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가 아주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주제를 한번 꺼내 볼까 합니다.
예전에 미국에서 오래 사셨다는 분의 블로그에 IKEA 매장에 관한 글이 올라온 적이 있었습니다.
매장의 주차장 시설에 관한 글이었으니만큼 IKEA의 이름이 중요한 건 아니었죠.
그런데 그 분이 본문 중에 IKEA를 한글로 적으시면서 '이케아' 라고 하신 것이 댓글 전쟁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어느 방문객이 이런 댓글을 써 놓은 것이 기폭제가 되었죠.
'아이키아'를 '이케아'라고 쓴 걸 보니 미국에서 오래 산 건 아닌가 보네요.
IKEA의 미국식 발음을 쓰지 않았다는 어이 없는 꼬투리에 블로거님은 꽤 황당하셨겠죠.
그래서 IKEA는 원래 스웨덴어이기 때문에 정확한 Swedish 발음인 이케아라고 적은 것이라고 밝히셨지만 막무가내로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원래 글의 주제와는 하~등 상관 없는 아이키아냐 이케아냐에 관한 설전이 댓글란의 꽤 많은 지분을 차지한 것을 보고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게 다 망할 Anglicisation 때문이다!
'Anglicisation' 은 비영어권 언어의 '영어화'를 뜻하는 말로 Anglification 혹은 Englishing 이라고도 합니다.
비영어권의 이름이나 지명을 영어화하는 것이 가장 흔한 Anglicisation으로 스웨덴어인 이케아를 아이키아라고 부르는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죠.
베네찌아 (Venezia)를 베니스 (Venice)로 부르는 것, 빠리 (Paris)를 패리스라 부르는 것, 모스크바(Moskva)를 모스코우 (Moscow)라 부르는 것도 전부 Anglicisation입니다.
최근에 크게 흥행에 성공한 영화 레 미제라블 (Les Miserables)을 북미권에서 레이 미즈 (Les Miz)라고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죠.
영어권 사람들이 외국어를 영어화하는 것을 Anglicisation이라고 한다면 비영어권 사람들이 자국어를 영어화하는 것은 Anglicism 이라고 합니다.
Anglicism은 한마디로 말하면 '영어중심주의' 라고 할 수도 있는데 19세기 이후 영국과 미국 문화가 세계 문화의 중심이 되면서 생겨난 현상이죠.
제 생각에 아시아권에서는 일본과 한국이 가장 Anglicism이 강한 나라가 아닐까 합니다.
예전에 한국의 오디션 방송에서 한 심사위원이 노래평을 하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아주 소프트하고 스무스한 목소리가 좋았고, 관객들과의 아이 컨택도 참 좋았습니다. OOO씨 오늘 정말 컨디션이 좋은 것 같아요.
이렇게 중간에 영어 단어가 수 없이 섞인 한국어 문장, 평소에 참 많이 듣고 또 마치 원래부터 한국어인냥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는데요.
이런게 바로 Anglicism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미권 문화가 워낙 대세인데다가 영어 교육 열풍도 거세다 보니 한국말을 할 때도 뉘앙스를 표현하기 좋은 영단어를 약간 섞는 것이야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요.
사실 며칠 전에 한국의 TV방송을 보다가 정말 실소를 금치 못했던 장면이 있었습니다.
패션 스타일리스트라는 분이 나와서 옷을 소개하는 장면이었는데 그 분의 말씀을 정확하게 기억은 못 하지만 이 정도였습니다.
이 옷은 텍스쳐가 좋아요. 컬러도 비비드하니까 봄에 입기 좋구요. 옷을 사실 때는 옷의 히스토리나 아이덴티티를 고려하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저도 미국에서 오래 산 죄로 한국말을 할 때 무의식 중에 영어가 툭툭 튀어나올 때가 있긴 하지만 그 분 말씀하시는 걸 들으니 제 영한 짬뽕 언어습관은 그나마 양반이더라구요.
한국에서 학교 다니신다는 분들, 취업 준비하신다는 분들이 제게 이런 말씀을 정말 자주 하십니다.
이방인님은 영어시험 점수 필요 없어서 좋겠네요. 저는 영어 공부하느라 미칠 것 같아요.
입시를 위해 혹은 스펙을 위해 불철주야로 영어 스트레스 받으시는 분들이 많은 와중에 실생활에서도 이렇게 영어 없이는 말을 못하는 분들까지 계시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참 영어가 문제긴 문제네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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