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글들을 통해 여러분들도 느끼셨겠지만 미국 문화가 참 후~리(free) 하죠?
특히 엄격한 서열과 지켜야 하는 예의와 법도로 가득 찬 유교 문화권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미국처럼 자유로운 곳에서 그 누구의 간섭도 눈총도 없이 하고픈 말 다 하고, 하고픈 행동 다 하고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실 법합니다.
실제로 저도 그런 삶을 살고 있긴 하지만 의.외.로. 미국에서도 입조심을 해야할 일들이 꽤 있답니다.
오늘은 Freedom of Speech의 나라, 미국에서 하지 말아야 할 말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첫번째 -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면서 왜 숫자를 읽지 못하게 하니?!
이 항목을 첫번째로 올려놓은 이유는 제가 직접 겪은 일이라 크게 실감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인들은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죠?
Age ain't nothing but a number.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라는 너무나 유명한 문구도 있고 <톰 소여의 모험>을 쓴 작가 마크 트웨인도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Age is mind over matter. If you don't mind it doesn't matter.
나이란 건 마음먹기에 달렸다. 신경쓰지 않으면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
이런 So So Cool~ 한 말들을 마구 쏟아내는 미쿡인들이지만 실제로 이들은 나이에 겁~나 민감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대학 시절의 일화가 있습니다.
전공 과목 강의에 만학도 여성 학생이 한 분 계셨는데 동양인보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백인인 것을 감안해도 족히 40대 후반으로 짐작됐습니다.
그 분은 저와 먼 자리에 앉아 계셨기에 저는 그 분과 접점이 없어서 얼굴만 알고 이름은 모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같은 강의를 듣는 친구들이 처음 듣는 이름을 이야기하길래 제가 긴가민가하다 이렇게 물었습니다.
혹시 지금 말하는 그 분이 앞자리에 앉으시는 중년(middle-aged) 여성분이야?
그랬더니 갑자기 친구들이 다들 한마디씩 하는 게 아닙니까.
친구 1: 중년여성이라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니?)
친구 2: 우리 엄마도 그 분이랑 같은 연배이신데 우리 엄마한테 누가 중년이라고 하면 우리 엄마는 엄청 기분 나빠할 걸.
친구 3: 그 정도면 중년 아니야.
아니, 그럼 40대를 훌쩍 넘기신 분을 청년이라 부르리오, 노년이라 말하리오...
그 때 친구들의 반응을 보면서 저는 한가지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미국인들이 나이에 관해 '멋진' 명언들을 줄줄이 쏟아내는 건 정말 나이에 구애받지 않아서라기 보다 나이 들어가는 것에 지나치게 민감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구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면서 숫자를 못 읽게 하는 미국인들... 그래서 수학에 약한 건가?!!
두번째 - 뚱뚱한 게 아니라 몸이 큰 것일 뿐!
미국인들이 나이만큼이나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바로 그들의 몸집(?)에 관한 말들입니다.
'뚱뚱하다'는 뜻의 'FAT' 은 F word 만큼이나 실례가 되는 말이죠.
이번 일화는 제가 아니라 저희 어머니의 실수담입니다.
저희 부모님이 운영하는 가게에는 히스패닉 남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아직 차가 없어서 일 끝나는 시간이 되면 형이 데리러 오곤 했습니다.
그런데 한동안은 형 대신 어머니가 오시더니 한 3달만에 나타난 그 형님은 신장 180정도에 몸무게는 제가 짐작하기에 적어도 120킬로 정도는 나가는 것 같은 미국형 고도비만이 되셨더라구요.
아무리 미국에서 오래 사셨어도 한국인이신 저희 어머니... 그 형을 보시고는 동생에게 이렇게 이야기 하셨습니다.
너희 형 원래 안 저랬잖아? 못 본 사이에 왜 이렇게 살이 쪘어???
그런데 이 말씀을 하실 때 어머니가 알고 계시는 살 쪘다는 뜻의 단어 FAT을 사용하신 거죠.
가만히 듣고 있던 알바생이, 어머니가 영어가 능숙하지 못한 외국 출신 이민자라는 것을 평소에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웃으며 고쳐 주더군요.
He is BIG. That's a better way to put it. 그는 거구예요. 그렇게 말하는 게 더 나아요.
즉, FAT이라는 단어 보다는 BIG이라고 표현하는 게 좋다는 것이죠.
실제로 미국에서 XXXL 이상의 옷을 전문으로 파는 가게들을 주로 BIG & TALL 이라고 하죠.
누가 봐도 심각한 고도비만자들을 적나라한 뚱뚱하다는 단어 대신 거구 (BIG & TALL) 라고 배려해서 부르는 셈입니다.
남성에게도 FAT이라고 부르는 것이 큰 실례일 정도이니 여성에게는 더 말할 것도 없겠죠.
몸집이 큰 여성들에게도 FAT이라는 직접적 단어를 쓰는 것은 상당히 배려심 없는 언행입니다.
아예 체형이나 몸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굳이 해야할 경우가 있다면 plump (통통한) 정도로 표현하는 것이 좋죠.
자신들이 비만하다는 자각이 충분히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아픈 상처를 건드리는 것은 아주 비인간적인 처사로 여겨진답니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자기 자신에게 말하거나 혹은 특정한 대상이 없는 일반적 표현을 할 때는 인체를 FAT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특정 주어가 들어간 경우에는 왠만하면 FAT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습니다. (물론 누군가를 악의적으로 흉보거나 놀리고 싶을 때는 쓰지요.)
저도 미국에서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해 본 적이 단 한번도 없고, 저희 어머니도 그 때 이후로 항상 유념하고 계시죠.
하고 싶은 말은 뭐든 자유롭게 다~ 하고 살 것 같은 미국인들도 입조심해야 하는 두 가지, 어떻게 보셨나요?
이외에 종교, 정치적 성향, 성정체성 등등에 대해 말할 때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지만 많이 알려진 사실들이라 생략했습니다. ^^
오늘은 여기서 마칩니다.
여러분 모두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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