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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서양인들에게 미들 네임이 있는 이유 완전 공감!

by 이방인 씨 2013. 4. 12.

한국인들에게는 성(姓)과 이름(名)이 있을 뿐이지만 서양 문화권에는 가운데 이름 (Middle name)이 하나 더 있죠?
예를 들어 브래드 피트의 본명은 'William Bradley Pitt' 으로 원래 이름이 윌리엄이고 미들 네임이 브래들리인데 거기서 예명을 따온 것입니다.
이렇게 가운데 이름이 하나만 들어가도 벌써 이름이 꽈~악 찬 듯한 느낌인데 서양 사람들 중에는 하나 이상의 미들 네임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도 '찰스 루이스 에이든 스티븐스' 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을 알고 있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미들 네임을 가지고 있지만 평상시에는 거의 쓰임이 없어서 미국 친구들이 가끔 본인들에게 미들 네임이 있는지 없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농담도 하더라구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 같은 미들 네임, 도대체 언제 어떤 이유로 생겨났는지 궁금해서 예전에 친구들에게 많이 물어 보았죠.
하지만 역시나... 본인들에게는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 의문을 가진 적이 없어서 잘 모르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또 한번 인터넷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답니다.
너무 여러가지 설이 있어서 아마 이들도 확실한 기원은 잘 모르는 것 같았지만 대략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서양인들의 가운데 이름의 역사는 고대 로마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 갑니다.
로마 시대에 귀족 가문에서는 이름을 지을 때 가문의 성 뿐만 아니라 씨족(clan)의 이름까지 넣는 관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한국식으로 말해서 'O씨 △□파' 라면 성 뿐만 아니라 계파의 이름까지 밝혔다는 것이죠.
고대 로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저 (Caesar)의 풀네임은 다음과 같습니다.

Gaius    Julius    Caesar
이름      씨족      가문

로마가 제국을 건설하고 유럽 대륙 곳곳을 속주화하여 지배하게 되자 그 관습을 이어 받은 민족들이 많아 지면서 서양의 미들 네임 관습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다만 가운데 이름을 무엇으로 짓느냐는 많은 변화를 거치게 되어 카톨릭이 지배한 중세 유럽에서는 카톨릭 성인의 이름을 가운데에 넣는 일이 흔했다고 하네요.
종교적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들은 집안에 내려오는 이름을 미들 네임으로 썼다고 하구요.

미국인들에게 미들 네임을 전파한 것은 19세기에 유입된 독일계 이민자들이라는 설이 많습니다.
독일이라면 로마 시대의 게르마니아 속주였으니까 이들의 관습은 로마 시대의 영향일 수 있겠죠.
미국에는 특히 할머니나 할아버지의 이름을 미들 네임으로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그 이유는 아이를 낳은 부모가 자신들의 부모님의 이름을 넣어 기리고 싶어하기 때문이라는군요.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의 쌍둥이 중 딸 아이의 미들 네임은 '마셀린' 으로 안젤리나 졸리의 어머니 이름이고, 아들의 미들 네임 '리온' 은 브래드 피트의 할아버지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 외에도 현대 미국인들에게는 미들 네임을 짓는 흥미로운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는데, 엄마가 짓고 싶은 이름과 아빠가 짓고 싶은 이름이 다르기 때문이라네요.
싸움이 안 생기도록 둘 다 이름에 넣는 것이죠. ^^

워낙 있는 듯 마는 듯 한 미들 네임이다 보니 요즘에는 생략하고 안 짓는 미국인들도 있습니다.
저도 친구에게 들은 건데 우리가 잘 아는 탐 크루즈의 딸, 수리 크루즈는 미들 네임 없이 풀네임이 Suri Cruise 라는군요.
그러나 서양문화권에는 워낙 동명이인이 많다 보니까 미들 네임이 있는 것이 유용하다네요.

 

자, 여기까지가 제가 조사한 서양인들의 미들 네임의 유래인데요.
진짜 재미있는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미들 네임이 왜 존재하는지를 묻자 많은 친구들이 "음.. 글쎄.. 생각해 본 적 없네." 라고 대답했는데 어느 친구가 이런 말을 해 주었습니다.

 

미들 네임이 왜 있냐고? 그건 바로 내게 위험한 순간이 닥쳤다는 경보를 울리기 위해서지.


??응??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하는 얼굴로 쳐다 보니 계속 설명을 해 줍니다.

우리 엄마는 평소에 나를 Megan~ 하고 부르시거든. 하지만 화 나셨을 땐 Megan Julie Brown! 하고 풀네임을 부르시지.
엄마 입에서 내 미들 네임이 나올 때 내가 또 큰 잘못을 했구나! 직감할 수 있지.
안습

아하~!! 이거 완전 공감 되지 않으세요?
저희 어머니도 평소에는 OO아~ 하고 저를 부르시지만 제가 뭔가 잘못해서 화가 나셨을 때는 OOO! 하고 성과 이름을 다 붙여 부르시거든요. ㅋㅋㅋ
역시 부모님이 부르는 풀네임의 위압감은 동서양을 막론한다는 진리를 또 깨달았습니다.


서양인들에게 미들 네임이 있는 이유, 여러분 어떻게 보셨나요?
불타는 금요일 뜨겁게 보내세요~