 시간씩 몇 개월은 수업을 지속해야 할 텐데 그렇다면 적게는 몇 백 만원에서 많게는 천만 원대까지 수업료를 지불할 수 있다는 뜻이죠. 때문에 Green에게 아이를 데려오는 부모들은 금융인, 변호사, 의사 등 뉴욕의 상위 1%라고 합니다.
시간 당 임금이 $650이니 시간이 곧 돈이라 생각하고 닥치는 대로 학생을 받을 수도 있지만 professionalism의 향기가 물~씬 나는 이 선생님은 1분기에 딱 열 명의 학생만 가르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온라인으로! 한 명 한 명의 학생에게 집중하는 것이 성과의 비결인가 봅니다. 학생을 많이 받지 않고도 돈을 버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죠! 직접 가르칠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해 SAT 과외 CD를 판매하고 있는데 이 역시 개당 $297 (한화 31만원)의 고가랍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325명의 학생을 가르치고 번 돈의 액수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fortune (부, 거금)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걸 보니 누적 수입은 뭐... 어마어마한 것 같습니다. 뉴욕의 상위 1%라는 그의 고객들 만큼이나 부자일 것 같은데요??
강남의 8학군 이야기를 들을 때도 그랬지만 "고액 과외", "상위 1% 사교육"이란 단어를 들으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결국 부의 대물림이란 이런 교육의 차이에서 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개천에서 용이 나기 점점 힘들어지는 건 미국도 마찬가지네요.
서민들에게는 갈수록 서.운.해.지.는. 세상입니다.
99%인 우리는 어쩌란 말이냐~
우리도 어떻게든 신~나는 하루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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