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 저는 한동안 잊고 지냈던 장소, 미용실에 갔었습니다.
벌써 여름으로 향하는 듯한 캘리포니아의 날씨 탓에 등을 덮는 긴 머리가 너무 답답해졌거든요.
여학생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귀밑 2cm의 단발로 자르고 났더니 몸무게가 가벼워 진 듯한 착각마저 들었답니다. ^^
그 느낌 그대로 바로 옆에 자리한 네일 살롱에도 들렀습니다.
많은 여성들의 기분 전환 장소 2단 콤보를 거쳤으니 기분이 상쾌해야 마땅했지만 늘 이런 미용 서비스를 받을 때마다 한국에 계신 여성들이 부러워지는 것도 어쩔 수 없네요.
다음의 세가지 이유 때문에요!
첫번째 - 나는 흔녀인데 내 모발은 흔하지 않구나!
제가 다니는 미용실은 미국인이 운영하고 있는데 헤어드레서들도 모두 백인과 흑인입니다.
헤어드레서들의 인종이 무슨 상관이냐 싶은 분들도 계시겠지만 인종마다 모발의 특성이 달라서 이왕이면 인종 특유의 모발에 익숙한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훨씬 좋답니다.
저도 미국에 와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요.
만약 타인종 헤어드레서가 동양인의 머리를 많이 접해 봐서 경험이 풍부하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제 머리카락을 잘라 준 백인 미용사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Your hair is kind of TOO straight. 머리가... 지나치게 생머리인데요.
그리고는 이렇게 곧은 머리는 층을 내지 않으면 안 예쁘다고 마구 층을 내기 시작하더니... 제가 원하던 것보다는 조금 과하게 레이어가 들어가 버렸네요.
하지만 그 동안의 경험으로 보면 이 정도는 양호하기 때문에 그냥 저냥 만족하고 미용실을 나왔습니다.
사실 차를 몰고 30분 정도 달리면 베트남계 여성분이 하는 미용실도 있고, 조금 더 가면 한국분이 하시는 곳도 있지만 전자는 너무 불친절하시고 후자는 중년 여성 펌 전문이시라 왕복 1시간을 운전할 의욕이 나지 않기에 그냥 미국인이 하는 미용실에 다니고 있는 거랍니다.
이럴 때는 정말 한국의 미용실이 너무 그리워지네요...
두번째 - 서비스 받는 내가 바늘방석이네!
캘리포니아만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네일 살롱들의 manicurist들은 주로 동남아시아계 여성들입니다.
저희 동네에도 모두 세 곳의 살롱이 있지만 동남아시아계 이민자 여성 직원들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분들 중 상당수가 꽤나 터프한 서비스를 해 주신다는 거죠.
일단 손님에게 '늘 친절히 미소로~' 라는 매뉴얼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손님을 바로 앞에 두고 툴툴 거리기도 하고 제 손을 봐 주시면서도 모국어로 계속 다른 분들과 수다를 떠시니까요.
예전에는 매니큐어 받다가 손에서 피를 봤는데도 So So Cool~ 하게 피 닦아주고 사과 한 마디 없이 끝이더라구요. ^^;;
제 생각에는 이 직원들이 불친절한 성향이라 그런 것이라기 보다 이 분들에게는 아직 '서비스업' 이라는 개념이 확립되지 않은 듯 합니다.
미국 생활이 오래된 직원들은 그나마 나은 것으로 봐서 아마 그 분들 모국의 서비스업계 발달 정도가 손님을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더라구요.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직원들은 손님에 대한 상냥함 역시 '팔고 사는 것' 이라는 인식이 없는 듯 했죠.
저도 웨이트리스 아르바이트를 오래 하며 느낀 거지만 손님에게 저자세일 필요는 없으나 적어도 손님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해야 하는 거잖아요.
만족은 커녕 이렇게 불편하고 불쾌한 서비스를 받았는데도 당당하게 팁을 많이 달라며 요구하는 분도 있었으니 솔직히 당황스러울 지경이죠.
이번에도 저는 꽤나 틱틱 거리는 직원분께 걸리는(?) 바람에 거친 서비스를 받은데다가 심지어 미리 돈을 받아서인지 나올 때는 잘 가라는 인사는 커녕 쳐다도 안 보더라구요.
예전에 한국에서 잠시 지낼 때 어느 네일 살롱에 들어가도 참 친절하고 손재주 좋은 직원들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구나 싶습니다.
세번째 - 그럼에도 불구하고...
1번과 2번에도 불구하고! 팁을 꼭꼭 챙겨줘야 한다는 사실도 썩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
특히 서비스가 불친절했다면 이 쪽에서는 억지로 주는데 받는 쪽에서는 '당연하다' 고 생각하니까 묘한 짜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죠.
토요일에 제가 지출한 비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미용실에서, 심플 커트 비용 $14 + 팁 $3
네일 살롱에서, 매니큐어 $15 + 팁 $4
최근 미국의 팁도 인플레이션을 거쳐서 이젠 20-25%의 팁을 적정 수준으로 생각한다는 서비스업 직원들이 많아졌다는 기사를 읽었던터라 그것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더라구요.
토요일에 제가 지불한 팁 $7는 만족도가 높았다면 아깝지 않을 돈이었지만 주차장으로 돌아오면서 잠시 아쉬운 생각이 들었던 것을 보면 저는 그다지 만족하지 못한 모양이예요. ^^
이런 일들을 겪을 때마다 저는 한국에 계신 여성분들이 부러워집니다.
물론 여기도 한인 타운이 있는 LA나 뉴욕 혹은 선택의 여지가 많은 대도시라면 사정이 달랐겠지만 저는 면적은 넓고 인구는 적은 소도시에 살고 있다 보니 입맛대로 고를 수 없는 처지거든요.
특히 미용실의 경우 저 뿐만 아니라 동양인이 많이 없는 지역에 사시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지 않으실까 합니다.
몇년 전 한국에 잠시 머물 때 척하면 척 알아듣는 헤어드레서들과 마음에 쏙 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일 아티스트들을 (게다가 팁도 안 받는!) 경험해 봤던 저로서는 왠지 더 씁쓸해진답니다.
제가 예뻐지기를 게을리하고 있는 이유들 어떻게 보셨나요? (물론 귀차니즘 빼고요. ^^;;)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아시겠지만 제 이야기는 개인적 경험담으로 미국의 상황이나 특정 인종을 일반화할 수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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